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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Jan 10. 2020

혼자 살아도 괜찮아

[내가 만난 휴먼 디자인]11. 꽤나 충격적인 변화의 흐름

■ 한국에서 싱글로 살아가는 스트레스에 대해


난 40대 초중반을 살아가는 싱글 여성이다. 자연스럽게 기혼자보다 대화 소재가 비슷한 싱글과 어울리게 된다. 같은 연령대의 지인들이 자녀 양육, 남편, 아내, 시댁에 대해 떠는 수다에는 도무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죄다 싱글이다. 그리고 모두 썩 괜찮은 사람들이다. 결코 어디가 부족하거나 모자라서 결혼을 못한 사람들이 아니다.


어쨌든 대부분의 싱글들이 갖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결혼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으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수용되는 분위기이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결혼을 하지 않거나 못한 사람은 뭔가 모자라거나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싱글인 나의 결혼 문제는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단골 소재거리다. 대한민국에서 나이가 차고도 넘친 싱글 여성에게 '올해는 꼭 시집가라'는 언어적 폭력은 마치 '밥을 먹었냐'는 인사만큼이나 내가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만 하는 커다란 스트레스 중 하나였다.


그 지독한 편견과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얼마나 개인의 삶을 무겁게 짓누르는지 아마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최근에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난 이런 말도 들었다. '지금 시집 안 가면 저 언니처럼 된다'.


결혼이 삶의 절대적인 의무라고 생각하는 거대한 사회적 압력 속에서 당연히 나도 결혼을 할 뻔한 적도 있었고, 하고 싶은 마음이 든 적도 있었고, 결혼하라는 주변 사람들의 입을 어떻게 하면 틀어막을 수 있을까 고심하다가 '그냥 할까'  했던 수많은 순간들이 있었다. 결정적으로 아직까지 난 결혼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너무 단순하다.  결혼이란 건 도대체 무엇인가? 결혼은 왜 해야 하는가? 수백 번 수천 번 자문자답한 결과 항상 똑같은 답으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남들이 하니깐'


적어도 이런 맘으로 결혼을 해서는 안 되겠구나라는 느낌이 내게 너무 강했고, 적어도 삶의 수단으로써의 결혼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결혼에 대한 나의 이런 생각은 사회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나 다름없었고, 가족은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지지는 고사하고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싱글에 대한 부정적 편견은 존재한다. 특히 유교적 관념으로 인해 가족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한국사회는 아직도 사회적, 심리적으로 결혼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글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대세다

그러나 현실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최근 발행된  책  「혼자 살아도 괜찮아」는 방대한 데이터와 예시를 기반으로 싱글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대세임을 피력했다.


유독 싱글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강한 한국사회에서 싱글로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나와 같은 모든 싱글들의 삶을 응원하는 든든한 지원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책 「혼자 살아도 괜찮아」는 이 사회가 정책적, 제도적으로 싱글에게 불리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싱글 라이프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말한다. 또한 미래시대는 싱글이라는 키워드를 빼놓은 국가, 기업, 개인은 생존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을 정도로 앞으로 1인 가구의 수는 압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렇다. 1인 가구의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럽의 주요 1인 가구 비중은 이미 50%를 넘어섰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9년에는 이미 1인 가구의 비중이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비중을 넘어섰다. 비단 30~40대뿐 아니라 50~60대 1인 가구의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결혼한 후에도 별거, 사별, 이혼 등으로 싱글 라이프를 살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비단 결혼을 안 한 미혼뿐 아니라  별거, 사별, 이혼으로 인해 혼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싱글이라고 칭한다. 저자는 일찍 싱글이 되느냐, 나중에 되느냐의 시간문제일 뿐,  결국 누구나 싱글라이프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고 말한다.


■ 지금의 이 흐름은 꽤나 충격적 변화다


결혼 등을 통해 공동체를 일구어 살아가는 일은 오랜동안  인류가 사는 삶의 정석과도 같은 방식이었다. 우리 사회의 모든 제도와 정책은 아직까지도 이를  굳건히 지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1인 가구, 혼밥, 혼술 등의 용어가 어느 정도 익숙해진 터라 우리는 무심코 이런 말들을 쉽게 내뱉지만, 그동안 인류가 살아온 삶의 방식과 비교하면 지금의 이 흐름은 꽤나 충격적인 변화다. 1인 가구가 대세가 되는 현상은 우리 사회의 주류를 차지했던 가족 중심의 두텁고 견고한 사회적 장벽이 무너지는 일이자  그 거대한 압박을 뚫고 거스르는 일이다. 그렇기에 지금 사회문제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저출산 또한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다.


