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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일우 Jul 23. 2019

상생의 소확행

수안보 온천과 개신동 해장국

완성된 작품은 구운 뒤 택배로 집까지 보내준다네요.

수안보파크호텔의 노천탕에서 월악산 바라보며 온천의 포근한 에네르기 빨아들였습니다. 보름달처럼 해맑아진 하조안은 체크아웃 직전까지 하얀 접시에 푸르른 산을 담았습니다. 해가 따사롭게 돌보고, 새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산의 이름은 ‘행복의 산’.


수안보 석문천 숯불갈비에서 소갈비살에 장뇌삼주 홀짝. 갈비집의 아프간 하운드 할머니 만지는 봉규와 조안.

영수 삼촌과 봉규 만나 소갈비살 뜯었던 간밤을 해마-hippocampus는 장기 기억과 감정 행동을 조절하는 대뇌번연계의 일부입니다. 공교롭게도 하조안이 입고 있는 티셔츠에 박혀 있는 녀석도 해마海馬네요.-의 행복 카테고리에 담고 청주로 향합니다.


수안보의 족욕체험장 기웃거리다 곰에게 올라타는 조안. 그런 소녀를 어린 왕자와 여우가 기웃기웃.

모처럼 모교 병원에 들러 병원장 되신 소아과 한 교수님 뵈었네요. 사진 찍고 피 뽑고, 서류 떼느라 병원 곳곳을 누비는 동안 반가운 얼굴들과 수시로 마주쳤습니다. 한일고 선배님이시기도 한 소화기내과 김 교수님을 필두로 산부인과 홍 교수님, 피부과와 비뇨기과의 윤 교수님들과 순환기내과의 배 교수님 등을 만나 근황을 나눴네요. 정형외과 젊은 교수 정권이와 정신건강의학과 전임의 정환이, 갓 응급의학과 전문의 된 동원이와도 반갑게 조우하였습니다.


병원 외래 로비에 걸린 작품. 도시인의 자유를 표현했다는데 발마사지가 확 땡기네요.

진료 예약에 힘을 써준 교육수련부 김 선생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맛깔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심혈관센터의 연 선생은 금식 유지하느라 애쓴 조안이에게 고소한 과자를 건네주네요. 물심양면으로 주거니 받거니 에네르기 교류가 왕성합니다.


정형외과에 입원했던 <개신동 해장국> 사장님한테 소변줄 끼웠던 인턴 시절 기억이 불현듯 새록새록.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예전 직장을 벗어나 <개신동 해장국>에도 들렀습니다. 예전 아지트 바로 앞에 있던 식당이라 자주 가던 곳이죠. 터줏대감 직원께서 우리 가족을 알아보고 무척 반기시네요. 조안이의 폭풍 성장에 놀라시며, 내장탕에 놀라운 양의 건더기를 폭풍 투하하여 건네주셨습니다.


내장탕 좀 먹을 줄 아는 아해.

한 그릇 뚝딱 흡입하니, 중복中伏 무더위 물리칠 에네르기가 내장에 찰랑찰랑 차오르네요. 덴마크의 ‘휘게(hygge)’나 스웨덴의 ‘라곰(lagom)’, 프랑스의 ‘오캄(au calme)’과 맞닿아 있다는 소확행小確幸이 이번 나들이 통해 내장에 차곡차곡 차오릅니다.


상생의 소확행, 비결은 이러합니다.

그리고 소소하나 확실한 행복의 근저에 서로 돕는 귀인들과의 돈독한 소통과 끈끈한 상생相生이 찰랑찰랑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절감합니다. 기꺼이 민폐 끼치고, 믿고 신세 지는 은혜의 씨줄과 날줄 위에서 인생이 나름의 무늬를 남깁니다.


영상의학과 접수 창구에 걸린 작품, 상생. 공중보건의 시절에 진천 작업실에도 들른 적 있는 손부남 교수님 작품이네요.

주로 오르막이라 지치기 마련인 인생 산길. 함께 걸으며 끌어주고 밀어주는 귀인들 덕분에, 오르고 또 오릅니다. 정상에 올라 우렁차게 함성 외치고, ‘행복의 산’이었노라 회고하며 하산할 수 있는 여생을 바라고 또 바랍니다.



대명천지(大明天地) 밝은 날 살고
제일강산에 조화선경을 건설하니
조선국 상계신, 중계신, 하계신
지혜로 집을 찾아드소서.

​대도 대법 정리되니 해원 상생 아닐런가.

道典 11:172:2~4


혜민스님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한 토막. 상생하지 못하는 관계를 통해 되려  자기 성찰이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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