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lly Nov 24. 2020

원래 삶은 쉽지 않아 (인간 발전의 본질)

[처음 보는 메커니즘]17. 인간 경험의 길  ④

(이전 글 : 인간 경험의 길 ① 콜럼버스의 꿈)

(이전 글 : 인간 경험의 길 ② 기지 않고 걷는 아기(성숙의 조건))

(이전 글 : 인간 경험의 길 ③ 왜 죽으면 안 되는 거야(고통에서 발견하는 삶의 의미))


■ 내가 걸어온 점들의 의미    


내년 1  이사를 앞두고 있는 , 요즘 틈나는 대로 묵은 것을 치우고 정리하고 있다. 최근 2~3년간 사용하지 않은 처분한다는 나름의 원칙을 정하긴 했지만 무언가를 버린다는  그리 쉽지가 않다. 그래도 과감히 버려지는 오래된 편지들, 옷가지들, 가방,  등을 보고 있으면 속이 너무 후련해진다.  


청소하던 중 종이박스에 고이 모아둔 사원증 몇 개를 발견했다. 내 생활의 전부와도 같았던 회사생활의 기억들이 사원증 너머로 스물스물 올라왔다.   


 2000년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중간에  번의 퇴사 이후에 갖은 휴식기간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햇수로 18년이 조금  되는 직장경력이 있다. 돌이켜보니  끝이 괜스레 찡해온다. 아마도 나름 녹록지 않았던 순간들을  견뎌온 시간들을 몸이 기억하는 듯하다.


 직장은 사기업이었다. 부서이동을 여러 차례 하며 같은 회사에서 11년을 근무했다. 11년을 근무하니  곳에서 내가 해야  것은    느껴졌다. 무기력한 생활이 이어졌고 변화가 몹시도 간절했다. 그러던 와중에 그룹 차원에서 신규사업을 공격적으로 출범시켰다.   11 동안 축적한 경력 덕분에  기회를 잡을  있었다. 그렇게  자리를 옮겨 비영리재단에서 5년을 일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고 힘들기 그지없었다. 기존에 이미 일하고 있던 동료들과의 관계, 사람, 시스템, 조직문화  어느  하나 편한  없었다.  1 동안은 내일이 오지 않기를 기도하며 울면서 잠자리에  정도였으니깐. 어쨌든  그렇게 사기업과 비영리재단의 경험을 통합시키는 귀한 자산을 얻을  있었다.


그렇게 16년을 일한 난 번아웃이 됐고 자발적으로 퇴사를 했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꽤나 긴 휴식기를 갖었다. (다행히도 그동안 벌어놓은 돈으로 일정한 수입 없이 버텨낼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사기업도 비영리재단도 아닌 정부조직에서 일하고 있다. 나름 나에게는 굉장히 큰 변화다. 이 곳 역시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모든 것을 새롭게 익혀야 했던 첫 3개월은 눈이 빠질 정도의 극심한 두통이 빈번히 찾아왔고, 스트레스 탓에 단기간 내 흰머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전에도 그랬듯 시간이 지나면 이 어려움들이 자연스레 해결될 것임을 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16년 동안 여러 조직에서 일해온 경험이 지금 이 새로운 곳에서 일할 수 있는 튼실한 기반이 되어주고 있음도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곳에서의 고생스러운 경험 역시  훗날 어떤 식으로든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임을 알고 있다.   


우리는 앞을 예견할 수는 없지만 뒤를 돌아보게 되면 내가 걸어온 점 하나가 어떻게 선으로 연결되는지, 그래서  내가 걸어온 점들의 의미를  알 수 있다는 故고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 원래 삶은 쉽지 않아    

변화란 것은 근본적으로 불편한 일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시작은 늘 두렵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낯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의 중간에 빠져나오지 않고 시작한 것을 제대로 끝낼 수 있다면, 더 이상 새로운 그 시작은 계단의 밑바닥이 아니다. 아마도 이전에 이미 밟고 선 계단 이후의 어디쯤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인간은 과거의 것을 넘어 발전하고 성장한다.


휴먼 디자인은 이것을 '성숙'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성숙을 위해서는 시작한 것을 제대로 끝마쳐야 한다고 말한다. 결코 제대로 된 마무리 없이 함부로 중간에 빠져나와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이것이 인간 발전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난  이것을 '인내'라고 요약하고 싶다. 인고의 시간 끝에 맛볼 수 있는 인생의 단 맛은 충분히 인고의 시간을 인내한 사람들만의 몫임을 알고 있다.


인생이 왜 이렇게 힘드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난 이렇게 대답해주고 싶다. 그리고 인내가 절실하게 필요한 지금의 내게도 다시 들려주고 싶다.


'원래 삶은 쉽지 않아'       


(다음 글 : 인간 경험의 길 ⑤ 마음의 창틀을 바꾸다(진보의 첫걸음))

(다음 글 : 인간 경험의 길 ⑥ 코로나 한복판에서 맞는 연말연시(멈춤을 통해 앞으로))


                                










매거진의 이전글 왜 죽으면 안 되는 거야(고통에서 발견하는 삶의 의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