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책을 만나러 갔다

by 남궁인숙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다.

'날마다 아이를 파는 여자'가 꽂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컴퓨터로 에세이 코너 어디쯤에 내 책이 있는지 확인하고, J코너의 책꽂이를 살폈다.

달랑 한 권이 꽂혀 있는 게 보인다.

반갑다.

인터넷으로 확인했을 때, 어제까지 다섯 권이 꽂혀있었는데 네 권이 팔린 모양이다.

내 책이 대한민국 책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광화문 교보문고에 꽂혀 있다니......


백화점에서 파는 옷 중에서 대부분은 매장 안에서 고급지게 코디네이터의 손길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서 있다.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아이들은 신제품이거나 가격도 좀 있는 아이들이다.

맥없이 아무렇게나 누워있는 아이들은 이월상품이거나 가격 인하된 제품으로 오다가다 백화점 물건치곤 좀 저렴해서 누구나 손쉽게 데려갈 수 있는 아이들이다.

그러나 반대로 서점에서는 누워있는 아이들은 특급대우를 받는다.

따끈따끈한 신간이거나 베스트셀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간이어도 나처럼 무명작가가 낸 책은 선반 안에서 얌전히 있다가 어쩌다 눈 마주친 독자에게 운 좋게 팔려간다.

서점에서 제법 팔릴 것 같은 아이들은 무료로 누워있게 하지만, 무명작가의 책은 5성급 호텔비 정도의 광고비를 내면 누워있게 한다.

멋지게 폼 잡고 누워있는 아이들을 보니 광고비를 내더라도 내 책도 누워있게 하고 싶어졌다.

오다가다 눈 마주쳐서 독자들의 손에 고이 모셔가게 하고 싶었다.


선반 안의 달랑 한 권 남은 내 책을 손수 사 보았다.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10프로 할인되지만

그냥 한번 사보고 싶어졌다.

' 날마다 아이를 파는 여자'가 모두 팔린 것을 직원이 알면 다시 채워놓겠지......라는 심정으로.


"너! 왜 이렇게 구질구질해진 것이냐!"

구질구질해도 할 수 없다.

누군가 '신간은 생선과도 같다'라고 했다.

책이 새로 나오면 재빨리 많이 알려서 생선처럼 싱싱할 때 바로 팔아야 한다고 했다.

잉태하듯 정성을 쏟은 내 소중한 책,

많이 팔릴 수만 있다면 백 번이라도 구질구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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