지금 이 사회가 얼마나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지 보고 있는가?


■ 왜 개인화의 흐름이 도래하는가

책  「혼자 살아도 괜찮아」는 싱글이 대세가 된 10가지 요인을 설명한다. 1) 인구통계학적 변화, 2) 여성의 역할 변화, 3) 이혼에 따른 위험 회피, 4) 경제적 요인, 5) 소비주의와 자본주의적 요인, 6) 교육, 7) 종교적 변화, 8) 대중문화와 언론, 9) 도시, 10) 이민이다. 이 10가지 요인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싱글 현상을 가속화한다고 한다.


이 거스를 수 없는 개인화의 흐름에 대해  휴먼 디자인도 그 원인을 설명하고 있으니 한 번 귀 기울여 보자.


휴먼 디자인에는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사이클(global cycle)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에 따르면 지금 우리는 1615년부터  약 412년 동안 지속된 '계획 크로스(cross of planning, 1615~2026)'에 살고 있다.


'계획 크로스'의 테마는 공동체, 정부, 종교, 가족 등으로 대표되는 거대한 '조직화(organizing) ', '통합(integrating force)'이다.  이 크로스에서 학교, 기업, 정부, 우체국, 은행, 종교 등의 거대한 시스템이 구축됐고, 우리는 시스템의 규칙을  잘 따르면  돌봄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이후다. 이제 곧 2027년이 오면  412년간 지속됐던 계획의 크로스가 끝난다. 2027년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글로벌 사이클은 '잠자는 불사조의 크로스(cross of sleeping phoneix, 2027~2438)'다.  이 사이클의 테마는 '내 앞에서 꺼져, 난 바빠'를 외치는  극단적 '개인'이다.


휴먼 디자인은 앞으로는 지금껏 우리가 누렸던 협력, 돌봄, 애정이라는 공동체의 혜택이 모두 사라지고, 오로지 자신만의 일을 하면서 자기 자신만을 돌보기에 너무 바쁜 이기적인 개인들의 시대가 온다고 말한다. 정부나 교회와 같은 기관들이 붕괴되기 시작하거나 힘을 잃게 되며, 소수가 독점했던 미디어 권력은 개인으로 이동한다고 말한다.


그야말로 개인의 시대, 싱글 라이프의 시대다.  


■ 급기야 자신을 믿고 신뢰하고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싱글 라이프다


1인 가구는 단순히 많아지는 추세를 넘어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미 대세가 된 국가도 있다.


책  「혼자 살아도 괜찮아」의 저자는 싱글을 미혼뿐 아니라, 결혼 후 사별, 이혼, 별거 중인 사람들까지 포함시켰지만, 나는  미혼, 기혼 여부를 떠나서, 인간의 삶 자체가 싱글 라이프라고 정의하고 싶다.


인간은 누군가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궁극적으로  결국 혼자 이 세상에 태어나서 혼자 죽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모든 사람은 지독한 혼자가 되며 그 순간에는 누구든지 싱글 라이프를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싱글 라이프는 단순히 미혼의 삶이 아니다. 마냥 개인주의적이고 마냥 이기적이기만 한 삶도 아니다. 더불어가는 삶 속에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는 삶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싱글 라이프는 결혼 여부를 떠나, 스스로의 가치관을 존중하고 그것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다. 스스로를 믿으며 그것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을 스스로 존중하는 것이다.


그래서 급기야 자신을 믿고 신뢰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진정한 싱글 라이프라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온 대부분의 날들처럼, 이젠 더 이상 남들과 같아지기 위해 또는 남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


이제는 오랫동안 우리의 삶을 지배해온 두터운 고정관념의 층을 뚫고 그 너머를 봐야 한다. 이 시대가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 그 흐름은 어떤 방향인지, 그것이  얼마나 충격적인지를 촉각을 곤두세워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 각 개인은 하루라도 빨리 미래를 준비해나가야 한다.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사실뿐임을 알아야 한다.


나와 당신의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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