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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우정 Jul 29. 2024

보여야 치운다.

카매트에 대한 짧은 생각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내용이 알차고 좋으면 겉모양도 보기가 좋다는 속담이다. 내용 못지않게 겉모양을 잘 꾸미는 것도 중요하다는 뜻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그럴 것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엔 좋겠지만 건강에도 좋을까? 매번 건강만 따지며  먹을 것을 가릴 수는 없겠지만,  보기 좋은 떡이 건강에는 안 좋을 수도 있다.


떡으로 비유했지만 우리 주변의 사물과 사람에게도 적용해 생각해 볼거리가 있다. 겉보기에 깨끗해 보이는 침대 매트리스도 자세히 보면, 집먼지 진드기, 각질, 머리카락 등으로 오염되어 있다. 정말 잘생긴 사람이 인성은 형편없을 수도 있으니까.


자동차의 외부는 비싼 차, 싼 차, 신차, 중고차, 큰 차, 작은 차를 가릴 것 없이 깨끗하면 보기에 좋다. 비싼 차의 외부가 더럽다고 해서 가격이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깨끗한 차가 보기에도 좋다. 자동차 내부를 봐도 그렇다. 깨끗한 내부가 보기에도 좋고 기분도 상쾌하게 해 준다.


다음은 내부 세차를 한지 오래된 차를 탑승할 때 진행되는 상황이다.


'운전석을 열고 오른발을 내부로 내딛으려 하는데 이상한 냄새가 난다. 그러려니 하고 자리에 앉으려 시트를 보니 좌석 주름에 모레알과 먼지가 가지런히 박혀 있다. 대충 손으로 치우고 자리에 앉는다. 들고 온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컵홀더에 꽂으려 하지만, 컵홀더에는 이미 사탕과 사탕껍질과 볼펜과 영수증이 자리를 잡고 있다. 급한 대로 한 부분을 비워내고 컵을 꽂으려 한다. 얼핏 보니 컵홀더 바닥이 전에 흘린 커피 자국으로 얼룩져 있다.  못 본척하고 아메리카노를 꽂는다.


시동단추를 누르고 에어컨을 켜니 송풍구에서 먼지가 '확'  뿜어져 나온다. 급히 창문을 내리며 '환기가 되겠지'하며 핸들을 잡는다.  얼굴 쪽으로 먼지가 나오는 것 같아서 바람이 나오는 방향을 발 쪽으로 바꾼다. 송풍구의 바람은 바닥을 향했고, 거기에는 카매트가 있다. 그 카매트 모습은 다음과 같다.



매일 차를 타며 발바닥을 털어내진 않는다. 그러니 브레이크페달과 액셀페달에는 흙먼지가 묻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바닥매트에도 눈에 보이는 먼지와 모레와 흙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가 있다. 바람의 방향을 바닥으로 하면? 브레이크와 액셀을 타고 바닥매트를 지나 내 다리가 시원해진다.


송풍구에서 나온 바람은 아래쪽으로 나와 이리저리 휘몰아치다가 위쪽으로 올라온다. 바람은 바닥의 여러 가지 먼지를 몰고서 코를 통해 폐로 이동한다. 그걸 마시며 재채기나 마른기침을 한다. '사레가 들었나?' 하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이 1달, 2달, 3달... 1년? 동안 이어진다.(진짜 1년에 한 번 세차하는 사람도 있다.)


내부세차를 시작할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바닥매트를 밖으로 옮기는 것이다. 한 곳에 모은 바닥매트는 청소기로 먼지를 제거한다. 먼지를 털어낸 바닥매트에는 아직 찌든 때와 알 수 없는 음료의 얼룩이 남아있다. 다시 고온고압(180도, 10 바)의 스팀을 분사하여 세척한다. 바닥 매트를 자주 청소하다 보니 내 나름대로 바닥매트의 순위가 매겨졌다.


내 기준의 재질별 바닥매트의 순위는

순정매트  >  벌집매트  >  고무매트  >  코일매트 순이다.

(솔직히 코일매트는 순위에 넣고 싶지도 않다.)


차를 구입하면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게 순정매트다. 카펫 타입으로 직물소재로 되어있다. 차 안의 수많은 먼지와 신발에서 떨어지는 흙과 모레 등을 흡착해 냄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물세척을 하면 건조시간이 필요하다. 장점이자 단점은 오염상태를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오래전에 홈쇼핑에서 방송 후 인기를 끌게 된 매트가 있는 데 일명 '벌집매트'다. 윗면과 아랫면이 밸크로로 붙어있고 위에서 떨어진 먼지, 모레, 과자부스러기가 벌집 사이에 잡히게 된다. 자주 치운다면, 위생면에서 가장 뛰어날 수 있는 매트다.


드물게 보는 것이 알루미늄매트다. 이 매트는 먼지를 흡착하지 않아서 세균 번식이 되지 않는 장점이 있으나 무게가 무겁고 비 오는 날 탑승 시 미끄러울 수 있다. 


다음은 고무매트다. 대체로 영업용 차량인 택시나 트럭에 주로 사용된다. 청소가 간편한 장점이 있지만, 관리를 게을리하면 고무표면이 변형되어 미관상 보기 안 좋을 수  있고, 폭염 시에는 고무냄새가 날 수 있다.


정말 많은 차주가 좋아라 하고 사용하는 매트가 있는데 바로 코일매트다. 고객님들은 좋아할지 모르지만 내부세차하는 내 입장에서는 제일 싫어하는 매트다. 고객들이 왜 좋아할까 생각해 보니 발로 밟으면 푹신한 느낌이 들고 겉보기에 깨끗해 보여서 인 것 같다. 결정적으로는 자동차 딜러가 차구매 시 서비스랍시고 깔아주는 것 같다.


코일매트는 억센 플라스틱이 스프링처럼 휘어져 촘촘하게 얽혀있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바닥이 보이지 않아서 겉보기에 깨끗해 보인다. 순정매트는 하루만 지나도 흙먼지가 보이는데 코일매트로 바꾸니 보이지 않는다. 그 많은 흙먼지 들은 어디로 갔을까


보이지 않지만 없는 것은 아니다. 억센 정글로 들어가서 숨어있을 뿐이다. 한번 들어간 모레, 흙먼지, 음료, 각종 미세 쓰레기가 절대 나오지 않는다. 뒤집어서 발로 꾹꾹 밟으면 흙먼지가 나오지만 다 나온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겉보기에만 깨끗해 보인다. 보기 좋은 카매트가 건강에는 안 좋은 경우다.



내부 클리닝을 하는 내 입장에서는 순정매트가 제일 좋다. 청소하기 편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고객에게도 순정매트를 권한다. 이게 좋다. 저게 좋다 해도, 순정매트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한다. 벌집매트나 코일매트는 자기가 얼마나 더러워졌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그나마 벌집매트는 밸크로를 분리하면 보여주지만 코일매트는 그마저도 거부한다. 순정매트는 더러워지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차주에게 말을 건다.


'이래도 세차 안 하세요?'


보이지 않는 더러움은 겉보기에나 좋을 뿐, 건강과 위생에는 나쁘다. 보여야 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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