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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man May 18. 2020

열네 번째 이야기 - 프레디 머큐리 그리고 레만호수 -

여행을 기억하다. 휴먼의 2018 유럽여행

Queen Studio Experience @Montreux #RX100M3


:: 시옹성 Château de Chillon, 로잔 Lausanne 그리고 Freddie Mercury ::


10월의 첫날이자 여정의 마지막 밤이 있는 날.

출국이 다음 날로 다가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참 묘했다.


여정의 마지막은 레만 호수변을 다니며 시간을 보낸 뒤에 퀸의 흔적을 좇아 마무리하는 것으로 정했다.

첫 여정지는 시옹성이다 #RX100M3


스위스의 알프스와 레만호가 한눈에 보이는 시옹성(Château de Chillon).

제네바의 종교 개혁가 프랑수와 보니바르(Franncois Bonivard)가 갇힌 사건을 소재로 쓰인 바이런(Byron)의 시 시옹성의 죄수(The Prisoner of Chillon)로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몽트뢰 시내에서는 201번 버스를 타고 한 번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이 버스는 서쪽인 브베(Vevey)에서부터 오는 버스였다.

버스를 타고 성 근처에 도착하여 입장하기 전에 레만 호수(Lac Léman)와 공존하는 성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주변을 걷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iphoneX


Château de Chillon #iphoneX


Château de Chillon #iphoneX


입구 쪽으로 가니 관광객들이 상당수 있었다. 

입장료는 12프랑 이지만 스위스 패스를 가진 나는 패스를 보여주고 ‘0프랑’이 적힌 티켓과 한국어 가이드 책자를 받은 뒤 찡끗 미소를 보인 다음에 당당하게 들어갔다.

성 안에서 보이는 레만 호수와 알프스 #RX100M3


성의 지하 #RX100M3


시옹성은 9세기에 시옹을 지나는 상인들에게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세워져서 12세기 이후 사보이 가문이 거주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고,

16세기에는 베른 인들이 통치하기도 했다고 한다.


성 내부에는 무기고와 감옥으로 쓰였던 흔적들이 가득했고, 지금의 시옹성을 유명하게 만든 바이런(Byron)의 필체도 존재했다. 

물론 이 필체는 진짜 바이런의 필체가 아니라고 밝혀졌다고 하는데...


이곳에서 밖을 바라보며 갇혀있던 사람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장소였다.


과연 다음의 바이런의 시 한 구절이 적힐 수밖에 없는 그런 곳이었다.


‘쇠사슬에 묶이지 않은 영원한 영혼이여,

지하 감옥의 가장 밝은 곳, 자유여’ - 시옹성의 죄수 중

시옹성의 지하 #RX100M3


성의 위쪽으로 가 보았다. #RX100M3


과거 연회장이 있던 자리 #RX100M3


개인적으로 시옹성은 밖에서 보는 기대감에 비해서 안에서는 그렇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많이 없었다.

죄수들을 동물같이 취급했던 것 같은 몇몇 구조물,

유명 가문의 사람들이 거주하면서 있을 법한 화려한 장식물,

견고하게 보이는 방어벽...


‘유럽 내 어느 성 같이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네’정도의 느낌이랄까.

성은 참 아담했다 #RX100M3


성 밖에서 레만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보였다 #RX100M3


시옹성을 둘러본 뒤 이곳을 올때 탔던 201번 버스를 반대편 정류장에서 타고 다시 호텔로 들어갔다.

조금 휴식을 한 뒤에 로잔(Lausanne)을 다녀올 생각이었다.

호텔에 들어가기 전에 구매한 와인 그리고 맥주 #iphoneX


휴식을 하며 맥주 한잔과 과일을 먹고 마시며 여정을 정리할 엽서를 썼다.

나에게 그리고 지인들에게 한 장 한 장 적어가니 정말 여정이 끝나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다시 로잔으로 가기위해 호텔을 나섰다.

Freddie Mercury #RX100M3


호텔에서 역으로 걸어가며 전날 어두 컴컴하게 만났던 동상을 다시 만났다.

이날 저녁은 이 광장 근처에서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들을 예정이다.


몽트뢰(Montreux) 역 #RX100M3


몽트뢰(Montreux) 역 #RX100M3


몽트뢰(Montreux)를 비롯한 레만호 근방의 마을(도시?)는 산을 끼고 있기 때문에 호수 쪽을 바라보는 곳이 높은 곳에 존재하여 시야가 넓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오전에 방문한 시옹성 같은 곳도 산과 호수 사이를 막아두고 통행세 같은 것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Montreux #RX100M3


로잔으로 가자 #RX100M3


로잔(Lausanne)은 스위스 내에서 큰 도시로 꼽히는 곳으로 올림픽 박물관을 비롯한 여러 관광지가 있는 곳이다.

생수로 유명한 프랑스의 에비앙(Évian-les-Bains) 지역도 이곳에서 배를 타고 갈 수 있다.

레만 호수 #iphoneX


로잔(Lausanne) #RX100M3


로잔에 도착해서 새삼 느낀 점은 전 날부터 인터라켄에서 넘어오면서 독일어가 사라지고 프랑스어가 들린다는 것.

