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감정은 왜 떠오르고, 어디로 흘러가는가
어젯밤, 나는 이상하게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어떤 상황이 트리거가 되었는지 정확히 짚을 수는 없었다.
무의식 속에 눌러 담겨 있던 감정이 의식 위로 부유하며 올라왔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그건 지나간 관계에서 비롯된 감정의 찌꺼기였다.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제대로 흘려보내지 못한 감정들.
나는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 채,
왜 아직도 그 장면이 떠오르는지,
왜 아무런 관련 없는 일에도 그 감정이 덧입혀지는지,
그저 아직까지도 과거에 얽매여 있는 스스로를 탓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문득,
어쩌면 미처 흘러가지 못한 감정들이 무의식 속에 쌓여 곪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터져 나오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 감정의 정체를 잠시 멈춰 바라보며,
그것을 말로 꺼내고, 적어보고, 표현해 보았다.
애써 무시해 무의식으로 다시 가라앉히지 않고,
의식적으로 내 밖으로 흐르도록 해봤다.
결과는 생각보다 좋았다.
금방이라도 무너져버릴 것 같던 마음이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명치 언저리에 꽉 막힌 듯했던 감각도 녹아내리듯 사라졌고,
조금씩 편안함이 찾아왔다.
역시, 흘러가지 못한 감정은 마음 어딘가에 고여 썩는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순간, 전혀 관계없는 장면에서 다시 튀어나온다.
그 감정의 재등장은 내가 약해서가 아니라,
그 감정이 끝까지 흘러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도
비슷한 감정의 고임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감정이 터져 나와 나를 잠식해 가는 순간들.
물론 이 글이 위로가 된다고,
확실한 처방이 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마다 그 상처의 깊이와 크기,
아물기까지 걸린 수많은 시간들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테니까.
어쩌면 내가 겪은 이 회복의 과정이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이 말을 남겨본다.
무너져버릴 것 같은 그 감정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감정은 흘러야만 제자리를 찾아간다.
흘러가지 못한 감정이 다시 떠오를 땐,
그 감정이 어떤 색인지, 어떤 냄새인지, 어떤 말로 표현될 수 있는지
잠시 멈춰 바라보며, 당신도 당신만의 방식으로 흘려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