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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Jan 05. 2020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진짜일까

[내가 만난 휴먼 디자인]10. 세트장 밖으로 탈출한 트루먼처럼

■ 우린 시스템의 꼭두각시가 되도록 훈련받았다                                                                                                                

1990년대 후반 개봉된 짐 캐리 주연의 영화「트루먼 쇼」를  봤다. 주인공은 집과 회사를 시계추처럼 오가는 평범한 30대 보험 회사원이다.


태어날 때부터 24시간 일거수일투족을 전 세계 사람들이 지켜볼 수 있도록 세팅된 완벽한 시나리오 속에 던져진 주인공. 평생의 절친, 같은 침대를 쓰는 아내 모두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연기하는 배우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것이 진실된 삶이라 여기며 성실히 살아간다.


「트루먼 쇼」는 자신도 모른 채  그렇게 세트장 안에서 살아가던 주인공이 진짜 삶을 찾아 세트장 밖으로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린 가슴 찡한 영화다.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던 어느 날, 자신을 둘러싼 모든 상황에 의심을 품게 된 주인공은 자신의 인생이 누군가에 의해 짜인 각본임을 알아챈다. 그리고 목숨을 걸고 세트장을 탈출을 시도해 설정된 쇼에서 벗어나 진짜 삶을 찾아 나선다. 트루먼의 이름은 true-man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 영화는 마치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반영한 거울과도 같아 보인다. 휴먼 디자인 개념을 빌리면, 내가 보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균질화'라는 거대한 세트장에 갇혀있는 '낫셀프' 세상이다.


우리는 거대한 기계 속 시스템의 꼭두각시가 되도록 훈련받았다. 우리는 대량 생산시대의 이름 없는 톱니바퀴로 사는 틀에 박힌 방식에 너무나 깊게 길들여졌다. 나도 그렇다. 우리는 시스템의 모든 규칙을 따르는 대가로 얻는 유혹에 환호하고 열광한다.


■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진짜일까   


우리나라는 회유, 협박, 세뇌 등 유독 사회적 압박이 거세다. 지금의 나에게는 이 사회 자체가 거대하고 답답한 세트장 같아 보인다. 그리고 이 거대한 세트장에서 가짜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도 함께 보인다. 자신이 가짜 인생을 살아가고 있음도 인식하지 못한 채 세트장이 주는 안락함에 취해 살았던 트루먼처럼 말이다.


이러한 세상을 보는 것이, 이러한 세상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가끔씩 숨이 막힌다. 이 안락해 보이는 세트장이 세트장인걸 막상 알아채고 보니 더 그렇다.


벗어나고 싶어서 안간힘을 쳤던 트루먼처럼 아등바등 거려 보지만 여간해서 탈출이란 게 잘 되지 않는다. 이 사회가 유지되도록 치밀하게 설계된 세트장의 벽이 너무 견고하게 두텁고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사는 세상이 진짜일까, 내가 느끼는 것이 진짜일까에 대한 의심조차 품지 않는다.  간혹 세트장 안에서 이런 의심을 내보이기라도 하면 입을 다물라는 따가운 시선과 넌 떠날 수 없을 것이라는 협박 섞인 경고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종종 의심을 품고 세트장 밖을 상상해보긴 하지만, 세트장 밖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너무 두려워 다시금 시나리오에 순응하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는 의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점점 무기력해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트장의 부속품인 엑스트라의 삶을 살아간다.       

  

 ■ 세트장 밖을 나간 트루먼처럼                                                                                                           

내 하루의 대부분 역시 트루먼이 그랬듯이 세트장 안에서 잠들어있는 것 같다.  


이 세상이 우리에게 강요한 이  거대한 '쇼'.  하늘, 태양, 바다, 달까지 완벽하게 만들어놓은 세트장을 웬만해서는 알아채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알아채고 나면 분명히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화려한 조명과 음악이 우리로 하여금 무언가를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도록 우리의 눈과 귀를 막고 있었음도 알 수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지금껏 우리는 잠이 든 채 긴 꿈을 꾸어왔다고. 이제 깨어난 채로 꿈을 즐길 때가 왔다고.


깨어난 채로 꿈을 즐기는 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볼 수 있다. 목격자다. 목격자는 이 세트장 안에서 연기하는 수많은 배우들을 보고 즐길 수 있다. 목격자는 그렇게 세트장 밖으로 탈출할 수 있다.


휴먼 디자인의 제1의 목적은 이런 식으로 승객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고 경험하는 소위 승객의식이다.


꿈을 꾸지만 깨어서 꿈을 꾸고, 흠잡을 데 없이 행동하면서도 초연하며,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을 경험하면서도 그것에 빠지지 않고 고요히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세상이 고통스럽고 힘겹다고 회피하는 일도 결코 없다.  


하하. 깨어있으나 잠들어있으나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왕이면 깨어있는 의식으로 살아가고 싶다.


이제 지금까지 시스템을 따르는 대가로 환호했던 바로 그 방식에 의심을 품어볼 때가 왔다. 그러면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각본이 나를 위한 각본이 아님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면  세트장 너머에 우리 앞에 놓인 또 다른 길이 보일지도 모른다. 세트장을 탈출한 트루먼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용기 있게 진짜 삶을 살아보고 싶다. true-man이 되어보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 그렇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용기를 내어 보라고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싶다.


나와 당신의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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