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쿵!

by 남궁인숙

"원장 선생님!! "여기 좀 보세요." 교사는 떨리는 음성으로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아이 한 명을 힘겹게 안고 원장실로 들어온다.

원장실에 걸린 시계를 보니 10시 40분, 아이들의 바깥놀이 시간이다.

나는 다급하게 부르는 교사의 목소리에서 바깥에서 놀이하면서 무슨 일이 생겼음을 감지하였다.

'무슨 일이 생겼구나 '


"성 놀이터에 갔는데 윤겸이가 놀이터 1.5미터 난간에 서 있다가 갑자기 우레탄 바닥에 떨어져서 움직이지 않아요."라고 하면서 불안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교사의 품에 안겨 축 쳐져있는 윤겸이를 보는 순간 원장 선생님인 나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놀라고 있음을 알지 못하도록 최대한 침착하게 윤겸이의 안색을 살피고 손발을 만져보니 식은땀인지 더워서 흘린 땀인지 분간 안되게 흘린 땀과 손이 많이 차가웠다.

숨은 고르고 있는데 의식이 없어 보였다.


"선생님! 윤겸이 응급실 데리고 가야겠어요."

나는 자동차 키를 가방에서 꺼내어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까지 1분이면 가는 거리인데 너무 길게 느껴졌다.

윤겸이를 안고 있는 교사의 모습을 바라보니 초주검이다. 보조선생님께 윤겸이 생년월일 문자로 알려달라고 부탁하고 어린이집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의식이 없어 보이는 윤겸이가 잠들면 안 된다는 생각에 계속 말을 걸었더니 1분 정도 지나자 윤겸이는 마치 잠에서 깨어 나는 순간처럼 눈을 비비며 눈을 뜬다..

"윤겸아! 여기 어디니?"" 윤겸아 나 누군지 알겠니?" "윤겸이 놀이터에서 놀았던 것 생각나니?"

담임선생님과 나는 번갈아 가며 윤겸이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윤겸이는 귀찮은 듯, "원짱 성생밈"이라고 한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휴........"라는 말이 새어 나온다.

윤겸이는 어린이집에 생후 3개월에 입학해서 지금 다섯 살 반이 되었다. 12월에 쌍둥이로 태어났기에 현재 다섯 살이라고 하지만 네 살 정도로 보인다.

너무 어린 시기에 어린이집의 귀한 손님이 되었기에 사랑을 많이 받는 아이다.

물론 원장 선생님의 최애 사랑 비타민이다.



어리둥절해하는 윤겸이가 창밖을 보며 지나쳐 가는 아파트를 가리키며 "여기 할머니 집인데"라고 한다.

의식이 돌아온 것 같아 다행이었다.

"여기 00 마트 지나간다. 윤겸이 여기 와본 적 있니?"라며 담임선생님은 윤겸이가 다시 잠들지 않도록 계속 말을 걸었다.

"00 마트에서 무엇을 샀지?" 윤겸이는 "000 소시지 사쪄요."라고 한다



계속하여 윤겸이에게 말을 걸면서 응급실에 도착하였다. 간단한 문진과 함께 의사 선생님을 만나서 진찰을 하였다.

의사 선생님께서 별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고 하니 엑스레이와 CT를 찍어보자고 한다.

접수하고 기다리자니 직장에서 조퇴를 하고 윤겸이 엄마와 할머니가 응급실로 들어온다.

응급실 로비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윤겸이를 보자 안심을 하는 모습이다.

얼마 후 퇴원 수속하라는 전공판에 윤겸이의 이름이 뜬다. 생각보다 결과도 빠르게 나오고 퇴원 수속도 빨랐다.

의사 선생님께서 지금 아무 이상은 없지만 24시간 동안 안정을 취하고 지켜보라고 한다.

퇴원 수속을 마치고 윤겸이와 윤겸이 할머니, 엄마 그리고 담임선생님과 함께 어린이집에 도착하였다.

윤겸이 엄마는 담임선생님께 고생했다고 하면서 어차피 본인도 회사에서 조퇴하고 나왔으니 윤겸이를 집으로 데리고 간다고 한다. 그리고 담임선생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도 잊지 않는다.


아이를 집으로 보내고, 원장실에 돌아와서 한숨도 돌리기 전에 예정되어 있던 회계 컨설팅을 하기 위해 컨설턴트가 방문한다.

그렇게 2시간 동안 멘붕이 온 상태로 컨설팅을 받고, 컨설턴트가 돌아간 후 담임선생님을 불렀다.

그녀의 안색을 보니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아 보였다.

"선생님, 아이들 돌보다 보면 오늘처럼 이런 일은 흔히 있을 수 있어요. 많이 놀라셨죠?"

그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저는 6년 동안 교사 생활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너무 놀라서 지금도 진정이 안돼요."라고 한다.

"선생님, 윤겸이가 지금은 문제가 없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이런 일 말고도 또 다른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마치 사과가 '쿵' 떨어지듯 높은 곳에서 잘 떨어질 수 있으니 더욱 잘 보살펴야 해요."

"특히 아이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게 되면 다음과 같은 응급처치가 필요합니다.

떨어진 후 아이가 깨워도 깨어나지 못하거나, 의식을 잃거나, 선생님을 몰라보는 경우 또는 갑자기 말을 잘 못하거나, 눈이 안 보인다고 하면 반드시 응급실에 가서 진료를 봐야 하는 게 우선입니다."


"오늘 나한테 제일 먼저 달려와 준건 잘한 일이에요."라고 칭찬을 해주었다.

"앞으로 더욱 매의 눈으로 사과 같은 녀석들 잘 보살펴야겠죠?"

"네"

"오늘 너무 마음고생하셨는데 "얼른 퇴근하고 푹 쉬세요."

그리고 수고스럽지만 2시간 후에 윤겸이 엄마께 다시 전화해서 윤겸이 잘 노는지 확인해 보라고 하고 퇴근을 시켰다.


지금은 밤 9시, 응급실에 가느라 낮에 못한 일들을 처리하고 나니 오늘의 하루 일과가 이제 끝이 났다.

윤겸이 엄마와 문자를 나눈 후 윤겸이가 편히 잔다는 말에 나도 퇴근해본다.

어린이집에서 잘 놀 던 아이가 갑자기 사과가 '쿵' 하고 떨어지듯 놀이터의 높은 곳에서 떨어진 오늘 하루가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사랑하는 윤겸아! 너도 오늘 하루가 길었겠구나. 편히 잘 자렴."


오늘 아침 새벽녘에 잠깐 꿈을 꿨는데 몇 년 전 어린이집에 다녔던 운영위원을 지낸 학부모가 꿈에 보였다. 그녀는 얼마 전 가족 여행 중 교통사고로 사망하여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었다.

그녀가 오늘 내 꿈에 나왔다는 사실에 아침 출근길에 좀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특히 오늘은 더 주의하라고, 그리고 조심하라고 오늘 내 꿈에 찾아온 것 같은 그녀에게 감사한다.


오늘 하루 어린이집에서 '사과가 쿵!'

원장 선생님 가슴속에서도 '사과가 쿵' 하고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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