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출산율을 살 수 있을까

헝가리의 10년, 한국이 미리 배워야 할 것들

by 남궁인숙

'이민 없이, 아이만 더 낳게 하겠다.'


헝가리는 한때 그렇게 선언했고, 말 그대로 돈을 얹었다.

결혼하면 무이자 대출, 아이를 낳으면 이자와 원금을 탕감해 주었다.

네 자녀 이상 엄마에겐 소득세를 면제하고, 유치원 의무화와 육아휴직,

가족 공제 제도 등을 활용하였다.

국경은 닫고(난민과 이민 강경), 결혼과 다자녀에 보상을 몰아주는

전형적인 프로내털(친출산) 모델을 사용하였다.

그래서 한때는 출산율이 ‘툭’ 올라서며, 성공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몇 해 지나지 않아 그래프는 다시 아래로 기울었다.

총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계속되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어디서 엇나갔을까?'


결혼하고 아이 셋이면, 대출은 사라졌다.

헝가리의 정책은 간명했다.

현금, 세제, 주거를 패키지로 묶어 기혼과 다자녀 가구에 화력을 집중했다


Babaváró: 신혼부부 무이자 대출 → 아이 수에 따라 원리금 탕감

CSOK/CSOK Plus: 저리 모기지·보조금(결혼·출산 계획 조건)

세제 감면: 자녀수 연동 가족공제, 다자녀 엄마 소득세 면제

돌봄: 만 3세 유치원 의무화, 육아급여(GYES/GYED)

이민: 난민·이민은 강경 억제, 대신 재외 동포 귀화 활용


정책의 언어는 분명했다.

설계의 중심은 ‘혼인’과 ‘다자녀’였다.


“결혼하고, 아이를 빨리 많이 낳아라.”



올라간 건 ‘때(시기)’였고, 늘어난 건 ‘수’가 아니었다

데이터가 보여준 건 낯익은 현상으로 '시기 당김(Tempo)'의 효과만 있었다.
혜택이 클수록 부모는 '어차피 낳을 아이'를 앞당겨 낳았다.
그래서 한 사람이 '평생 낳는 자녀 수(Quantum)' 자체는 크게 늘지 않았다.

그래서 초반엔 반짝 상승, 이후엔 원위치가 되었다.


출산율을 '끌어올린' 게 아니라 '앞으로 당겨 배치'했을 뿐이었다.


또한 보조금은 삶의 구조를 이기지 못했다.

혜택을 받으려면 보통 혼인, 정규직, 신용등급 등이 필요했다.
수혜의 무게추가 중상층, 도시, 기혼으로 쏠렸다.

반대로 비혼이나 저소득층, 불안정 고용층은 문턱이 높았만 갔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돈으로는 바꾸기 어려운 생활의 구조가 그대로였다는 것이다.


돌봄의 시간: 보육 인프라가 늘었지만, 지역 격차·운영시간의 벽

일의 방식: 긴 노동시간, 경력단절 리스크, 아빠 휴직 사용률의 낮음

집의 비용: 대규모 수요보조가 집값을 밀어 올리는 부작용


아이를 낳는 결정은 통장 잔고가 아니라 시간과 일, 집과 관계의 방정식에서 나온다.

헝가리는 그 방정식의 미지수를 충분히 줄이지 못했다.

'이민은 안 됩니다'라는 문 닫힌 이민 정책으로 노동력과 세수의 보완 경로를 차단해 버렸다.
인구·노동력이 줄어드는데, 출산율 반등은 제한적이었다.

재정은 더 많이 쓰고, 증세 여지는 좁아지고,

성장은 둔화하고, 물가는 흔들리고,

정책 효과는 약해지는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남은 건 재정의 숨, 그리고 피곤한 시민들이었다.

큰돈을 오래 투입하면 결국 재정이 버거워진다.

보조금은 줄이기 어렵고, 경제가 꺾일수록 체감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혜택은 많다는데 왜 삶은 더 팍팍하죠?'


시민의 피로감은 여기서 나왔다.

헝가리를 비판하자는 게 아니라 먼저 매 맞고 배운 실험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어보자는 제안이다.

현금은 ‘시동’, 구조는 ‘엔진’이다.
현금 및 세제는 초기 가속에는 좋으나 지속 반등의 공보육의 질과 시간,

유연근로 및 재택 근로, 아빠 휴직의 실제사용, 경력단절 제로(0) 같은

구조개선이 만들어진다.


집값은 보조금이 아니라 공급·안정이다.

수요보조는 가격만 올리게 된다.

장기 임대, 도시형 보육 결합형 주거, 이사 비용, 전월세 갱신 안정이 체감을 바꾼다.

제도와 정책에는 포용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비혼가구나 1인가구, 불안정 노동까지 피부에 와닿게 만들어야 한다.

혼인율과 정규직 전제의 문턱을 낮추고, 비혼 출산 등

다양한 가족을 제도에 포함시켜야 한다.


아이는 제도 바깥에서 자라지 않는다.


아빠의 시간은 곧 출산율의 시간으로 보면 된다.
아빠 육아휴직의 할당이 유급 수준이 되어야 한다.

회사의 페널티 방지를 실효성 있게 조정해줘야 할 것이다.

'둘째를 망설이는 이유'의 절반은 '엄마의 과부하'라고 보면 된다.

또한 이민제도는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가 되어야 한다.

기술, 돌봄, 제조, R&D까지 정교한 이민 포트폴리오를 설계해야 한다.
인구정책은 닫힌 방에서 풀리는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치의 유혹을 견디는 제도화가 필요하다.

선거철마다 늘리고, 줄이는 포퓰리즘 버튼에서 떼어내

중립 기금과 자동 조정 규칙으로 운영해야 한다.


출산율은 정책의 성과가 아니라, 삶의 총합이다.


아이를 낳고 싶은 사회는 보조금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

인간존중으로부터 만들어진다.


헝가리식 '큰돈+결혼·다자녀 편향'은 단기 반짝 정책을 만들었다.
그러나 돌봄, 일, 주거, 성평등을 함께 고치지 않으면 출산율은 금세 제자리로 돌아간다.

문 닫힌 이민은 인구와 경제의 완충장치를 없애, 재정과 성장을 더 어렵게 했다.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현금은 시동, 구조는 엔진, 이민은 서스펜션이다.


단기적으로는 ‘출산율을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돈만으로는 지속적인 출산율 회복이 어렵다.
'브레이크 없는 보조금'이 아니라, 달리고 멈추고 흔들림을 버티는 '완성 차량'을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아이의 시간과 부모의 삶이 같이 살아지는 사회를 먼저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출산율 그래프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로 다시 올라갈 갈 것이다.



https://suno.com/s/Q02XDc0rQOcBDRvn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작사: 콩새작가

작곡:수노


1절

손에 쥔 건 지폐 몇 장

빛나는 초록의 약속

하지만 내 품 속 아이는

돈으로 셀 수 없는 꿈


2절

세상이 값을 매겨도

사랑은 값을 거부해

작은 숨결, 그 눈빛 속에

미래가 피어나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그건 너의 웃음과 울음

아무리 쌓아 올린 금도

이 생명의 무게를 못 사네


3절

내 하루를 바꾼 기적

그 어떤 거래도 아닌

함께 걸을 그날까지

사랑만이 길이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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