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을 향한 집착 속에서 드러난 균열
현재 가장 유력한 용의자의 집에 알리바이를 듣기 위해 방문했다.
워낙 잘 나가는 로펌 대표로 활동하고 있기에 집이 아주화려하다.
현관부터 나와있는 슬리퍼 한 켤레도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복도를 따라 거실로 가던 중 서제가 있다.
서제로 들어가 보니 더 엄청난 게 있었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책장에 책이 가득 꽂혀있었다.
각 책은 책의 높이별로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각 책장 구역마다 책들은 가나다순으로도 정리되어 있었다.
모든 구획들이 같은 패턴을 갖고 있었다.
정리에 집착하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서제방 중간에 있는 책상 위에는 컴퓨터 모니터가 놓여있었다.
그 앞에는 무선 키보드와 무선 마우스도 놓여있었다.
각자 딱 맞게 자리가 정해진 것처럼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간격을 가지고 놓여있다.
분명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임에도 사용한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다.
그 흔한 먼지 한 톨, 머리카락 한가닥조차 없다.
그렇게 서재를 훑어보고 나가려던 찰나.
책 한 권의 높이가 미묘하게 어긋나 있었다.
숨을 잠시 고르며 그 책에서 손끝을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