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손주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러 오신 할머니께서 양손 가득히 여름 햇볕에 충분히 영양분을 흡수한 아삭한 고추와 야들 야들한 상추, 통통해서 터질듯한 가지, 한입 베어 물고 싶은 토마토, 완두콩, 호박 등을 채취하여 가지고 오셨다.
직접 농약을 치지 않고 재배한 채소들이라 상품성은 떨어지지만 무농약이니 약이라고 생각하고 먹으라고 한다.
상추는 너무 연해서 서너 장을 올려놓고 쌈을 싸서 먹어야 하는 크기였다. 고추는 초록빛으로 단단하게 잘 익어가는 중이었고, 토마토는 상품 가치가 가장 없어 보였지만 당도가 높고, 신선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나마 가지는 상태가 좋아서 미끈하게 잘 빠진 아가씨의 종아리 같았다.
조리사님은 가지를 찜기에 올려서 푹 쪄낸 후 가늘게 찢어서 양념에 팍팍 무쳐서 점심 메뉴로 내놓으신다.
어렸을 때 입에도 대지 않던 가지 요리를 지금은 맛있게 먹는다.
가지에는 안토시아닌 성분과 사포닌이 많이 함유되어있어 황산화, 항염작용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다이어트 식품이라는 것이 매력적이다. 시력 저하나 망막 질환 예방 효과가 있어서 마음에 쏙 드는 식품이다.
대 여섯 살 무렵 동네 친구들과 숨바꼭질하다가 뒤뜰에 있는 비닐하우스 속에 숨다 보면 그곳에는 오이와 가지 나무가 있었다.
놀다가 지치면 하나씩 따서 즉석에서 우걱우걱 날것으로 베어 먹곤 했다.
그 기억을 더듬어서 날것으로 먹어보았다.
교사들은 날것으로 가지를 먹자 깜짝 놀란다.
"어떻게 가지를 조리하지 않고 먹죠?"라며 눈이 동그래진다.
자연산 채소! 보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