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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부건 Jan 21. 2020

구급차 디테일

미니 구급차와 서울 아트쇼


응급실에 내원한 여러 환자들 치료하고, 성탄절 아침에 퇴근해 울산에 왔어요. 거실 창에 딸이 봉투를 붙여놨네요.


핑크빛 봉투와 그 아래 문구가 주인공입니다.

봉투 밑에 적어둔 문구가 핵심입니다. 선물 혹은 돈들(카드도)!


공주님 드레스 펼치니 편지가 촤르르. 천진한 엽서 덕분에 성탄절 소확행 제대로 누리네요.

직접 만든 엽서엔 명확한 오더가 박혀 있네요. 예쁜 스티커. 얼마든지 사줘야죠. 조안이 스티커 야금야금 슬쩍 가져다 쓴 빚도 갚을 겸.


2019년 기해년에 늘 지니고 다닌 플래너 겸 다이어리. 구마모토에서 조안이에게 사준 구마몬 스티커를 제가 다 썼네요.

겨울왕국 2을 4D로 감상하며 많은 영감을 얻고, 조안이 친구들 생일 선물 사러 토이저러스에 왔어요. 다채로운 장난감들 기웃거리다가 미니 앰뷸런스 발견했습니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죠. 이런 게 잘 보이니 확실히 직업병.

119 구급차가 일반 승합차랑 같으면 쓰나요. 환자분 누워계실 자리는 어디인가요? 이런 구조라면, 조금 빨리 달리는 ‘타다’일 뿐입니다.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자는 디테일에 강합니다.

신이든 악마든 디테일에 있답니다. 시정이 시급합니다.


김승우 작가의 ‘자이언트’. 이 거인은 다이어트가 시급합니다.

서울 아트쇼의 자이언트 또한 디테일의 위력을 일깨웁니다. 십 원짜리 동전을 쌓아서 만든 작품이에요. 거장의 일심이 거인 몸집에 집약되어 있습니다. 거대한 완성도 자그마한 동전 하나에서 비롯됩니다.


시모노세키 아카마신궁(赤間神宮)의 하조안. 승리의 월계관 같은 원형 안에서 점프하는 자태가 궁극의 완성 상징하는 타로카드 21번 월드(WORLD)의 풍경과 흡사합니다.

제게 천명(天命)으로 주어진 거사(巨事) 또한 디테일 잘 살려 해내렵니다. 작은 일도 크게 잡고, 마음 넉넉하게 먹고 추진합니다. 크리스마스의 기원(起原)인 동지(冬至)에 기원(祈願)한 그대로, 언제나 정일집중(精一執中)!


하조안이 완성한 동지 팥죽. 늦잠 귀신, 지각 귀신, 귀찮음 귀신 퇴치에 효험이 있답니다.

매 순간 깨어서 지극한 정성을 하나씩 켜켜이 쌓아 올립니다. 미지의 세계로(Into the Unknown)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완성의 그날까지 부단히 일심(一心).



무슨 일이든지 작은 일도 크게 잡아야 하고
마음을 넉넉하게 먹어야 살지
쫄아진 마음에 그냥 어서
거머잡으려고만 하면
잡지도 못하고 도리어 죽느니라.

​바삐 먹은 밥에 목 막히고,
물에 체한 놈은 약도 없느니라.

道典 8:115:4~6
철저한 수금 정신. 모태 일수꾼.

아무도  담아놨어!”
이튿날 아침에 일어난 조안의 절규입니다.


마흔 살 아빠와 여덟 살 아해. 정신연령은 동일.

봉투 옆에 엄마, 아빠, 산타 할아버지 써두고 체크리스트까지 새겨둔 치밀한 동심을 간과했네요. 디테일의 실패입니다.


하조안 뜻대로 덕지덕지 붙여 완성한 스타벅스 트리. 크리스마스 트리는 신단수 문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하조안 하교 전에 뭔가 채워둬야겠습니다. 노오란 현찰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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