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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부건 Feb 03. 2020

먹고 즐기고 사랑하라

테리 보더 사진전

아담하고 아늑한 공간.

남구의 아지트 벗어나 울산 중구로 이동합니다. <카페 로로> 주변에 차를 대려는데 못생긴 진돗개가 반기는 듯 반기를 들며 왈왈 짖네요.


‘하민석스럽다’는 ‘매우 사랑스럽다’는 뜻. 봉봉 도사 신통방통.

하민석스러운 이와 가장의 합숙 9주년 기념하며 딸기 케이크 분해합니다. 촉촉하고 보드랍네요. 따스한 아메리카노랑 잘 어울립니다.



아내가 고른 누볼라 라떼까지 음미합니다. 연유에 생크림까지 끌어안은 라떼가 맛이 없으면 이상하죠. 병원 동료들에게 보시할 케이크 포장해서 퇴장합니다.



가심비 뛰어나 자주 오게 될 곳이네요. 다음엔 파블로바 맛보렵니다.


공주는 고딩 때 3년간 머물렀던 곳.

중구 찍고 동구로 건너갑니다. 남목시장의 <공주분식>이 이전했네요. 남목파출소 아래에서 환골탈태한 자태로 성업 중입니다.


빨간 국자, 정겹네요.

어묵 국물 역시나 장난 없네요. 마지막 한 방울까지 흡입합니다. 떡볶이도 여전하네요. <힘을 내요, 미스터 > 샛별이 아빠 철수의 표현을 빌리면, 떡볶이 개맛있어.”



관상은 빨갱이인데, 하는 짓은 중도 우파. 오행 상 중앙 토(土)에 배속되는 단맛이 강합니다. 맵게 생겼는데, 달달해요. <생활의 달인>에서 무결점 떡볶이라 극찬한 이유를 혀가 끄덕끄덕 수긍합니다.



새끼를 호출하는 어미 고양이 울부짖음 들으며 가성비 훌륭한 <공주분식>을 빠져나옵니다. 보슬보슬 휘날리는 겨울비 가르며 현대예술관으로 흘러갔어요. 아내가 아이랑 먼저 들러보고 극찬했던 전시회를 저도 드디어 둘러봅니다.



테리 보더의  ‘EAT·PLAY·LOVE’는 가성비(입장료 4,000원)와 가심비를 모두 만족시키는 기획전이네요.


남의 편 머리에 철사 꽂은 듯 V 아래에 서게 한 가장의 치밀함.

그의 작품에는 빵과 과자, 땅콩과 케이크, 계란과 과일, 손톱깎기와 립밥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나 사물이 등장합니다. 일상의 다양한 소재에 구부린 철사로 수족을 붙여 위트와 유머, 감동을 자아냅니다. 익숙한 소재들에 인격을 부여하여 기발한 상상력 뿜어내는 테리 보더의 벤트 아트(Bent Art)는 우리네 삶과 세상을 돌아보게 합니다.


블랙 유머, 울 수 없으니까 웃기는 것.

이 미국 작가님은 자신의 경험담과 사물에 얽힌 이야기를 한 편의 상황극으로 연출하는 비주얼 스토리텔링에 능하시네요. 한 장의 이미지로 삶의 부조리를 불쑥 고발하고, 인간 실존에 관해 의문을 툭 던지는 블랙유머의 달인이 말합니다.



“제가 일상의 사물들을 주의 깊게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고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에 몰두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물은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이해하는  도움을 줍니다. 삶의 지혜와 통찰력, 인생의 교훈을 얻게 됩니다.”


포옹하면 옥시토신 수치가 올라갑니다.

두 개의 식빵이 손 잡고, 두 개의 과자가 포옹하고, 두 자석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작품 등을 결혼기념일에 마주하는 건 참으로 시의적절합니다. 전시회 팸플릿에 담긴 플라톤의 향연 한 구절 먹고 즐기며, 까먹은 연애 초심 되살려봅니다. 사랑이란 인간과 인간을 결합하여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하는 ,  사람을  몸으로 만들어 최초의 몸을 되찾으려는 갈망입니다.’


남북 분단과 이산가족이 연상되네요. 제작 과정이 담긴 영상도 틀어줍니다.

먹는 걸로 장난 치지 말라고 했는데, 그 장난 제대로 차지게 친 아저씨 덕분에(대한민국 관람객 위해서 라면으로도 장난을 치셨네요) 관객들은 먹고, 즐기고, 사랑하는 우리의 일상을 예술적으로 재발견하게 됩니다.


이 작품 본 하조안이 그랬답니다. “엄마랑 아빠가 맥주 마시는 것 같아.”

작품 섭렵하며 또 발견하게 되는 건 이 미국 아저씨의 아재 개그 솜씨에요. 사진에 달린 제목이 피식 웃게 합니다. 와인잔 부딪히는 토스트 작품에는 사랑의 건배(Toast Toasting in a Toaster)’이란 타이틀 달았고요.


정월대보름 부럼 깨다가 이 좀비들 떠올리겠습니다.

