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공기, 눅눅한 먼지, 그리고 쇠냄새
얼마나 정신을 잃었던 걸까?
어떤 기억이 마지막 기억이었는지 조차 생각이 나질 않는다.
여기가 어디일까?
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 한 줄기 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정신을 최대한 집중해 본다.
일단 공간에서 서늘한 공기가 코 끝을 휘감는다.
그 뒤에, 미묘하게 느껴지는 습한 지하실 콘크리트와
그 사이로 느껴지는 곰팡이가 내 코에 스며든다.
그리고 눅눅한 공기 속에서 느껴지는 쇠가 입안에서 느껴진다.
숨 쉴 때마다 쇳덩이들의 냉기와 콘크리트 먼지가 코안을 가득 메운다.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금방 냄새에 익숙해져서 더 이상 지하실 냄새는 느껴지지 않는다.
걷힌 지하실 냄새 속에서 쇠냄새는 더 짙게 배어들어 온다.
몸이 움직여 지질 않는다.
과연 이 공간에서 나갈 수 있을까?
움직일 수 있는 건 빛 한줄기 없는 어둠 속을 응시하는 눈동자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