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거 3일차 : 물의 고리-2번 진키] 2023/11/21 화요일
‘영화가 사랑한 작가들’이란 테마로 매달 한 번씩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고다르 클럽 세미나에 참석하였다. 이번 달 모임을 위해 600페이지가 넘는 <오만과 편견>을 진득하게 통독하고, 키이라 나이틀리가 열연한 조 라이트 감독의 작품도 진중하게 감상하였다. 원작 소설을 다 읽고 본 영화의 여운은 꽤 깊고 진했다.
18세기 영국의 한적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오만과 편견>은 남녀 주인공의 사랑과 결혼을 다룬다. 영국이 사랑하고 자랑하는 여류작가 제인 오스틴은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힌 남녀 주인공을 통해 인간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시도한다. 나아가 전통성과 근대성이 공존하던 과도기, 전통적 가치관과 개인의 가치가 어긋나 불협화음을 이루던 시대 상황을 풍자가 돋보이는 감각적 문체로 예민하게 포착한다.
다아시로 대변되는 '오만'과 엘리자베스로 대변되는 '편견'이라는 두 세계, 견고하던 두 대립적 세계는 충돌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그 벽을 허문다.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에 대한 사랑으로 오만함에서 벗어나고, 엘리자베스 역시 다아시를 향한 편견을 자각한다. 두 세계가 각자의 모순을 인정하며 서로에게 유연해진다.
딱딱하고 권위적이던 다아시가 엘리자베스 친지들에게 친절한 호의를 베풀고,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진정성과 그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자신을 혁신하여 서로를 수용하면서, 오만과 편견의 세계는 비로소 조화를 이룬다.
로맨스 클리셰의 원조인 <오만과 편견>은 ‘어긋남’에서 ‘하나 됨’으로 나아가는 두 번째 유전자 키의 본질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준다. 두 번째 그림자 ‘어긋남’은 삶이라는 대본에서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이는 우리에게 보편적인 흐름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선사한다.
우리가 나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두려움은 두 번째 그림자에서 나온다. 이 두려움은 우리 자신을 자연과 분리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은 우리를 진실에서 멀어지게 한다. 오만과 편견 등의 ‘어긋남’ 그림자 상태는 인간의 관점일 뿐이다. 모두 생리 작용의 뉘앙스일 뿐이다. 생리가 우리의 인식을 결정하고, 인식은 진화적 주파수를 측정하는 척도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목적이 있다. 혼란을 자초하는 수준의 주파수조차도 궁극적으로 존재 전체 구조의 일부이다. 진화 과정에서 서로 연결된 거대한 계획의 일부가 아닌 것은 일어난 적이 없다. 삶에서 모든 창조물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순간은 단 한 순간도 없다. 잘못된 결정을 내리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도 일절 없다.
이것이 존재하는 모든 이질적 사건을 묶어주는 힘이자 위대한 어머니의 포옹인 2번 진키의 시디, ‘하나 됨’의 시선이다. 이 시선으로 모든 사건과 사람을 돌아보며, 내 고질적 오만과 편견을 물처럼 흘려보낸다. 오리엔테이션 올바르게 잡고, ‘하나 됨’을 향해 유유히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