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를 깨운 것은 커피였고,
쓰러뜨린 것도 커피였다
프랑스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는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작가였다.
그의 하루는 집필로 시작해 집필로 끝났고,
그 긴 시간을 버티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커피였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집필 기간 동안
하루 40~50잔에 달하는 진한 커피를
마셨다.
그것도 오늘날의 연한 커피가 아니라,.
거의 약에 가까운 농도의 커피였다.
발자크에게 커피는 기호가 아니라 도구였다.
그는 커피를
“커피는 위에서부터 생각을 자극해
종이 위로 군대처럼 행진하게 만든다.”
라고 묘사했다.
이 문장은 발자크의 작업 방식을 정확히
보여준다.
아이디어는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라도 깨워야 하는
대상이었다.
커피는 그의 뇌를 흔들었고,
사고를 밀어 올렸으며,
문장을 강제로 전진시켰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들이 바로
『인간 희극』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문제는 속도였다.
커피는 생각을 빠르게 했고,
문장을 쏟아내게 했지만,
몸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발자크는 만성적인 신경과민과 심장 문제를
겪었고, 결국 51세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그의 조기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과도한
커피 섭취가 거론되는 이유다.
이 이야기가 단순히 '커피는 몸에 해롭다'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발자크가 커피를 통해
보여준 태도였다.
그는 창작을 기다리지 않았다.
영감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대신,
커피로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그 선택은 엄청난 생산성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회복 불가능한 건강소모를 남겼다.
발자크가 마신 커피는 우리에게 어디까지가
촉진이고, 어디부터가 침식인가를 묻게 한다.
집중을 돕는 도구가 언제 자신의 삶을 갉아먹는
존재로 바뀌는가.
그는 분명히 커피 덕분에 위대한 작품을
남겼지만, 그 대가 또한 온전히 치렀다.
오늘날 우리는 발자크처럼 극단적으로 커피를
마시지는 않는다.
그러나 방식만 달라졌을 뿐, 본질은 비슷하다.
카페인, 일정, 압박, 성과. 우리는 여전히
스스로를 깨우고 몰아붙인다.
다만 발자크보다 더 오래 버텨야 할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발자크의 책상 위에 놓였던 커피잔은 창작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경고였다.
커피는 생각을 행진하게 만들 수 있지만,
그 행진이 끝났을 때, 몸이 남아 있을지는
아무도 보장하지 않는다.
https://suno.com/s/qR2l5mSNp4puukCR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1절
새벽은 아직 남아
도시는 잠들었고
책상 위 검은 잔만
나보다 먼저 깨어
종이는 말이 없고
생각은 멈춰 서
그래서 나는 또
한 모금을 넘겨
우우
커피는 생각을 깨워
종이 위로 행진시켜
나는 쓰고 또 쓰고
몸은 뒤에 남겨 둔 채
이 잔이 나를 살리고
이 잔이 나를 닳게 해
밤을 넘겨 만든 문장
시간을 깎아 남긴 문장
끝까지 쓴다면
끝까지 마시겠지
검은 잔이 식을 때
나도 함께 식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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