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뱀파이어

by 남궁인숙

여성단체 월례회의는 예상밖의 긴장감으로 시작되었다.

현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통상 1년 임기를 채우는 규칙에도 불구하고,

부회장이 6개월 동안 즉시 승계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두 파로 나뉘었다.

이른바 파란당과 빨간당의 색깔론이었다.

부회장의 ‘자동 승계’가 억울한 상황에서 반대파는 곧 회칙을 펼쳐 들었다.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았으니까, 회칙대로 부회장은 6개월만 회장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그들이 말문을 열자마자, 날카로운 단어들이 회의실을 가득 채웠다.


“꼼수다”, “날치기다”.

등의 돌처럼 무거운 말들이 머리 위로 계속 떨어졌다.

말이 나올 때마다 회원들의 온몸은 지쳐왔다.

그들의 말은 단순 항의가 아니라, 회원들을 향한 비난과 피해자 코스프레처럼 느껴졌다.
이리저리 돌려 에너지를 깎아내는 방식을 보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이게 바로…

'에너지 뱀파이어'인가?’

에너지 뱀파이어란 '듣는 이의 감정을 소진시키고, 자신의 혼란을 타인에게 쏟아내는 사람'을 가리킨다.


그녀들은 특별히 나를 향한 직접적 상처를 준 것은 아니었다.
소리를 지르거나 막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회의 내내, 조용히 그리고 치명적으로 에너지를 빼앗아갔다.

결국 나는 마음을 정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거다.”


작은 선이라도, 대화의 경계를 그어야 내 감정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마음부터 지키자.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마음에 내 에너지를 아무에게나 내줄 순 없다.

결코 '침입자'에게 나를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

달콤하거나 무심한 얼굴 뒤에 숨어,

내 하루를 가볍게 빼앗는 것을 더 이상 내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내 에너지의 경계를 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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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눈빛에서 질문을 읽고, 그들의 침묵에서 마음의 언어를 듣고, 어린이집 현장에서의 시간과 심리학의 통찰로, 아이들의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여행을 통해 예술을 해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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