뇌를 먹는 땅콩 좀비 작품엔 ‘Zombies are nuts about brains’라고 적어놨습니다. 우유에 젖은 씨리얼은 연쇄 살인범(Cereal killer)’이라 명명했네요. 영어 언어유희에 축축히 젖습니다.


드라마 <시그널>에 연쇄 살인범(serial killer) 잔뜩 나오더군요.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EAT, PLAY, MAKE! : 나의 ‘벤트 아트작업실>이 전시 기간 내에 줄곧 운영되네요. 비치된 철사와 과자, 학용품 등의 일상 오브제 등을 사용하여 직접 벤트 아트를 만들어보고, 미니 스튜디오에서 촬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딸이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솜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조안이도 손수 작품 하나 만들어 왔더군요. 파아란 솜털 뭉치의 정체를 물으니, 엘사랍니다.


마음이 오래 머물던 작품입니다. 모래가 빠르게 빠져나가네요.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곁에 있을 때 더 자주 뭉쳐요.

테리 보더 작품들 푸짐하게 음미하고 현대예술관 빠져나오니, <카페 로로>의 딸기 케이크처럼 뇌가 촉촉하고 보드라워집니다. <공주분식>의 떡볶이처럼 개맛있는 전시회가 울산에선 2월 23일까지 이어지네요. 뜻대로 모험하려는데, 축복은커녕 뻘짓 한다고 모함 받는 이들에겐 적잖이 힘이 되는 이벤트입니다.


여생에 더 이상의 실례는 범하진 말자구요.

스스로 하나의 장르가 된 봉준호 감독도 테리보더스럽게 당부했더랬죠. 가장 모험적인 시도를  ,  그것이 사람들에게 어필되었을  가장  파괴력을 가지게 되는  같거든요. 주변에서 지금 당장 여러분들을 축복해주지 않더라도 본인 뜻대로 밀고 나가시기 바랍니다. 저는 ‘창의적인 사람으로 살아가는 ’, 그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창의적 괴짜들을 응원합니다.



두루 놀아야 신선(神仙)이니라.
                                                  道典 8:4:4




미소를 머금게 하고, 탄성을 지르게 하며 신선하고 하민석스러운 테리 보더 작품들 몇 가지 찬찬히 살펴봅니다.



I가 YOU를 사랑합니다. ‘사’는 죽을 사(死), ‘랑’은 사내 랑(郞), ‘해’는 함께 해(偕)랍니다. 즉. ‘사랑해’란 말은 너랑 나랑 죽을 때까지 함께 하자는 뜻이라네요.



금기운 많은 남자가 화기운 많은 여자를 만나면, 꽃을 건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천생연분 찰떡궁합을 9년째 절감하네요.



현실에선 정반대 경우가 더 많지 않나요.



사랑은 시간을 멈추게 하죠. 상대성 이론을 체감합니다.



천생! 부족한 것은 채우고 지나친 건 덜어냅니다.



달라야 끌리죠. 상극이 상생의 근거가 됩니다.



불이 간절해서 가장을 덥썩 잡았더랬죠. 도어즈(Doors)의 ‘Light my fire’를 잠시 흥얼거렸습니다.



두루 맞춰봐야 정답을 찾습니다. 딱 보면 견적이 대충 나오지만요.



<가장 보통의 연애> 한 장면이 문득 떠오릅니다.



컵케이크 먹을 때마다 마릴린 먼로 소환하겠네요.



아주 ‘귀’한 작품으로 와닿습니다.



토스트 만들 때, 저도 시도를 해보렵니다.



태초에 식탐이 계시니라.



자기 이름이 제목에 박혀서 조안이가 좋아했던 작품이랍니다.



4~5년마다 절감합니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



Egg의 aggregation. 유색 인종이 백인종 차별하네요. 테리 보더 아재의 역지사지 통찰에 탄복합니다.



이 다이어트, 저도 해본 적이 있습니다. 효과 만점!



적당히 멍든 바나나가 더 맛있긴 합니다만, 새 기운에 묵은 기운이 밀리는 건 역사의 순리입니다.



나 좀 봐봐~ 바바리맨. 땅콩 까먹듯 역사의 진실 까발리는 강의를 매달 즐겁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킹콩과 핑퐁, 아재 개그 작렬하네요.



핫도그가 신문에 배설을 했는데요. 배설물 아래 사진 속 인물이 테리 보더 자신이네요.



뾱뾱이 여드름 짜내는 섬세한 손길에 탄복합니다.



손톱을 깎을 때마다 생각이   같아요.



테이프 포식자가 노리는 클립 피식자 보며 ‘피식웃었습니다. 서재 테이블에서 저도 그대로 재현해보고 싶네요.



조만간 인도로 날아갑니다. D-day 임박!



가장과  일상이 이러합니다. 바빠도 매사에 바르게!



타이밍 놓치면 평생 후회하죠. 송강 정철의 시조가 불현듯 뇌리를 스쳐갑니다.

어버이 살아실제 섬기기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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