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마당에 봄이 살아 움직인다

by 남궁인숙

거짓말처럼 봄이 찾아왔다.

아파트 담장 위에서 겨울잠을 자던 매화가 봉우리를 터트린다.

꽁꽁 얼었던 상자 텃밭 속 흙을 깨워 뚫고서 싹이 돋아나고 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더니 봄은 소리도 없이, 우체국 소인도 없이 "띵동, 띵동" 현관 초인종을 누르며 우체통에 무심코 편지뭉치를 던져놓고 가는 우체부 아저씨 마냥 투박하게 봄 한 뭉탱이를 놓아두고 간다.


애들아! 3월이 시작되었다.

너희들은 계속 쨍한 젊은 날들이 반짝거려서 좋겠구나.

원장선생님은 가뭄 속에 논바닥 물줄기가 말라 가듯이 수분이 쑥 쑥 빠져나가는 것을 아침마다 느끼면서 살아간단다.

오늘 아침에도 물 500리터를 공복에 마시면서 밤사이 빠져나간 수분을 보충하고 시작해 보았다.

해마다 3월이면 찾아오는 예쁜 봄처럼 젊음은 늘 그대로 일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그 젊음이 저만치 앞서서 가버리더구나.

도저히 내 발걸음으로 따라잡지 못하게 빠르게 빠르게 흘러가는구나.


오늘 아침 출근길에 상자 텃밭의 흙이 겨우내 품고 있던 싹이 돋아나는 것을 보면서 문득 그 아름답고 찬란했던 나의 봄날은 어디로 흘러가버렸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속절없이 너희들은 교실에서 '씨 씨 씨를 뿌리고' 노래를 부르고 있구나......


"씨 씨 씨를 뿌리고. 꼭 꼭 물을 주었죠.

하룻밤, 이틀밤, 오오오.....

뽀드득뽀드득 싹이 났어요."


물만 주어도 하룻밤 사이에 뽀드득뽀드득 자라나는 자연과 달리 인간에게 주어진 아름다운 시간은 영원할 수가 없단다.

그래서 사는 동안 그날그날 즐기면서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린이집 앞마당에 봄이 숨죽이며 자라고 있구나.

'올봄에 원장선생님은 상자텃밭을 얼마나 자주 갈아엎게 될까?'

겨우내 꽁꽁 얼어붙어 있던 상자텃밭들을 숨통 트이게 해 주려면 퇴비를 넣어서 영양분을 채워줘야 하는데 벌써부터 봄을 위학 노작 활동에 꾀가 난단다.

비료도 사고, 배양토도 사다가 무거운 흙을 갈아엎어 줘야 할 텐데 엄두가 나지 않는구나.

분양받은 상자텃밭의 크기가 작년의 2배가 되어 얼마나 힘이 들지 모르겠구나........


자연은 우리가 사랑을 주는 만큼 많은 수확을 거두게 한다는 것을 너희들도 해마다 텃밭을 가꾸면서 보고 배웠으니까 잘 알고 있겠지?

너희들이 많이 도와줄 거지?

올봄도 기대해 본다,

상자텃밭에서 얻어가는 기쁨이 훨씬 많기 때문에 게으름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오늘은 꿈틀꿈틀 봄이 살아 활발하게 움직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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