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일우 Sep 30. 2019

풍선과 돌잔치

워커힐 나들이

토요일 출근 전 <본죽>의 새꼬막 톳 비빔밥 브런치 음미.

수능 앞둔 고딩의 어깨 탈구 정복하고, 인상파 아재의 손가락에 깊이 박힌 나뭇조각 뽑는 등 다채롭게 북적이던 불토 응급실을 정리하고 아침 9시경 퇴근하였습니다. 11시 22분에 대전역에 당도한 KTX 안에서 울산 식솔들과 접선했네요.


타이베이 Wulao(無老鍋)에서 마라훠궈 만찬 만끽하는 모녀.

아침부터 서두른 아내와 아이는 9시 38분 울산발 SRT를 아슬아슬하게 놓쳤습니다. 태화강 둔치에서 벌어진 마라톤 대회가 복병이었네요. 도로 통제로, 오호 통제라.


서울역에서 종종 지인들과 반갑게 재회합니다. 오송 의료계 꽉 잡고 계시는 강 선배님과 해우소에서 해후.

서울역에서 현찰을 충전하고 택시에 탑승. 워커힐 호텔에 어렵사리 당도하였습니다. 4층에 올라가니 한섭이 부부가 하객들에게 마무리 인사를 하고 있네요. 안내받은 테이블에 앉고자 뚜벅뚜벅 걸어가는 저를 한섭이가 지목합니다.


부모복 충만한 김리안 어린이.

가장 멀리서 왔으니, 상품을 준다네요. 스티브 잡스의 애플 제품 운운하던 사회자가 제게 건넨 것은 시뻘건 사과. 단상의 고교 동창을 향하여 평균자책점 1위의 류현진 투구를 시전하여 면상에 애플 로고 새겨주려다 꾹 참았습니다.


2015년 3월, 서울 가톨릭회관 마리아홀에서 한섭이 혼배성사.

김한섭은 공주 한일고 시절 절친입니다. 제 혼배미사 때 한섭이가 증인이었고, 그의 혼배미사 땐 제가 증인이었죠. 뒤늦게 결혼해 귀하게 얻은 장녀의 돌잔치에 제가 빠질 수 있나요. 여전히 정정하신 한섭이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두 아이 키우느라 여념 없는 한섭이 여동생, 한빈이와도 인사.


2015년, 모교 병원과 당시 아지트 사이의 파스쿠찌에서 한울과 조안.

상희네 가족과도 모처럼 재회했네요. 몇 년 전에 청주에서 만났을 땐 다들 꼬꼬마였는데, 이젠 모조리 어엿한 초딩들입니다. 상희네 남매는 부모님 닮아 차분하고 의젓하네요.


두고 두고 추억할 사진 한 장 완성.

휴대폰으로 함께 <토이스토리> 보던 초딩들은 꼬마들이 쥐고 다니는 풍선에 시선이 꽂힙니다. 행사 때 쓰인 풍선을 하나 확보한 조안은 희희낙낙. 허나, 기쁨도 잠시.


찍사는 상희네 장녀, 정한울.

끈이 풀리면서 은빛 풍선이 날아올라 천장에 붙어버렸네요. 망연자실 울상이 된 딸내미를 토닥이던 가장이 갑자기 눈빛을 번뜩입니다. 중얼중얼 혼잣말하더니 직원에게 뭔가를 요청하네요.


김가이버의 풍선 구출 작전.

줄 달린 투명한 풍선 정수리에 호텔리어가 챙겨준 테이프를 붙인 가장. 천장의 풍선에다 투명 풍선을 살포시 접선시킵니다. 대전역에서 하씨 부녀 상봉시키듯. 하여, 천장으로 탈구된 풍선을 원위치로 정복시네요. 다들 감탄하는 가운데, 한섭이 모친께서 극찬해주셨습니다.

조안아, 아빠보다
엄마가 훨씬 똑똑하네.


효녀 관상입니다. 처궁에 자녀 잘 자린잡은 한섭이 팔자의 복.

오늘의 주인공, 리안 양은 똘망똘망 건강하네요. 해맑게 잘 웃고, 씩씩하게 잘 걷습니다. 탁월한 엄빠 DNA 물려받아 기럭지도 우월하네요. 돌잡이로 연필 고른 만큼 공부도 똘똘하게 잘하겠지요. 바람 불기 전의 풍선처럼 가능성 무한한 리안이가 가문의 영광으로 훨훨 날아오르길 염원합니다.



아이들은 괄시하지 않는 것이다.  윗목에 가서 똥 싸고 아랫목에 가서 밥 먹던 놈도 때가 있어서 잘 사나니 천하에 가진 것 없는 사람이라고 괄시하지 말고, 또 있다고 해서 남을 조소하지 말라. 이제 어린아이인데 장차 어찌될 줄 알아서 큰소리를 치느냐?        道典 9:8:5~7

아빠 서재에서 일기 쓰겠다는 아해.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산 책들 훑으며 울산으로 돌아온 조안. 서재로 쪼르르 들어가 아빠 책상에서 그림 일기 끼적입니다.


디테일 살아있는 그림, 성격이 드러나는 화풍.

서울에서 모셔온 사연 많은 풍선 옆에 끼고, 한 마디 툭 던지네요.


풍선은 좋겠다. 하늘을 날 수 있잖아.




제가 가장으로 추존하고 추종하는 아내의 면면을 관조하며, 요즘 부쩍 더 감탄합니다. 가히 마누라답네요.


설민석 강사의 <십장생 한국사> 한 토막.

‘마누라’의 기원과 출처는 마노라. 궁중의 높은 인물들을 지칭하던 말로, 주인을 뜻합니다.


역지사지 메타인지

주인에게, 주군에게 충성해야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차곡차곡 차근차근 이뤄낼 수 있습니다. 남의 편들은 각별히 각성하시기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Be Yourself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