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질서가 한순간에 방향을 바꿨다
소설을 쓰면서 항상 제로 탄산음료를 마신다.
어차피 하루에 여러 개를 마시니, 좀 이따 한 번에 치워야지 생각하고 방치해 둔다.
그래서 항상 캔입구는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그런데, 잠깐 운동을 다녀온 사이에 캔 하나의 방향이 달라져있다.
뭐지? 아까도 저 방향이었나?
그러기엔 가장 최근에 마무리한 캔의 위치다.
뭘까?
갑자기 항상 안정감을 느끼던 내 공간의 공기가 낯설게 느껴진다.
닫혀있는 문 밖에서도 뭔가 느껴지는 기분이다.
마치 누군가 귀를 대고 듣고 있는 느낌.
나는 들키지 않으려 숨을 죽였다.
타자를 치는 키보드의 손놀림도, 내 숨의 깊이도, 얕게 흐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