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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는 크리스마스

by 남궁인숙

1

눈이 많이 오기로 유명한 작은 마을에

유난히 조용한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광장에는 커다란 트리도 없었고,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캐럴도 없었다.

상점들은 평소보다 일찍 문을 닫았고,

아이들은 집 안에서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2

마을 한쪽 끝, 작은 집에 사는 아이

‘유리’는 올해 크리스마스가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

선물도, 파티도, 반짝이는 장식도 없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는 원래 이런 날이 아니잖아…”

유리는 외투를 입고 밖으로 나갔다.

눈길을 걷다 보니,

골목 끝에서 희미한 불빛 하나가 보였다.




3

그 불빛은 오래된 가로등 아래에 앉아 있는

할머니의 손에서 나왔다.

할머니는 작은 초를 켜고 있었다.

“왜 초를 켜고 계세요?”

유리가 묻자 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기억하는 날이거든.”

“뭘 기억해요?”

“서로를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던 시간,

아무것도 없어도 따뜻했던 날들.”

유리는 잠시 생각하다가

주머니 속 작은 초콜릿을 꺼내 할머니에게

건넸다.

할머니는 고맙다며 초 하나를 더 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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