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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부건 Nov 29. 2019

물컵과 호수

축구하다 광대뼈 골절. 고통에 취약한 분이셨어요. 헤딩이 이렇게 위험합니다.

고통에 취약한 녀석이 있어요.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며, 등을 돌리고 마음을 웅크립니다. 조언이랍시고 말을 보태봤자 잔소리에 불과하죠. 그가 하루라도 빨리 동굴에서 빠져나오길 바라며 진우 스님의 문장 하나 살포시 띄웁니다.


단문에 단단한 위안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른 새벽에 예불 마치고 맑은 정신으로 써내려간 글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으로 묶으셨네요.


 줌의 소금을
작은 물컵에 넣으면 매우 짜지만
넓은 호수에 넣으면 짠맛을 모르듯,
인생의 고통도 소금과 같으니
작은 물컵이 되지 말고 
 호수가 되라


염도 소금의 양이 좌우하지 않는답니다. 그릇의 크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인생의 고통도  부피나 크기에 좌우되지 않죠.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그릇이 문제입니다. 작은 물컵은 언제나 찰랑거리고  호수는  넉넉하게 출렁입니다.


공주 한일고 시절에 새벽마다 점호하며 외친 구호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릇!” 시끄러운 헤비메탈 음악에 기숙사 침대에서 부시시 일어나 겨우 눈꼽 떼고 오리광장에서 토해냈던  당시 외침이 다사다사한 지금의 밑천입니다.


큰 일꾼, 큰 사발.

제가 흠모하는  스승님께서도  택국澤國 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운명의 인심이 짜다고 질질 짜지 마세요. 짜게 먹었으면 물을  마시면 됩니다.



대를 사려고 해도 왕대를 찾아야지 시누대를 찾으면 못쓰는 것이니 사람은 굵게 먹고 굵게 써야 하느니라.  대들보가 되려면 배짱이 커야 하고, 일꾼은  몸에   값을 지녀야 하느니라.   (道典 8:40:7~9)


대구 <녹양구이>에서 뭉티기 등을 굵게 먹는 대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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