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헤티주 와이너리

by 남궁인숙

아제르바이잔에서 출국 심사를 마친 후,

조지아로 국경을 넘어서 이동하였다.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각자의 캐리어를 밀면서 100미터가량의

국경지역을 넘어가야 했다.

이것도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했다.


버스를 타고 달리는 내내 포도밭

벌판이 펼쳐졌다.

우리는 와이너리로 향했다.

카헤티의 포도밭은 마치 한 폭의 장엄한

풍경화 같았다.

햇살에 반짝이는 포도송이는 여름 햇빛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그 빛깔 그대로 전해지는 전통 와인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 카헤티주 와이너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포도밭 언덕 아래 자리한 와이너리에서는,

조지아의 수천 년 전통 방식인

크베브리(Qvevri) 양조법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Qvevri는 땅속 깊이 묻힌 도자기 항아리로,

포도를 그대로 압착해 껍질과 씨까지 함께

발효시키는 독특한 방식이다.
이곳 양조장은 포도를 수확한 뒤,

껍질과 심지(씨)를 손으로 섞어

크베브리에 담는다.


포도껍질에서 우러나오는 오렌지빛이

항아리에 스며들어, 마치 오래된 벽화 속

비밀 문이 열리듯 한 방울 한 방울이

역사의 무게를 전해 주었다.


우아한 바로크 정원과 장엄한

오크통 셀러가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서 지붕 높은 와인 셀러를 가로지르며, 과거에 왕족과 문인들이 시를 나누고

음악회를 열었을 것이다.
그들의 여름 향연이 남긴 음영이 오래된 벽에

남아 있는 듯, 돌바닥을 밟을 때마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시음의 시간,

어두운 호박빛 전통 와인부터, 섬세한 과일 향을 머금은 현대식 레드 블렌드까지,

저마다 다른 표정으로 건네진 잔을

두 손에 감싸 안았다.
첫 잔은 흙내음이 진하게 느껴지는

'오렌지 와인'이었고,

두 번째는 산딸기처럼 상큼한 '붉은 와인',

마지막 잔은 신선한 허브 향이 코끝을

스치는 '화이트 와인'이었다.
와인을 음미할 때마다,

포도밭의 바람 소리와 구릉 위를 지나는

구름 그림자가 함께 떠올랐다.

마치 자연의 모든 소리가 와인 한 모금에

담긴 것만 같았다.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는 찰나,

흙내음과 과일 향이 어우러져 입 안에서

조용히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카헤티주의 오후는 느리고 부드럽다.

언덕 아래로 내려와, 포도밭 끝자락에서 붉게

빛나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수천 년 이어진 전통의 맛과, 귀족의 융성했던

문화가 교차하던 이 땅에서, 비로소

조지아 와인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


그저 한 잔의 술이 아니라, 땅과 사람,

역사와 미래가 한데 어우러진

‘살아 있는 유산’이었다.

그리고 양손 가득 와인을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섰다.

가슴속에 남은 달콤 쌉싸름한 여운은,

다음 계절에도 이곳에 다시 돌아올 이유를

충분히 전해 주었다.


포도의 숨결과 함께 전해진 카헤티의 이야기.

그것은 마음속에도 오래도록 깊은 잔향으로

머무를 것이다.

포도송이가 익어가는 땅에서,

와인 한 모금에는 수천 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바람을 따라 흐르는 그 이야기 위에서,

언제든 새로운 여행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와이너리의 따사로운 오후,

선선한 바람이 잔잔히 스치는 포도밭 한편에서,

여행자들의 미소가 와인 향처럼 퍼지고 있다.


붉은 기와색 햇살이 창문 너머 잎사귀 사이로 쏟아지고, 배럴이 빼곡히 쌓인 셀러 안에는

수천 년의 전통이 깃들어 있다.

와인은 ‘맛’을 넘어 ‘이야기’가 된다.


과거의 손길, 현재의 대화,

그리고 미래의 잔향까지.

카헤티의 대지 위에 새겨진 와인은

'시간과 사람의 숨결'이다.



https://suno.com/s/4yxowELGq25JedjR



포도의 숨결


작사 :콩새작가

작곡 : 수노


포도밭 언덕에 가을빛이 내려와
잔에 비친 노을은 붉은 속삭임
손끝에 전해진 수천 년의 이야기
흙내음 속에 스며든 우리의 꿈



바람 따라 흘러오는 옛날 노래
크베브리 속에 담긴 시간의 눈물
한 모금 머금는 순간 깨닫게 돼
여기서 나, 너, 그리고 우리



와인잔 위에 피어난 기억
떨리는 입술 사이로 번지는 설렘
이 향기가 우리를 이어 줄 테니
포도의 숨결 속에 머물러줘



셀러 돌벽엔 잔잔한 숨결이 맴돌아
오래된 목소리들 귓가에 메아리
티나난달리 정원에 걸린 초록빛 약속
오늘의 미소를 담아봐



시린 가을바람 속에
따뜻한 잔을 안고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돼
포도밭 길 따라



와인잔 위에 피어난 기억
떨리는 입술 사이로 번지는 설렘
이 향기가 우리를 이어 줄 테니
포도의 숨결 속에 머물러줘



잔잔히 번지는 이 여운 속에
다시 또 만날 그날까지
카헤티의 노을 아래서
우리의 노래를 부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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