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과 경고의 메시지
조지아는 '빛의 나라'였다.
그 빛은 단순히 눈부신 태양 때문만은
아니었다.
태양신을 섬기던 고대 이베리아 인의 제단
위에 처음으로 십자가가 세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 전율하게 된다.
태양에서 십자가로,
자연에서 신앙으로.
그 변화는 단지 종교의 전환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었다는 뜻이었다.
쿠라강을 따라, 즈바리 수도원으로 향했다.
즈바리 수도원(Zvare Monastery)은 쿠라강 상류의 절벽 위에 앉아 있다.
가파른 길을 올라 도착한 그곳은 바람마저도 경건한 듯 불었다.
고요함 속에서 오래된 돌 벽을 쓰다듬으며
나는 무언가를 느껴보고자 하였다.
그곳엔 기독교 이전의 제단이 있었고,
그 자리에 성당이 세워졌다고 했다.
돌들은 기억하고 있다.
사라진 제국들과 변치 않는 믿음을.
그곳엔 경고처럼 들리는 침묵이 있었다.
아나누리 성채는 외세의 침략과 방어의
기억이 선명히 남은 곳이다.
그러나 돌벽보다 강한 건,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기도'였다.
성벽 너머로 바라본 조진발리 저수지는
마치 세상의 끝자락 같고,
성곽 안의 교회는 경고의 메시지를 품은
'시간의 낡은 상자' 같았다.
성당의 입구에 새겨진 십자가 아래,
고통스러운 얼굴의 성자들과
전쟁의 상흔이 프레스코화 속에 묻혀 있었다.
그 벽면은 마치 묵시록의 한 페이지 같다.
성당 내부, 제단 위쪽에는 최후의 심판
장면이 그려져 있다.
악인들은 불길 속으로 떨어지고,
의인들은 천사의 손에 이끌려 하늘로 향한다.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림 속 인물 하나하나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듯했고, 그 순간 '나는 어디에 속할까'라는
내면의 물음을 외면할 수 없게 된다.
그림은 단순한 벽화가 아니라
인간의 생과 죽음을 묻는 '영혼의 거울'이었다.
즈바레에서 아나누리로,
태양신의 제단에서 십자가의 성소로.
이 여행은 우리에게 신이 인간에게 남긴
최초의 경고를 속삭이는 듯했다.
모든 문명이 무너져도
한 줄의 기도는,
한 번의 회개는,
최후의 심판에서 빛으로 향하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운다.
쿠라강은 계속 흐르고, 여행도 계속된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또 다른 경고와
약속의 벽화를 마주하게 되리라.
※즈바리 수도원 (Zvare Monastery)-
조지아 중부 쿠라강 상류, 태양신 숭배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전해지는 곳.
기독교 수용 후 초대 십자가가 세워진 곳 중
하나로 구전된다.
https://suno.com/s/4cs5MNEF5uIQHh8w
쿠라강은 흐르고
작사:콩새작가
작곡: 수노
1절
바람이 스친다 돌벽 위에
기도처럼 남은 오래된 손자국
즈바리 언덕에 내가 서 있네
강물 아래 시간은 말없이 흐르네
쿠라강은 흐르고
나의 여행도 흐른다
지워진 이름들, 새겨진 약속들
그 길 위에 나는 서 있다
2절
침묵 속에 피어난 벽화
누군가의 눈물, 누군가의 구원
너무 오래된 경고를 읽으며
나는 나의 죄를 떠올린다
쿠라강은 흐르고
나의 여행도 계속된다
언젠가 닿을 그 빛의 자리까지
나는 멈추지 않으리
그림자는 발밑에
빛은 벽 위에
믿음도 흔들려도
흘러가는 건 멈추지 않아
쿠라강은 흐르고
나의 이야기도 새겨진다
돌 위의 침묵, 물 위의 노래
그 안에서 나는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