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바지런 떨며 햇볕을 듬뿍 쬐어 농익어 탐스러운 벼를 거두는 가을이 왔다. 웅장한 울림으로 목 놓아 울어대던 매미도 기품 없이 스러져 가는 가을 문턱의 풀숲에서 노란 투명한 가을이 다가온다. 거리마다 노란색이 넘쳐흐르고, 무리를 이루는 은행나무가 노란 가을의 풍경을 맘껏 발산 중이다.
은행나무가 사납게 노랗다. 저토록 노랄 수가 있을까? 가을은 작열하던 태양 한 드럼, 한여름 뜬금없이 휘몰아치던 소나기 한 말, 여명의 새벽을 밝히는 새벽이슬 서너 스푼 섞어서 버무려 놓으니 하얀 도화지에 빛이 되어 투명한 노랑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가을은 물감 없이도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려내고, 도시를 에워싸고 있는 액자 속의 풍경들이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창출한다.
아이들의 담백한 마음을 담은 순박한 노란색, 청년의 혈기를 담은 진 노란색, 어버이의 진정한 마음을 담은 연 노란색이 거리를 뒤흔들며 가을이 나부낀다. 노란 빛깔은 아련하고 찬란하게 가을빛으로 도시의 가장자리를 소리 없이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눈부신 노란 가을 풍경은 그림의 세계로 스케치 여행을 나간다.
1880년대 프랑스 남부 아를르(Arles)라는 작은 마을에 화가 한 명이 도착한다. 찬란한 햇빛으로 노랗게 물들어 있는 아름다운 마을의 풍경을 그리기 위해 모여드는 화가 중의 한 사람 ‘빈센트 반 고흐’였다.
고흐는 잔뜩 기대에 부풀어 아를르에서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찾아왔을 것이다.
아를르의 태양은 고흐가 느끼는 첫사랑처럼 가슴을 뛰게 하였다. 고흐는 벅찬 마음으로 쉼 없이 그림을 그리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그리고 싶어 늦은 밤까지 촛불 아래 붓질을 한다.
낮에는 태양광선에 비친 자연을 묘사하고자 하였으며, 보이는 대로 그대로 그리는 것은 너무 시시해서 자기만의 빛깔로 표현하고 싶어 했다. 그는 항상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빛을 그림에 담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그림을 그렸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그 유명한 노란색의 〈해바라기〉였다.
고흐는 이른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해바라기를 그린다. 특히 그의 친구 고갱을 노란 집에서 기다리면서 고갱이 노란 집과 노란 해바라기를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그리고 방안 곳곳을 노란색 해바라기로 장식하며 고갱을 기다렸다.
그러나 노란 집에서 고흐와 잠시 함께 살았지만 고갱과 인연을 끊게 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치료 후에 또다시 프랑스 북부 오베르라는 마을로 떠난다. 그는 오베르에서 다시 태양 아래 끝없이 펼쳐진 밀밭에서 아름다운 햇빛을 담기 위해 밀밭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린다.
고흐가 생각하는 노란색은 고통보다는 강한 사랑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가서 본 형의 무덤가에 많이 피었던 해바라기를 기억하면서 고흐는 노란색 해바라기를 많이 그렸다.
고흐의 정신세계는 균형을 잃은 삶이었다. 너무 우울하고 암울했으나 고흐의 그림만큼은 매력 넘치는 황금빛으로 고흐가 사랑한 태양의 노란색을 표현해 내고 있었다.
사후에 〈해바라기〉는 그의 뛰어난 예술성을 인정받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아직도 고흐를 사랑하는 수많은 팬들로 프랑스의 작은 마을 오베르에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