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십]01. 관계란 무엇인가 ①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가장 큰 기쁨이자 동시에 어려움이 되기도 하는 '관계(partnership)'. 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하나 있다.
'왜 관계 인가?
이 질문과 관련해서 내가 무척 공감하고 있는 말이 하나 있다.
'인생은 내가 만나는 사람의 총합이다'.
경험적으로 내가 보낸 지난 시간들을 곱씹어보면 지금까지 '내 삶'이라고 불릴 수 있을 만한 것들은 내가 만난 사람들과 공유했던 경험들의 '총체적 합'이었음이 너무 자명하다. 또한 되돌아보니 이 땅 위에 살아가는 무수한 생명체 중, 오직 '인간'만이 다른 사람들과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인간 경험의 길(human experiential way)'을 걸어간다는 것 역시 너무 명확하다.
피로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난, 가끔씩 나를 에워싸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 살아가는 것이 너무 고단해서, 바다가 눈 앞에 훤히 보이는 아무도 날 찾지 못할 법한 어딘가쯤에 아름다운 별장을 짓고 편안하게 혼자 살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 적도 많고, 실제로 그런 풍경을 자주 상상해보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불러도 대답 없는 바다와 단 둘이 지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사실 평생을 그렇게 홀로 살아갈 내공이 내게 있는 것도 아니다. 다소 극단적이긴 하나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4년 동안 아무도 없는 섬에 표류되어 홀로 처절하게 생존하는 모습이나,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마션」에서 물 한 방울 없는 화성에 홀로 버려져 극한의 절망에 내몰려진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 인사 조차 나눌 상대도 없이 외딴섬에 뚝 떨어져 홀로 존재하는 인간에게 인간다운 삶이란 결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추측해 볼 수 있다.
왜냐면 우리가 말하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맛볼 수 있는 어떤 풍미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간 경험의 길'을 걸어가게 되는 인간이라는 종의 특성상, 인간은 애초부터 혼자 살 수 있게 설계된 존재가 아님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왜 관계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사람은 이 땅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누군가와 만나고 연결되는 경험의 길 위에서 기쁨과 슬픔, 희망과 고통, 기대와 상실 등의 온갖 감정, 느낌, 욕망들을 느끼고 나누면서 '성장'하고 '성숙'하도록 설계된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답이 되지 않을까 한다.
(다음 글: 관계란 무엇인가 ② 우리는 누군가와 연결되도록 디자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