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부고문자가 들어온다. 경북 봉화까지 조문을 가야 했다.
단체를 이끄는 수장이 되어보니 회원들의 부고문자에 소홀할 수가 없다.
단체톡에 부고소식을 알리고 함께 조문 갈 팀을 꾸려 지방으로 향했다.
세 시간 만에 도착하여 조문하고, 음복하기 위해 식탁에 앉으니 교사로부터 문자가 들어온다.
'원장님 저에게 연락 한 번 주세요.
코끼리반 서현아버님께서 원장님 그리고 담임교사와 함께 서현이의 어린이집 생활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으시다고 하셔요.'
문자만 읽었을 때는 교사의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
나는 다급하게 써놓은 교사의 문자를 보면서 잠깐동안이었지만 별의별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었다.
'우리 교사가 뭘 잘못했을까?'
'옷을 혼자 입고 벗게 했을까?'
'밥을 억지로 떠먹였을까?'
'너무 엄하게 아이를 대했을까?'
'엄마 찾으면서 우는데 안아주지 않았을까?'
'목소리가 너무 컸을까?'
'토닥이는 손길이 투박했을까?'
'울어도 본체만체했을까?'
...............................
심장이 쫄깃해지면서 방망이질을 해댄다.
통화하여 내용을 들어보니 아빠가 육아휴직기간이어서 하원 후에 아이와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데 새로 입학한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잘 적응을 못하고 아침마다 울면서 등원하는 것을 보니 아빠로서 안심하고 보낼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아직 적응기간인 코끼리반에서 교사와 아이가 적절한 인과관계가 쌓이지 않았는지 교사를 무서워하는 것 같아서 상담이 필요하다고 하신다.
원장선생님이 지방 출장 중이니 월요일에 전화드리겠다고 하였지만 담임교사와 상담하면 된다고 하면서 부모님께서는 담임교사와 상담하기를 원하셨다.
나는 주임교사에게 담임교사와 함께 상담해 주기를 부탁하고,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해주기를 원하는지, 무엇을 부탁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잘 들어주라고 하였다.
30여분이 흘렀고, 서울로 올라가는 도중에 주임교사로부터 상담 잘 마치고 부모님은 집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부모님이 요구하는 상담의 요지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아이마다 이런 아이 저런 아이 있듯이 교사도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을 텐데요.
부드럽게 말하는 선생님도 있고, 괄괄하게 말하는 선생님도 있고, 행동이 큰 선생님, 조신한 선생님 등 다양할 것입니다.
또한 아이가 바로 적응해서 선생님을 좋아할 수도 있고,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 서현이가 빨리 적응을 못하고 아침마다 등원하면서 울며 보채고, 담임교사를 거부하는 것 같으니 우리 아이의 성향을 잘 파악해서 적응을 빨리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부탁을 하셨다고 한다.
다행히도 상담을 요청하신 신규입소 원아의 부모님은 성품이 좋은 분 같았다.
아이말만 듣고 오해 먼저 하지 않고, 정중하게 아이가 빨리 적응할 수 있게 지도해 달라고 당부하고 싶어서 담임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하신 것이다.
부모님께서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담임교사의 마음을 먼저 읽어 주신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나는 어린이집에 도착하여 코끼리반 담임교사와 통화를 하였다.
새 학기가 시작되어 2주 동안 교실에서의 신입 아이들과 적응기간을 보낸 자초지종을 얘기하면서 코끼리반 담임교사는 억울한지 통화 내내 울먹인다.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수도 있다.
잘한다고 했는데 받아들이는 아이나 부모가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한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선생님의 교실을 점검해 보자고 부탁하였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대하는지 어떤 목소리, 어떤 자세로 대하는지 영상을 찍어서 돌려보고 본인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라고 하였다.
결국 본인의 수업방식은 자기 스스로 장학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의 수업방식은 누가 컨설팅해 준다고 바로 바뀌지는 않는다.
본인의 수업을 '직접 보고 듣고 느꼈을 때 가장 빨리 변화시킬 수 있다'가 다년간 여러 어린이집을 둘러보면서 교사의 교실에서의 수업 컨설팅을 하면서 얻은 결론이다.
컨설턴트가 잠깐 수업에 대한 코멘트를 해주는 것은 참고만 될 뿐 나를 변화시키는 데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본인의 수업방식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가 없다.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 새로운 선생님과 함께 적응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부드러운 미소로 깊은 관찰과 진심 어린 관심으로 지켜보면서 아이마다의 독특한 기질과 성향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 되어야 한다.
사랑은 일방통행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늘 옳은 일 같아도 상대방이 느끼기에 옳지 않다면 수정과 반성적 사고가 반드시 필요해진다.
어린이집의 하루 일과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고단함과 즐거움과 어려움의 연속이다.
사람을 키우는 일!
결코 단순하지 않은 수많은 고뇌가 필요한 일이며, 콤플렉스가 많은 일이다.
그래서 아무나 보육교사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너는 꼭 이 직업을 해라'라고 초인간적인 힘을 지닌 신(神)이 점지해 준 직업인지도 모르겠다.
억겁의 세월 저 편에서 분명 나 또한 영유아기의 노련하지 않은 아이였을 테니까........
'어린 왕자'를 저술한 생텍쥐페리의 사랑의 정의를 떠올려본다.
사랑이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둘이서 똑같은 방향을 내다보는 것이라고
인생은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 생텍쥐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