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 푸닥거리

by 하일우

"조안이 주사 잘 맞지?"
"응, 어릴 때도 잘 맞았잖아."
"어릴 때?"
"지금보다 요만큼 더 어렸을 때."

서원보건소장님께서 문자메시지로 건조하게 일러주셨다. 어릴 때 이후로 요만큼도 예방접종을 맞추지 않았노라고. 그래서 오랜만에 영수네 의원에 들렀다. 워낙 붐비는 곳이라 오래 기다릴 각오 단단히 했는데, 우리 차례가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진료실에 들어가 일본뇌염 3차와 A형 간염 1차 백신 접종하러 왔노라 자초지종 이실직고. 가만히 듣던 임 원장, 뭔가를 조회해보더니 미완료 접종 리스트를 줄줄이 읊어준다. 매주 맞으러 와야겠다고. 귀지와 코딱지를 살피고 폐음에 귀 기울인 뒤 한 팔에 한 방씩 따끔따끔!

간만에 맞아서 그런가. 하조안은 화들짝 어리둥절. 약간 감 떨어진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선방했다. 병원에 가는 게 일인 애미, 애비가 하나뿐인 애새끼 주사 맞히는 것도 못 챙겼네. 심지어 예방접종 수첩의 행방도 묘연하다. 등잔 밑이 어두워도 너무 어두웠구나.

#예방접종 #준소아청소년과의원
#동기사랑_할인감사
#그렇다_이건_반성문이다
#오늘밤_응급실은_소아과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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