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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Jun 26. 2020

결혼은 메커니즘이다

[내가 만난 휴먼 디자인]15. 결혼에 대한 색다른 관점

 대관절 혼이란  무엇이길래                                                                                                                    


회식을 했다. 상사가 날 보며 묻는다. '넌 왜 결혼을 안 하냐?' 옆자리에서 그 소리를 듣던 동료 한 분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묻는다. '어, 결혼 안 하셨어요? 아니, 왜요?' 나에 대한 안타까움과 씁쓸함이 가득  묻어나는 말투였다.


이런 상황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그리고 내가 지겹도록 겪어왔고 겪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때마다 늘 생각했다.  


'대관절 결혼이란 게 무엇이길래...'


사회적으로 결혼에 대한 큰 압박을 받고 있는 미혼 여성으로서, 비혼주의는 아니지만 그저 결혼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미혼여성으로서, 그리고 결혼은 의무가 아닌 선택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미혼여성으로서, 난 아주 오래전부터 결혼이란 게 도대체 무엇인지 줄곧 궁금했었다.


특히나 평생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마치 희생 제물로 바쳐진 듯 살아가는 착하디 착한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일방적으로 아빠의 원칙에 굴복하며 절절맬 수밖에 없었던 우리 가족들을 보면서, 이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엄마를 보며 그 궁금증들은 더해만 갔다.


그래서 난 누군가에게 늘 묻고 싶었다.


결혼은 무엇입니까? 결혼이란 건 왜 생겨났습니까?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입니까? 결혼을 왜 당연하게 생각합니까?


대부분은 이런 질문이 귀찮다는 듯 '애 낳고 지지고 볶고 사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또는 '다들 그렇게 사는 것이다'라고 대충 퉁치며 답했고, 누군가는 결혼이란 건 농경시대에 가족단위로 일하며 경제적 효율을 높일  필요로 나타난 것이기에 지금처럼 IT가 발달한 글로벌 시대에는 경제적 측면에서 그리 효율적이지 못한 제도라는 그럴싸한 설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문자 그대로 '결혼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이 적힌 책을 읽어도 단지 표면적인 현상에 대한 설명에 그칠 뿐 뿌리 깊은 내 의문을 해소해 줄 수는 없었다.


이런 내게 휴먼 디자인이 말하는 결혼에 대한 관점은 세간의  여느 진부한 정의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리고 내 오랜 궁금증에 답답해진 가슴을 뻥 뚤리게 할 정도로  세간의 여느 정의보다 근본적이었다. 

                                              

 ■ 결혼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결혼을 두고 '사랑'이라 말한다. 그러나  휴먼 디자인에서 말하는 결혼은 '메커니즘'이다.


결혼 자체도 메커니즘일뿐더러 결혼 관계에서 발생되는 모든 어려움, 고통들도 메커니즘에 기인한다. 또한 현재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결혼이 그토록 자연스러운 현상이 된 것 또한 메커니즘에 기인한다.


메커니즘을 알고 나니 모든 게 이해가 된다. 콩깍지가 벗겨지기 전에 결혼한 커플들이 오래도록 행복하지 못한 이유가 뭔지, 내 생의 반쪽이라 여긴 상대에 대한 달콤함은 왜 그리 지속되지 못하는지, 결혼생활에는  왜 그렇게 막중한 책임과 역할이 뒤따르는 건지, 또한 이혼은 왜 그렇게 쉽지 않은 건지.


이제는 누군가 내게 '결혼이란 게 도대체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 같다.


결혼은 메커니즘입니다. 결혼은 심각한 계약입니다. 결혼은 끈끈한 부족 법칙입니다.


 ■ 결혼은 결국 '관계'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결혼에 대한 거대한  압박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점차  그 정도가  확실히 느슨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휴먼 디자인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 역시 메커니즘에 기인한 현상이다.


바야흐로 단순 결혼 여부를 떠나  어떤 유형의 관계를 맺을지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이 강화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관계적으로 결혼 말고도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많아진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결혼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관계' 자체가 중요하게 된다. 그리고 이쯤에서 관계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상투적인 말일지 모르나 결국 관계의 시작은 나 자신이다.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나 자신과의 관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무엇을 선택할 수 있고, 그 누구와 제대로 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결혼을 하든, 이혼을 하든, 동거를 하든, 다자간 연애를 하든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 무엇을 하려거든 우리는  먼저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제대로 맺어야 한다. 그 후에야 어떤 선택이란 게 의미가 있어진다.    


왜 결혼하지 않느냐는 세간의 질문은 지금의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에겐 이것은 하등 별 볼 일 없는 질문일 뿐이다.


지금의 난 그저 나 자신에게 솔직하고 싶고, 나 자신에게 떳떳하고 싶고, 나를 진정 사랑해보고 싶다. 나 자신과의 관계를 잘 맺어보고 싶다. 이것이 지금의 내게 그 무엇보다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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