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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일우 Jul 11. 2019

골절과 산불

강원도 산불과 허미수 선생의 척주동해비


세 살 공주님이 응급실에 왔습니다. 겁먹은 눈망울 아래 오른쪽 볼에 울긋불긋 찰과상이 생겼네요. 목욕탕에서 넘어졌답니다. 오른 어깨가 아프다길래 사진을 찍었습니다. 가벼운 타박상이길 기대했는데 아이쿠, 이런! 우측 쇄골이 부러졌네요. 히라가나와 가타카나의 へ(he)자처럼.



검사 결과와 치료 절차를 설명하고자 보호자를 불렀습니다. 어머님인 줄 알았는데, 아이의 고모님이시네요. 환자의 부모님은 어디에 계시냐고 여쭈었습니다. 산불 진압하러 강원도에 황급히 가셨다네요. 엄빠가 모두 소방공무원이셨던 겁니다.


至誠如神! 하느님 같은 지극한 정성으로 진료에 매진합니다.

소녀의 가녀린 어깨에 팔자 붕대를 한결 정성껏 감아주었습니다. 정작 자기 자식은 못 돌보고 위기에 처한 이웃부터 챙겨야 하는 팔자(八字), 우리 곁의 든든한 영웅들을 묵묵히 응원하는 마음으로.


제가 응급의학과를 선택한 이유와 상통하는 대목이 많네요.
나 살고 남 살리는 공부니
사람 잘되기를 바라소.

道典 11:123:3





강원도 삼척에는 조선 중기(1595~1682)의 문인이자 대학자였던 미수 허목 선생에 관한 일화가 전해져 옵니다. 허목 선생은 이황의 학통을 이어받아 이익에게 전수한 기호 남인의 선구로, 남인 실학파의 기반이었습니다. 전서(篆書)에도 독보적 경지를 이룬 그는 문집 《기언(記言)》, 역사서 《동사(東事)》등을 편집하였죠.



허목 선생이 좌천되어 삼척부사로 봉직할 때의 일입니다. 당시 극심한 해파와 조수가 읍내까지 밀려들어 강의 입구가 막히고 오십천이 범람하곤 하였습니다. 인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큰 재앙에 민초들이 시달리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허미수 선생은 동해를 예찬하는 동해송을 짓고 전서체로 비를 세웁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척주동해비」죠. 미수 선생이 비석을 세운 이후 아무리 심한 폭풍우에도 바닷물 범람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답니다.



비석을 세운 허미수 선생은 간곡히 당부하였습니다. “지금의 작은 해일이나 수해(水害)는 이 비석으로도 막을 수 있지만, 앞으로 이곳 관동지방에 대화재(火災)가 많이 일어나면 그 다음에는 나의 비석으로도 못 막을 거대한 해일(海溢)이 닥쳐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 대화재(火災)가 많이 일어나면 이곳 관동을 떠나 다른 내륙으로 가야 한다. 그나마도 안 되면 두타산 꼭대기에 솥단지 하나 들고 피난을 가야 살아남을 수가 있다.”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 다시금 대오각성.

1996년 고성, 1998년 강릉 사천, 2000년 동해안, 2004년 속초, 2005년 강릉, 2017년 동해안 산불이 연이어 났습니다. 그리고 2019년 4월 4일 저녁 7시 17분경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에서 시작된 불은 강풍을 타고 속초, 강릉, 동해로 빠르게 번져 엄청난 피해를 입혔습니다. 축구장 742개 너비의 산림과 500채 이상의 주택이 소실되었고 1명이 사망했으며 1,2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죠.


제가 아끼는 한 인재는 이 천재가 터지던 날 속초를 벗어납니다.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된 강원도 일원이 조속히 회복되길 열망하며, 허미수 선생의 통찰을 다시금 곱씹습니다. 그의 예언 그대로 화마가 또 산을 덥쳤고, 일본 침몰로 인한 대형 해일이 우릴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월남전 패배 등을 예견했던 불교계 고승 탄허 스님도 국운의 앞날을 비슷하게 그리셨더군요.


타들어간 산림 이상으로 타들어간 민심.

“지진과 해일로 우리나라 동남 해안 일백 리 땅이 피해를 입게 되나 서부 해안쪽으로 두 배의 땅이 융기하여 국토가 늘어날 것이다. 지금은 중국에 속한 만주와 요동 반도 일부가 대한민국에 복속된다.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미국 서해와 일본 영토의 2/3 정도가 침몰한다. 지진에 의한 원자력 발전소 폭발로 핵을 가진 나라가 위험에 처한다.”



2009년에 개봉한 영화 「해운대」는 대마도의 한쪽이 무너지며 발생한 메가 쓰나미가 해운대 덮치는 풍경을 그려냈습니다. 섬 하나가 무너져도 난리가 나는데, 일본 열도가 와르르 가라앉을 때는 그 충격이 어마어마하겠지요.


<셜록 홈즈>의 작가 겸 안과 의사였던 코난 도일도 앞으로 닥칠 대격변, 개벽 현상에 대해 여러 저술을 남겼습니다.

일본 열도가 수장이 되면, 최근에 발생한 남아시아 지진 해일과는 체급이 전혀 다른 거대한 해일이 1~2시간 내에 한반도의 동해와 남해로 밀어닥칩니다. 북아프리카의 라팔마 섬이 화산 폭발로 붕괴할 경우, 높이 650 미터의 엄청난 메가 쓰나미가 대서양을 가로질러 미국 동부 해안을 강타할 것이라고 눈 밝은 과학자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우주가 여름에서 가을로 건너갈 때, 지축이 정립합니다. 그 과정에서 지구촌 전역에 자연의 대재앙이 속출합니다. 일체의 선악과 시비, 가치를 가리지 않는 우주적 몸부림 속에서 일본도 침몰하고 해일도 솟구치죠. 그 대장정의 서막으로 강원도 산불을 헤아려야 합니다. 잦은 기침과 객혈에서 결핵을 읽어내듯.


자연 재해는 허허실실 인류를 기습합니다.

그러나 이 일련의 재난은 루스 몽고메리가 지적한 바 ‘지구 자체의 정화를 위한 필연적인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노쇠한 묵은 천지가 생명 기운으로 충만한 새 천지로 태어나려는 부활의 몸짓으로 읽어내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각성과 준비입니다. 넋 놓고 있으면 비극이나, 준비된 자에겐 비전입니다. 흐지부지 흐리멍텅 한눈판 이는 낙제이나, 열공한 이에겐 시험이 축제인 것처럼.


일본은 불로 치고 서양은 물로 치리라.

道典 2:139:2
색안경 벗고 당면한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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