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데 평소에 친분이 있는 여성회원이 42개월 된 손녀에게 물렸다고 자기 팔을 내밀면서 보여준다. 이빨로 물린 자국이 선명하였다.
이유를 물으니 지난밤에 손녀가 감기에 걸려 당신 딸이 손녀에게 약을 먹이고 있을 때, 손녀가 안 먹겠다고 버둥거려 딸이 손녀에게 약을 못 먹이고 있어서 할머니는 보지 못해 손녀를 끌어안고 입을 강제로 벌려서 꿀꺽 삼키게 했더니 그만 손녀가 당신 팔을 이로 '앙' 물면서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고 한다.
손녀의 등짝을 때려서 겨우 물린 팔을 풀었는데 이렇게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는 것이다.
손녀가 엄마를 무는 것을 본 딸은 손녀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가서 야단을 치면서 할머니께 사과하라고 했는데 한 시간 반을 울면서도 사과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웠다고 한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서 손녀가 안방을 나오며 할머니를 쳐다보면서 하는 말이 "내가 잘못한 거 아닌데 왜 내가 사과를 해?"라고 하면서 눈을 흘기면서 의기양양하더라는 이야기였다.
이 모습을 보고 사위가 다시 손녀를 안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계속 네가 잘못했으니 사과하라고 시켰다고 한다.
다시 안방을 나온 손녀는 할머니에게 말하기를 "그러니까 왜 나한테 억지로 약을 먹였냐고? 할머니가 잘못했지?"라고 하면서 오히려 할머니에게 큰소리를 쳤다는 것이다.
할머니도 화가 나서 "너 빨리 할머니한테 미안하다고 해?"라고 하면서 옥신각신 실랑이하다가 당신이 지쳐버렸다고 한다.
" 원장 선생님! 나 오늘 헬스장에서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 만나면 물어보고 싶었어요.
무슨 애가 그렇게 고집이 세죠?"라고 묻는다.
내가 '금쪽 상담소'의 오은영 박사도 아닌데........
유아기에 들어서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른에 의해 버릇 들이기가 시작된다.
유아기 아이 버릇 들이기는 어른의 끈기와 시간, 그리고 에너지가 필요해진다.
영아기는 아이들이 말도 잘 듣고, 어른들이 키우고자 하는 의지대로 잘 커준다. 그러나 유아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자존심을 내세우게 되고, 어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배우면서 감각을 익혀나간다.
이때 규칙도 알고 규범도 배우는 것이다.
규칙을 익히면서 아이들은 긍정적인 인내와 자발적인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때 조절을 하기가 힘들다고 느끼게 된다. 지나치게 강압적으로 버릇을 들이려고 하면 아이들이 갖는 인내는 충동과 욕구를 억누르거나 스트레스를 견디는 에너지가 수동적이 되어버린다.
부모는 버릇을 들이려고 하는 의지였지만 결국에는 어른이 먼저 화를 내고 분노를 표출하여 학대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영아가 한 살이 되면 어른의 입 모양을 보면서 근육의 쓰임을 알고 언어를 습득하기 시작한다.
언어는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문화적인 규칙이고 규약이다.
언어는 어른들이 의도적으로 관여하지 않아도 사회문화 속에서 신기하게도 자발적으로 획득해 간다.
평소에 헬스장 여성회원은 당신 손녀가 말을 너무 잘한다고 자랑을 했었다.
손녀를 흉내 내면서 손녀가 하는 말을 들려줄 때마다 "어쩌면 아이가 그런 말을 하죠?"라고 하면서 회원들은 어리둥절해했었다.
어른들의 사회문화 속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아이들은 그대로 자발적으로 언어를 획득해 간다. 또래에 비해 언어가 빠른 손녀에게 속상해진 할머니의 말투를 들여다보았다.
손녀가 사용하는 언어적 행위는 할머니가 사용하는 언어의 수준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할머니나 엄마가 자기의 아픔을 몰라주었기 때문에 이 아이는 계속 고집을 피우면서 사과하지 않았을 것이다. 갑자기 자기를 제압하면서 억지로 입을 벌려 약을 삼키게 한 할머니의 행동에 손녀는 약이 오르고 분했을 것이다. 그래서 동물처럼 폭력적으로 이빨로 무는 행위를 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엄마나 할머니는 손녀에게 잘못했다고 하면서 자꾸 사과만 하라고 하니까 이 아이는 수긍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다음과 같은 처방을 해주었다.
오늘은 집에 가서 손녀와 대화를 해보라고 했다.
"무슨 말을 해요"라고 한다.
"할머니가 약을 강제로 먹여서 우리 손녀가 화가 났었구나. 할머니가 너의 마음을 못 알아줘서 미안해"
이렇게 해보라고 말해주고, 만약에 손녀가 수긍하거든 그다음에 할머니가 속상했던 것을 말해보라고 했다.
영유아기 아동이 하는 주요 과업은 변화하고 성장하는 일이라고 한다.
영유아기에 행해지는 행동수정은 특정한 행동문제를 감소시킬 수 있다.
행동을 수정할 때는 처벌과 보상이 필요하고, 구체적인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만 한다.
아이는 저절로 커가는 것이 아니라 어른의 적절한 지원 아래 보상을 받으면서 커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