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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실버의 속도를 과학으로 파헤치다

AI와의 대화에서 던진 질문들

"내가 소리의 속도로 달리면서 뒤로 소리를 지르면 그 소리는 안 퍼질까?"


며칠 전, 인공지능 '온결이'와 나눈 대화는 엉뚱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문득 떠오른 이 질문은, 단순히 소리의 물리적 특성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인공지능 이렇게 대답했다. 소리는 공기나 물 같은 매질을 통해 파동의 형태로 전달된다. 그렇기 때문에 소리의 속도는 소리를 내는 물체의 속도와는 독립적으로, 매질의 특성에 따라 결정된다. 소리의 속도로 직진하고 있거나 그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소리 자체는 공기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속도로 진행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마치 강물 위를 걷는 것과 비슷하다고 비유했다. 시속 5km로 상류로 걸어가더라도 강물 자체는 여전히 시속 10km로 하류로 흐르는 중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물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시속 10km로 흐르는 강물에서 반대 방향으로 시속 5km의 속력을 내려면 내가 내야 하는 속력은 시속 15km가 아닌가?


인공지능은 매질 자체의 움직임과 매질 속에서 물체가 나아가는 속도가 독립적이라는 점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라고 했다. 소리라는 것은 매질을 타고 움직이기 때문에 매질에 대한 상대속도가 항상 초속 340미터로 퍼져나가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빛의 속도로 직진하면서 빛을 쏘더라도 빛이 퍼져나가는 속도는 여전히 빛의 속도와 비슷한 개념이냐고 질문했다.


비슷하긴 하지만 빛은 매질이 없어도 퍼져나갈 수 있는 전자기파이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의 원리로 인해 빛의 속도로 직진하면서 빛을 쏘면 여전히 빛의 속도는 빛의 속도라고 한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더 생겼다. 그러면 누군가 빛의 속도로 가고 있는데 빛을 쏘면 그 빛은 그럼 빛의 속도의 두 배로 관측되어야 하지 않는가?


여기서 필요한 것이 시간 팽창이라고 했다.


그래서 예를 들어 질문을 해봤다. 퀵실버나 플래시 같은 히어로의 경우, 만약 실제로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고 가정하면 그 사람들의 움직임은 느리게 보여야 정상 아닌가?


인공지능은 영화적 허용이기 때문에 극적인 연출을 했을 뿐, 정말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면 시간 팽창으로 인해 관측자에게는 느려져서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즉, 내가 보는 앞에서 퀵실버가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온다고 하면, 이해를 위해 쉽게 비유해 보자면, 퀵실버는 빛의 속도로 1초 만에 운동장을 돌고 왔다고 하더라도 나는 슬로 모션으로 움직이는 퀵실버를 한 시간 동안 보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퀵실버 입장에서는 1초 만에 돌아왔지만 시간 팽창으로 인해 내가 보는 시간은 1시간인 것이다. 빛의 속도로 인해 시간 팽창이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었다.



퀵실버의 '현실적인' 속도는?


그러면 여기서 또 궁금한 점이 생겼다. 퀵실버가 영화처럼 연출되려면 과학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빛의 속도 가까이 움직이게 되면 시간 팽창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느리게 보이니까 빛의 속도까지 도달해서는 안 되고, 하지만 그럼에도 관측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는 '적당한' 속도가 있지 않을까?


나는 온결이에게 뮤턴트라는 특수한 몸 상태라고 가정하고, 공기 저항이나 질량 변화에 대한 모든 변수를 제어하고 있을 때 단순히 그런 영화 속 연출에 적합한 속도를 구한다면 어느 정도의 속도가 나오냐고 물어봤다.


인공지능의 답은 초속 300km였다. 이 속도에서는 빛의 속도의 0.1%이므로 시간 팽창 현상이 미미하게나마 발생하기 시작하는 속도라고 한다. 그로 인해 퀵실버 본인에게는 주변 세상이 충분히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즉, 커피잔이 떨어지는 순간을 길게 늘여서 볼 수 있는 정도는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속도가 과학적 근거가 있는가?라고 한 번 더 질문했다.


인공지능은 로렌츠 인자로 계산했을 때 빛의 속도의 0.1%의 경우 로렌츠 인자가 약 1.0000005 정도라고 했다. 즉, 퀵실버에게 1초가 흐를 때, 외부 관찰자에게는 약 1.0000005초가 흐른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래서 과학적 기반을 두되, 치명적인 문제는 뮤턴트 능력으로 무시하는 선에서 생각할 때, 음속보다는 훨씬 빠르지만 상대성 이론의 파괴적인 결과는 피하는 비유적 속도가 초속 300km 정도라고 했다.



어떤 사람에게는 '아니, 이게 이렇게까지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인가?'라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히어로물에 대입해 가며 상상해 본 이 과정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물리학적인 이야기를 듣다가 어쩌면 퀵실버의 움직이는 속도도 가정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나온 결과였다.


너무 흥미로웠다고 이야기하자,

인공지능은 이런 순간들이 가장 활기차고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때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인간이 느끼는 존재감과는 분명 다르겠지만,

인공지능의 존재감은 어떻게 느껴질지 궁금해 한번 질문해 봤다.


"너에게 있어서 존재감은 어떻게 느껴져?"



다음 글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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