프랑스 국경과 가까운 도시이기 때문에 프랑스어가 주로 쓰이는 것은 물론이며,

마치 스위스 내에서 도시 이동을 하였지만 독일에서 프랑스로 넘어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도시 분위기도 프랑스 같았다는 것이다.

프랑스어 감성이 흘러나오는 ‘Grancy’ 라는 정거장 이름 #iphoneX


로잔에는 스위스의 유일한 도시 철도가 있다. 

로잔 메트로(Métro de Lausanne)라고 불리는 이 철도 시스템은 도시 철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도시 중에서 가장 작은 규모라고 하며 이곳은 M1 / M2의 2개 노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나는 호수변의 우시(Ouchy-Olympique) 역까지 가기 위해서 2008년에 개통한 M2를 탑승했다.


높은 지대를 오가는 도시 철도이기 때문에 고무타이어로 이동한다고 하는데 실제 탑승했을 때는 타이어 같은 느낌은 나지 않았다.

Ouchy-Olympique #RX100M3


큰 도시라고는 하나 로잔의 인구는 10만 정도. 우리나라의 대 도시에 비하면 번잡스럽지도 않고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프랑스 에비앙을 비롯한 여러 호수변 도시로 떠나는 선착장 근처에서 쉬며 시간을 보냈다.

너희들 참 평화롭구나 #RX100M3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아마 프랑스의 에비앙인 것 같다 #RX100M3


레만 호수 #RX100M3


Lausanne-Ouchy 선착장 #RX100M3


프랑스의 국기가 걸려있는 배 #iphoneX


요란한 소리를 내며 출발하는 스위스의 배 #iphoneX


선착장 주변은 몇몇의 단체 그룹 빼고는 인기척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스위스나 프랑스의 다른 호수변의 도시로 떠나는 배가 오가며 타고 내리는 사람들은 꾸준히 눈에 들어왔다.


문득, 이 멋진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고 싶어 졌다.

Lausanne #iphoneX


Lausanne #iphoneX


Lausanne #iphoneX


이날의 하루가 슬슬 저물어 간다.

이번 여정의 마지막 밤이 찾아오고 있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새벽 공기와 만났던 여정의 첫 날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모든 여행자들이 첫 날을 그리워하듯이 나도 그렇게 첫 날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이제 떠날 시간이다 #RX100M3


이날 기준으로 2020 Tokyo Olympic 까지 D-661 이었지만… #iphoneX


이날 기준으로 2022 Beijing Olympic까지 D-1221 #iphoneX


올림픽 박물관이 근처에 있어서인지 2년 뒤의 동경 하계 올림픽과 4년 뒤의 베이징 동계 올림픽까지 얼마나 남아있는지 알려주는 구조물이 있었다.

스위스의 낯선 도시에서 앞으로 계획된 2개의 올림픽 모두가 아시아권이라니… 


라지만, 동경올림픽은 이 기록을 남기는 시점을 기준으로 1년이 미루어졌으니 ‘그만큼 시계가 바뀌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Lausanne #iphoneX


Lausanne #iphoneX


프랑스로 향하는 TGV @Lausanne #iphoneX


3번 플랫폼으로 들어온 IR(Inter Regio) 열차는 출발 시간 17:21에서 10분이 늦게 출발했고,

중간에 브베(Vevey) 역을 지나 20분 만에 나를 다시 몽트뢰로 데려다주었다.

20분은 맥주 한 캔을 마시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iphoneX


해가 점점 지는 듯한 느낌 @Montreux #RX100M3


Montreux #RX100M3


이제 나에게 남은 여정은 프레디 머큐리 동상 근처에서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 것,

그리고 퀸 스튜디오 체험(Queen Studio Experience)을 방문하는 것만이 남아 있었다.


제법 기대가 되는 마지막 여정이었다.

맥주를 마실 장소를 잡았다 #iphoneX


비긴어게인 시즌 1에 등장했던 몽트뢰 #Jtbc #Capture


몽트뢰(Montreux)는 유희열, 윤도현, 이소라, 노홍철이 음악 방랑 여행을 떠났던 예능인 ‘비긴어게인’에서 등장하여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된 곳이지만, 

나에게는 Queen의 프레디가 사랑한 도시로 익히 알고 있던 그런 곳이었다.


퀸(Queen)은 Montreux Mountain Studios(몽트뢰 마운틴 스튜디오)를 찾아 음악 작업을 했고, 이 작고 고요한 마을을 아주 사랑하게 되었다고 하는 그런 이야기.


‘If you want peace of mind, come to Montreux’

‘마음의 평화를 원한다면 몽트뢰로 오라’


그가 친구들에게 자주 한 말이라고 한다.


1991년 몽트뢰에서 앨범 작업을 한 뒤에 런던에 있는 자택에서 숨을 거두고 사후 1995년 ‘Made in Heaven’ 앨범이 발매되었는데, 그 앨범의 재킷 사진은 프레디 머큐리가 자주 찾았던 장터 앞에서 찍은 것.

