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분리수거를 시작으로 집안 대청소를 한바탕 하고 나니 나를 위한 선물로 맛있는 커피를 우아하게 한잔 마시고 싶어졌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모자를 눌러쓰고 슬리퍼를 신고 집 근처에 있는 **벅스에 갔다.
이른 시간부터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서 자리를 잡고서 노트북을 펴고 뭔가 열심히 작성하는 사람도 있고, 책을 읽고 있는 사람도 있고, 영문복사지를 펼쳐 놓고 밑줄을 그어가면서 얼굴에는 잔뜩 인상을 쓰고서 눈동자에 힘을 주면서 전두엽을 열심히 활성화시키고 있는 사람, 윈도 서핑을 하는 사람 등 천차만별이다.
커피를 사려고 줄을 서서 내 차례를 기다리면서 카페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넋을 놓고 구경하게 된다.
문득, 대학생 때 책을 가득 넣은 무거운 가방을 메고서 도서관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학교에 일찍 도착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무슨 공부를 하겠다고 무거운 책들을 그렇게 많이도 들고 다녔었을까?
좋은 자리는 맡아 놓았지만 금세 피곤해져서 엎드려서 자다가 온 날이 더 많았었다.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니 요즘 사람들은 카페를 마치 도서관처럼 이용하는 것 같다.
백색소음이 들리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서너 시간씩 앉아서 자기 일에 몰두하고 있다.
커피를 사든 사람들이 앉을 빈자리를 찾아 돌아다니면서 눈치를 줘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작은 소리로 대화해도 눈치 보이는 도서관보다는 덜 부담되어 카페에서 자유롭게 공부하는 게 도서관보다 더 집중이 잘 되고 편한 것 같다.
산업 심리학 용어 중에 '호손효과'라는 단어가 있다.
1924년에 호손(Hawthorne) 전기회사에서 실험했던 호손 연구는 공장 내에서 작업자들의 행동을 연구하였더니 생산성에 심리적인 요소가 작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 후 헨리 렌즈버거라는 학자가 1955년 호손 실험의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호손효과'라고 이름 붙였다.
피실험자들에게 관찰되고 있다고 실험 내용을 알려주지 않은 팀과 미리 알려 준 팀의 실험 결과를 살펴보았을 때, 실험의 결과와 실제가 다르게 행동을 나타내는 효과가 있음을 알게 된다.
호손효과란 타인에 의해 관찰되고 있거나, 누군가의 관심을 받고 있을 때 사람의 행동이 달라지는 현상이다.
산업 심리학의 대표적인 연구 결과가 물리적인 환경 요인 외에 심리학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 후로도 종업원의 태도라든가 유형별 리더십 연구 등에서 사람에 따라 상이하게 대응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연구 결과라고 느껴지겠지만 그 당시에는 산업 심리학 연구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연구 결과물이라고 한다.
어린이집에서 학부모 참관수업을 하면 평소보다 아이들은 더 반듯하게 앉아있고 똘망똘망 눈알을 굴리면서 선생님 말을 잘 들어준다.
그리고 손을 들고서 발표도 얼마나 잘하는지 모른다.
그만큼 뒤에서 부모님들이 지켜보고 있기에 잘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참관 수업의 이점이라면 누군가 지켜볼 때 훨씬 학습효과가 많이 일어난다.
그래서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학부모 참관 수업을 하게 되는 이유다.
호손효과에서 알게 된 것처럼 카페에서 공부하는 대중들을 보면서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심리적인 이유 때문에 집중이 더 잘 되므로 시끄러운 카페에서 내 집처럼 편안하게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커피 한잔을 마주하고서 따라쟁이처럼 핸드폰에서 브런치를 열어서 글을 써 본다.
집중이 잘 안 된다.
혼자서 커다란 노트북을 켜고 넓은 의자에 두꺼운 방석을 올려놓고 앉아서 글을 쓸 때 나는 집중이 잘 되는 아날로그 세대임에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