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한 장면에서 툭 던져진 말,
“청경채 같은 지지배.”
듣자마자 잠시 멈칫하게 된다.
모욕인지, 장난인지, 애정인지 경계가
흐린 말이다.
우리 욕설의 어휘력도 여기까지 왔나 싶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전통적인 욕은 대개 상처를 남긴다.
상대의 약점을 건드리고, 감정을
흔들어놓는다.
그런데 ‘청경채’라니.......
이 채소는 욕의 문법에 어울리지 않는다.
담백하고,
물컹하지도 않고,
쓴맛도 없고,
시원하고 싱그러운 잎채소다.
‘너는 청경채 같다’라는 말은
공격이라기보다는 묘한 조롱에 가깝다.
가볍고 순한 캐릭터가 떠오르고,
쉽게 구겨지지 않는 대신 존재감도 세지 않은
그런 느낌이다.
상대를 비틀어 말하지만 칼날이 없다.
그래서 듣는 사람도 화가 나기보단 어이없는
웃음이 먼저 나온다.
이 말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욕의
본래 목적을 흐리기 때문이다.
상처를 내려고 했지만, 정작 떠오르는
이미지는 초록빛 채소 한 포기다.
욕을 들었는데 '배추'나 '시금치'가
아른거리면, 분노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길을 잃는다.
이런 표현은 결국 욕의 시대가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관계를 망치고 싶은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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