김지훈, <너라는 계절>
얼굴책 통해 알게 된 귀인께서 선물을 보내주셨습니다. 여러모로 열악한 여건에서 치열하게 공부하신 만학도이신데요. 취업 후 첫 월급으로 조안이 스커트를 사주신 겁니다.
순수한 정성의 결정체를 딸에게 입히며, 소중한 인연에 새삼 감사했습니다. 자연스레 김지훈 작가의 <너라는 계절> 한 토막을 떠올렸어요.
좋은 관계란, 만남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있는 관계인 거 같다. 안부는 안부로 족하고 만남은 만남으로 채워지는 게 좋다. 그 뒤에 늘 다른 사심이나 목적이 따른다면 그 관계의 순수성은 이미 퇴색된 것이고, 그건 나를 늘 피곤하게 하니까. 그냥 나랑 함께 있는 것이 좋아서 내 곁에 머물러주는 사람이 좋다. 서로가 서로에게 수많은 고민과 목적과 갑과 을의 시선과 차가움에서 잠시 벗어나 그저 편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따스함이었으면.
이해득실 따지는 삭막한 세상입니다. ‘좋은 관계’는 그야말로 진흙 속의 진주죠. 제가 맺은 관계들을 돌아봅니다.
미흡했던 면, 부족했던 점 사무치게 반성합니다. 사심과 목적으로 퇴색되지 않은, 순수한 관계를 늘 열망합니다.
그냥 함께 있는 것이 좋아서 곁에 머물러주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영화 <친구>의 카피처럼, “함께 있을 땐 우린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고 회고할 수 있는 관계를 오늘도 부단히 엮어나가렵니다.
그저 편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따스함으로, 그대도 그 자리에 오래 머물러주십시오.
친구를 둬도 사생결단을 같이 할 다정한 놈을 두어야지, 친구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니라.
道典 8:4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