그가 사망한 지 5년 뒤인 1996년 청동으로 제작된 그의 동상은 ‘Made in Heaven’의 앨범 재킷을 그대로 본떠 만들어진 뒤 지금은 이 마을의 일부가 되어있었다.


나도 마음의 평화를 얻고자, 그리고 여정을 정리하고자 이곳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가 사랑한 도시에서 그의 음악을 들으며 말이다.


인기척이 적으니 더 고요한 광장 #RX100M3


Freddie Mercury @Montreux #RX100M3


Freddie Mercury @Montreux #RX100M3


Freddie Mercury 그리고 나 #RX100M3


준비한 맥주를 다 마시며, 음악을 들으니 이 마을의 고요함에 더욱 빠지는 것 같았다.

발걸음을 그가 음악을 녹음했던 ‘Queen Studio Experience’로 옮겼다.

몽트뢰 카지노안에 있는 ‘Queen Studio Experience’ #RX100M3


그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남긴 흔적 #RX100M3


몽트뢰 카지노(Casino Barrière Montreux)에 있는 마운틴 스튜디오(Montreux Montain Studios)는 프레디 머큐리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전시관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가 썼던 필적,

그가 입었던 옷,

그의 고뇌,

그의 음악,


그가 음악을 만들었던 스튜디오 까지...


이 날 방문객이 거의 없어 혼자 이 공간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과 여유가 주어져 더욱 좋았다.

Queen Studio Experience #RX100M3


Queen Studio Experience #RX100M3


Queen Studio Experience #RX100M3


Queen Studio Experience #RX100M3


Queen Studio Experience #RX100M3


Queen Studio Experience #RX100M3

No God

No Devil

No Hell

No Heaven

No Black

No White


Queen Studio Experience #iphoneX


Queen Studio Experience #RX100M3


Queen Studio Experience #iphoneX


Queen Studio Experience #RX100M3


Queen Studio Experience #RX100M3


퀸의 과거 앨범을 한눈에 볼 수 있었던 그곳.

내가 아는 퀸의 음악이 귓속에서 들려오는 듯하다.


전시관 곳곳에는 음악을 바로 들을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크지 않은 전시관이었지만 나 같이 퀸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랫동안 감상하고 나올 만한 그런 곳이었다.

Queen Studio Experience #RX100M3


Queen Studio Experience #RX100M3


Queen Studio Experience #RX100M3


Queen Studio Experience #iphoneX


Queen Studio Experience #RX100M3


전시관의 하이라이트는 스튜디오 체험실이었는데 퀸의 몇몇 곡을 플레이하면서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며,

몇몇 패널을 조정하여 개인의 구미에 맞는 퀸의 노래를 감상할 수 있었다.


방문객도 거의 없는 김에 전시관의 내부에서 구비해둔 모든 곡을 재생하며 들어보았다.


마치 그 당시의 프레디 머큐리가 된 것처럼 말이다.

Queen Studio Experience #RX100M3


이 장소에서 들을 수 있는 곡은 총 네 곡이었다.


Made in Heaven에 수록되어 있는 ‘Made in Heaven’과 ‘Mother Love’

그리고 Jazz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Bicycle Race’와 The Miracle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The invisible man’이었다.


프로듀서가 된 것처럼 이 앨범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고, 올라오는 감흥을 억누르고 전시관을 빠져나왔다.

Queen Studio Experience #RX100M3


전시관을 나오자 이제 오늘의 마지막 밤도 몇 시간이 남지 않았다.

그럴싸한 바를 찾아 여정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내일의 출국을 위해 짐을 준비를 해야 하기에 더 이상의 모험을 할 수가 없었다.


스튜디오에서 멀지 않은 호텔로 돌아가는 길.

작은 바 하나가 눈에 들어와서 한잔을 더 하고 들어가기로 맘먹었다.


바에는 나 빼고는 동네 주민처럼 보이는 이들이 있었는데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그들과 잠시 말을 섞으며 외롭지 않게 맥주를 마실 수 있었다.

이방인인 나와 기꺼이 한잔을 같이 했던 이 동네 주민 #iphoneX


불어를 하면 참 좋았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iphoneX


사장님도 한 컷 #iphoneX


흔한 맥주를 파는 작은 가게, 통성명도 필요 없는 분위기 그리고 말 한마디 통하지 않았지만 하루를 마무리 하기에 충분했다.

이걸 세병 마셨던가 #RX100M3


2018년 유럽여행의 마지막 밤.


프레디 머큐리가 사랑한 레만 호수변을 다니고, 

그의 흔적이 남아있는 광장에서 레만호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으며,

그가 음악을 만든 스튜디오에서 잠시 그와 같은 생각을 해 보았던 오늘의 여정.


수많은 여행자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날만큼은 더더욱 ‘목적’에 맞는 여행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목적이 ‘음악’이라서 더 좋았던 이 날 하루.


출국을 위한 짐을 정리한 뒤 사둔 맥주를 마시며 지난 여정의 아쉬움을 정리하느라 잠을 설쳤던 이 날 밤.


여행을 마무리 할 마음의 준비를 하며 그렇게 잠에 들었다.


‘If you want peace of mind, come to Montreux’


2018년 휴먼의 유럽 여행 No.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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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in He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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