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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Dec 30. 2020

남녀관계의 메커니즘

[파트너십]03. 관계란 무엇인가 ③

(이전 글 : 관계란 무엇인가 ① 왜 관계인가) 

(이전 글 : 관계란 무엇인가 ② 우리는 누군가와 연결되도록 디자인되었다)


■  유전자 제1의 미션  '더 많이 창조하고 더 많이 생산하라' 


서로가 연결되는, 서로가 서로를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남녀 관계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 몸에 있는 유전자의 제1 미션은 바로 이것이다. '더 많이 섞여서, 더 많이  창조하고, 더 많이 생산하라'. 한 마디로 말해서 멸종되고 싶지 않으면 '번식(reproduction)'하라는 것이다. 


오로지 종의 번식을 위해 작동하는 유전적 필요(imperative)는 '다양성'과 '다름'을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끌어당긴다. 서로 다른 것에 충동적으로 끌리는 유전체는 그냥 설레고 흥분되고 충동을 느끼면 그만인 것인데, 이러한 유전자의 충동은 모르는 사람과도 잠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추진력이 되기도 한다. 어쨌든 이러한 유전자의 미션이 없었다면 인간이라는 종은 결코 지금처럼 이토록 번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유전자가 우리 몸에서 이러한 지상 명령을 수행하는 동안, 우리의 정신적 수준에서는 이것을 '사랑'이라고 느끼게 되고,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나도 모르게 사랑에 빠졌다'라는 수동적 표현을 곧잘 쓰게 된다.  


■  강하게 끌린 만큼 강하게 밀어내는 힘 

그런데 이렇게 뭔가에 빠져 홀린 것과 같은 눈먼 감정을 느끼는 동안, 우리가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당신으로 인해 내 삶이 완벽해졌다'라고 말하며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던 사람의 입에서, 정확히 정반대의 말로 '이별'을 예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헤어지자', '이제 네가 싫어졌어', '너 때문에 이렇게 내 삶이 이렇게 망가졌어'


서로를 강하게 끌어당겼던 그 힘은 정확히 서로를 강하게 밀어내는 힘이 되기도 되는데, 이 경우를 두고 상대방의 '사랑이 식었다'거나 '마음이 변한 것'으로 해석하게 된다.


우리가 남녀 간의 관계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이러한 현상은 종종 관계상의 심각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내가 어제는 왜 당신에게 끌렸는지? 그리고 오늘은 왜 그토록 냉랭하게 식어버렸는지? 정신적인 수준에서는 도대체 우리 몸에 있는 유전자가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 그러니 사랑은 적당히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짝짓기' 일생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우리들은, 평생을 두고 나에게 완벽한 그 누군가를 찾아 헤매기 일쑤다. 그리고 우리는 너무 쉽게 사랑의 노예가 되기도 한다. 


만일 살면서 운이 좋게도, 하늘이 내게  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어떤 완벽한 상대와 연결됐을 때, 내 인생을 완전하게 채워줄 수 있는 반쪽이라고 느껴질 법한 강렬한 느낌이 들 때, 이러한 황홀한 느낌이 어느 순간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는, 전적으로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기계적인 '메커니즘'임을 염두에 둘 수 있다면, 그저 충동적인 눈먼 느낌에 빠져 정처 없이 허우적거리는 '사랑의  노예'가 되기보다, 그 보다 훨씬 더 '성숙한 사랑'을 의식적으로 창조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재미 삼아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주인공들의 사랑을 몰래 도왔던 로렌스 신부가 말한 조언을 한 번 들어보자.  이 조언이 역사 이래 모든 영감의 원천이었던 로맨스에 대한 우리의 판타지를 여지없이 깨뜨려서 몹시 실망스러울지 몰라도, 현실에서 관계의 균형을  어느 정도 잡아 나가는데 꽤 유용한 꿀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격렬한 기쁨은 격렬하게 끝나고, 불과 화약이 서로 닿자마자 폭발하듯이 승리의 절정 속에서 죽는 법. 지나치게 달콤한 꿀은 달기 때문에 도리어 싫어지고, 맛을 보면 입맛을 버린다. 그러니 사랑은 적당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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