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구급차와 서울 아트쇼
응급실에 내원한 여러 환자들 치료하고, 성탄절 아침에 퇴근해 울산에 왔어요. 거실 창에 딸이 봉투를 붙여놨네요.
봉투 밑에 적어둔 문구가 핵심입니다. 선물 혹은 돈들(카드도)!
직접 만든 엽서엔 명확한 오더가 박혀 있네요. 예쁜 스티커. 얼마든지 사줘야죠. 조안이 스티커 야금야금 슬쩍 가져다 쓴 빚도 갚을 겸.
겨울왕국 2탄을 4D로 감상하며 많은 영감을 얻고, 조안이 친구들 생일 선물 사러 토이저러스에 왔어요. 다채로운 장난감들 기웃거리다가 미니 앰뷸런스 발견했습니다.
119 구급차가 일반 승합차랑 같으면 쓰나요. 환자분 누워계실 자리는 어디인가요? 이런 구조라면, 조금 빨리 달리는 ‘타다’일 뿐입니다.
신이든 악마든 디테일에 있답니다. 시정이 시급합니다.
서울 아트쇼의 자이언트 또한 디테일의 위력을 일깨웁니다. 십 원짜리 동전을 쌓아서 만든 작품이에요. 거장의 일심이 거인 몸집에 집약되어 있습니다. 거대한 완성도 자그마한 동전 하나에서 비롯됩니다.
제게 천명(天命)으로 주어진 거사(巨事) 또한 디테일 잘 살려 해내렵니다. 작은 일도 크게 잡고, 마음 넉넉하게 먹고 추진합니다. 크리스마스의 기원(起原)인 동지(冬至)에 기원(祈願)한 그대로, 언제나 정일집중(精一執中)!
매 순간 깨어서 지극한 정성을 하나씩 켜켜이 쌓아 올립니다. 미지의 세계로(Into the Unknown)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완성의 그날까지 부단히 일심(一心).
무슨 일이든지 작은 일도 크게 잡아야 하고
마음을 넉넉하게 먹어야 살지
쫄아진 마음에 그냥 어서
거머잡으려고만 하면
잡지도 못하고 도리어 죽느니라.
바삐 먹은 밥에 목 막히고,
물에 체한 놈은 약도 없느니라.
道典 8:115:4~6
“아무도 안 담아놨어!”
이튿날 아침에 일어난 조안의 절규입니다.
봉투 옆에 엄마, 아빠, 산타 할아버지 써두고 체크리스트까지 새겨둔 치밀한 동심을 간과했네요. 디테일의 실패입니다.
하조안 하교 전에 뭔가 채워둬야겠습니다. 노오란 현찰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