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뷰 주상복합아파트

by 남궁인숙

내가 그렇게 침 흘리면서 기다리던 집이

드디어 완공을 향해 간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동시에 마음 한구석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내가 사는 곳 근처에 60년 넘은

'노포 호텔'이 있었다.

오랫동안 지역의 기억처럼 존재하던

그곳이 문을 닫고 역사 속으로 쓸쓸하게

사라졌다.

철거되고 나서도 5년 동안 넓은 호텔부지는

주인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새로운 땅주인이 나타났다.

처음엔 주거용 공공 오피스텔을 지을 것이라고, 주민들을 설득하여 인허가를 받아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제도가 바뀌자,

그들은 틈을 타 설계를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로 바꿔, 허가사항을 변경했다.


나는 작년에 모델하우스 초청행사에 어렵게 초대받아갔다.

모델하우스를 구경하려면 신분이 확실해야만 했다.

모델하우스 설명을 들으면서 접한 분양가에 그만 실망을 감출 수가 없었다.

'평당 1억 천 500만 원.'

완공되면 '2억' 가까이 오를 것이라고 브리핑을 하였다.

"이런, 된장!"
작은 평수는 없고, 몇 채 안 되는 38평부터 시작해서 150평까지 있었다.

39억에서 160억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집이었다.

'나의 지인은 160억짜리를 현장에서 바로 계약했다.'
나는 침만 삼키고 청약을 포기했다.


지금 지어지는 주상복합아파트는 우리 집과는 불과 7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그 아파트는 전면이 한강이고, 커뮤니티 시설 또한 최고급으로 짓는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가진 자금으로는 전셋집을 구하기도 어려운 수준이었다.


청약일정이 끝나고 당첨자가 발표되었다.

큰 평형은 몇 채 미달이었지만, 작은 평형들은 완판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계약을 했다가 현금조달 능력이 없는 일부는 자격 미달로 해지당한 사람도 많았다.
이곳은 분명 ‘돈 있는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었다.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올라가는 그 아파트의 층고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차 안에서 아들이 물었다.
“엄마, 왜 이 아파트 앞을 지날 때마다 한숨을 쉬세요?”
“엄마 집도 아닌데…”
그냥, 저 집에 못 들어간다는 게 아쉬워서 그래.”
공감능력 없는 아들의 물음에 괜히 짜증을 내고 말았다.


우리 집은 한강과 고작 3미터 떨어져 있다.

나는 매일 아침 서울의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의 정기를 한 몸으로 받는

한강 뷰에 살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 집은 ‘한강 뷰 맛집’이다.
그러나 35년 넘은 이 집은 낡고 어두우며, 관리비 또한 매달 70만 원 정도가 나온다.
지하주차장은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빗물이 스며들어 퀴퀴한 냄새와 함께 칙칙하여 유령이 나올 것 같다.
부지가 적고, 높이 올라간 건물이어서 재건축도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단점투성이다.

그래서 노포 호텔 부지에 들어서는 주상복합아파트에 내심 욕심을 내면서 드디어 '이사를 갈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그림의 떡이었다.
그곳 전셋집도 구할 수 없는 자본금.

분명 내 자본으로는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아파트가 들어선 것이다.

새가슴이라 은행 빚을 내는 것은 더 싫다.

나는 그 아파트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우리 집에서 내려다 본 한강 뷰


난 포기가 빠른 편이다.

'우리 집은 오래되고 낡았지만, 매일 아침 한강 뷰를 볼 수 있어 감사하다'라고.

씁쓸하지만 이렇게 위로해 본다.

그러나 옆집,

새로 지어지는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는

분명 우리 동네 한강의 새로운 명소가

되어가고 있다.

그곳은 내 집이 될 수 없기에,

오늘도

부러움에 빤히,

건축물을 바라보는

마음 한구석이 시리다.



https://suno.com/s/1fFnjfkNwY7ETeOc


한강 뷰


작사 :콩새작가

작곡 : 수노



1절
어느새 올라간 저 높은 빌딩
내 손길 닿지 않는 먼 곳에
300미터 사이 어제와 오늘
내 잔잔한 하루를 비틀고 있어

낡은 집 창문 너머로
매일 해 뜨는 한강을 바라봐
지하 주차장은 어둠 속 흔들리고
비 내리는 날엔 마음도 새어 나가



모델하우스 문 앞, 신분 확인
평당 억 단위 멈춘 시간
"엄마, 왜 한숨 쉬세요?"
아들의 물음에 난 그대로 서 있어



내 집 아닌 저곳,
빛나지만 닿을 수 없는 꿈
한강 뷰 맛집이라지만
내 작은 부재는 그 안에 들어갈 수 없어
그래도 여기서
매일 해 뜨는 한강을 본다
내겐 아직
‘우리 집’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이 있으니까



2절
호텔 부지 위 새벽 공사 소리
젊은 이들의 웃음만이 채워지고
재건축 꿈꿀 수 없어도
작은 발걸음마다 내 추억이 살아 있어

관리비에 묻혀도
어제와 같은 풍경이 여전히 내 곁에
시도하지 못한 청약, 그림의 떡
기대였던 꿈은 먼 곳에서 떠돌다 사라져



"엄마, 그저 아쉬워서죠?"
어른의 마음속 자국만 커져가
하지만 오늘도
우리 집 창문엔 한강이 흔들려



내 집 아닌 저곳,
빛나지만 닿을 수 없는 꿈
한강 뷰 맛집이라지만
내 작은 부재는 그 안에 들어갈 수 없어
그래도 여기서
매일 해 뜨는 한강을 본다
내겐 아직
‘우리 집’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이 있으니까



고층 유리 넘어
들릴 듯한 웃음, 왁자지껄
쥐와 빗물이 스친
지하 주차장의 어둠 속엔
내 하루와 내 기억이 남아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지는 못해도
나는 여기서
내일의 해를 기다려



내 집 아닌 저곳,
빛나지만 닿을 수 없는 꿈
한강 뷰 맛집이라지만
내 작은 부재는 그 안에 들어갈 수 없어
그래도 여기서
매일 해 뜨는 한강을 본다
내겐 아직
‘우리 집’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이 있으니까




내가 그렇게 기다리던 집은
이미 멀리 솟아오르고
나는 오늘도
우리 창문 열고
한강 위 아침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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