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맞서는 힘 키우기

by 남궁인숙

피아노 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의 우렁찬 함성이 섞인 노랫소리가 들리는 아침이다.

나는 어린이집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릴 때마다 세르토닌이 분비되는 걸 느낀다.

어린이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아이들이 오늘처럼 노래를 불러주는 시간이다.

오늘 아침 출근할 때까지는 기분이 엄청 다운되어 있었는데 아이들의 피아노 소리에 버물어진 노랫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계속하여 메들리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힐링이 된다.

'그래, 이거야!'


즐거운 목소리의 어린이집 원가가 들려온다

우리 어린이집 원가는 노랫말이 예술이다.

10년 전에 재직하였던 교사의 외삼촌께서 교장선생님으로 퇴임하시고 취미로 노랫말을 쓰고 작곡을 하여 보급하시면서 만들어주신 원가였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사다.


송이송이 꽃송이

예쁜 꽃송이

엄마 아빠 사~랑 듬뿍 받으며

선생님, 친구들과 한데 어울려

웃음꽃이 활짝 피는 강~동 어린이


강동어린이집원가.jpg


다음으로 들려오는 노래는 박상문 작사곡의 '아침 인사'였다.

이 노래도 역시 들으면 들을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곡이다.


웃는 얼굴 예쁜 얼굴로

아침 인사 나눠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친구들아, 안녕!


밝은 얼굴 멋진 얼굴로

아침 인사 나눠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친구들아, 안녕!


그다음으로는 애국가가 들려온다.

아이들은 목이 터져라고 외치면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온몸으로 표현해 낸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

대한 사람 대한으로 다시 태어나세"


아이들의 노랫소리에 기분이 좋아져서 거울 한번 쳐다보면서 씨~익 웃어 보았다.

기분도 좋아졌으니 힘을 내어 오늘 하루 다시 시작해 보자! 아자!!!


식물은 움직일 수가 없어서 그 자리에서 있어야 하므로 수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나 보육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아이들과 보육실 안에서만 생활해야 하므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요즘은 학부모 상담기간이다.

아이들이 귀가하고 나면 교사들은 학부모를 맞이하기 위해 교실을 정비한다.

어제 오후, 각 교실마다 교사들은 학부모님과 마주 앉아서 상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면담이 밀려있는 교실에 나도 합류하여 학부모 상담에 참여하여 귀를 열고 들어보았다.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나.

셋이 앉아서 3주 동안 적응하느라 힘들었던 이야기, 또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들, 또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들을 듣게 되었다.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 받아 적기에도 벅찼다.

어린이집에서 전해주는 소식들이 체계적이지 않아서 불편했다고 한다.

등. 하원 시에 아이 상담을 하기엔 너무 시간이 촉박하여 키즈노트에 올려주면 좋겠는데 자주 사진들이 올라오지 않아서 불만이었다고 한다.

또한 교실은 작은데 아이들은 너무 많고, 교사는 둘이지만 마치 혼자서 보육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독감에 걸려서 진단서를 냈는데 인정 결석을 해주지 않아서 불편했다 등의 여러 가지 상황들을 장황하게 설명해 주셨다.

나는 소중한 의견이니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적었다.

학부모님의 생각들을 들으면서 반성도 하게 되고,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부모님은 도와주기를 바라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양수경이 부르는 '이별의 끝은 어디인가요?'가 아닌 '보육의 끝은 어디까지일까?'를 가늠해 보는 시간이었다.


학부모님들도 상담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교실을 정리하고서 하나둘씩 교직원들은 퇴근을 한다.

마지막으로 한 교사가 원장실 문을 노크하고 들어오는데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원장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라고 심장 떨어져 나가는 소리를 한다.

"제가 어린이집에 피해만 주는 교사인 것 같아서 퇴사를 해야겠어요."라고 한다.

"왜요?"

"학부모님과 상담하면서 제가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어린이집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고, 교사로서 자격이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한다.

나는 깊은 호흡으로 숨을 쉬어보았다.

그리고 높은 산에 올라가서 뭔가를 버리고 와야 한다면 무엇을 버리고 와야 할까?를 생각해 보았다.


"선생님! 나처럼 아이들이 불러주는 노랫소리에 세르토닌이 분비될 수는 없을까요?"


송이송이 꽃송이

예쁜 꽃송이

엄마 아빠 사~랑 듬뿍 받으며

선생님, 친구들과 한데 어울려

웃음꽃이 활짝 피는 강~동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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