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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쿠션

행동이 끝나던 순간

누구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그 한계에 도달하기 전에 그어둔 선이 있다.

나에게 있어서 그 선은, 정말 마지노선이다.

선을 넘기 직전에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선을 넘는다면,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한다.

그 선을 넘는 순간 이성의 끈이 끊어진다.


그 순간부터는 내 몸의 통제권은 나에게 없다.



아니 근데 저기 바닥에 있는 저 가죽 쿠션은 왜 꼭 사람처럼 눈이 달렸을까?

저런 불쾌한 골짜기 같이 생긴 쿠션이 집에 있었던가?

왜 굳이 물건에까지 사람 눈모양을 만들어놓을까?


그냥 버리기엔 부피가 너무 커서 쓰레기봉투에 안 들어가겠지?

뭔가 도구로 내려치면 구겨져서 버리기가 쉽지 않을까?


서랍에 적당한 도구가 있을까?

음... 아마 공구 상자면 있겠지?


오... 이 정도면 길이도 무게도 그립감도 괜찮겠지?


어?

쿠션 위치가 왜 바뀌었지?

아까 여기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음... 상관없겠지?


일단 이 불쾌한 가죽 쿠션을 빨리 구겨서 버리면 좀 상쾌해지겠지?


퍽.


퍽. 퍽.


퍽. 퍽. 퍽.


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


후...

뭔가 뻣뻣하던 뒷목과 뒤통수가 가벼워진 느낌이다.


한참을 내려친 쿠션이 꿈틀거린다.

아 가죽이라 내려친 부분이 좀 늘어난 게 돌아오는 모습인가 보다.

서둘러 쓰레기봉투에 꽉 눌러 담아야겠다.


근데 내가 지금 이걸 갑자기 왜 버리려고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가 있던 곳이

안이었는지

밖이었는지

왜 나와있었는지

뭘 하고 있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근데 아까부터 뭔가 뒤쪽에서 시선이 느껴진다.


시선을 재빠르게 뒤로 돌린다.


뭔가 반짝이는 눈동자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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