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부처님 오신 날

by 남궁인숙

모처럼 쉬는 토요일이라서 산행을 나섰다.

산행이라기보다는 오늘이 부처님 오신 날, 휴일이기도 해서 산책 삼아 사찰을 둘러보기로 했다.

배낭을 메고 트레킹화를 신고 산을 올랐다.

등산로 입구를 지나가는데 가게 앞에서 미술가처럼 보이는 분이 작업복을 입고 작품활동을 하고 계셨다.

나는 지나가다가 궁금해서 "혹시 램프를 만들고 계신가요?"라고 물었다.

그는 그냥 작품이라고 했다.

가게 안에도 작품들이 있다고 보라고 한다.

"불이 들어오면 램프로 써도 되겠네요."라고 말하니 그는 "투명하면 가능하죠."라고 한다.

"지금 산에 올라가면 비를 만날 것 같아요."라고 알려주신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나는 계속 산을 올라갔다.



역시 산을 오르는 기분은 상쾌하였다.

한참을 오르자니 비가 후드득 떨어진다.

'그분 말이 맞았네......'

그러다 말겠지.......

그런 마음으로 산을 계속 올라갔다.

중턱에 오르니 보슬비가 내렸다.

앞으로 한참 동안 비가 올 것 같았다.

지난 워크숍에서 나눠 준 노란색 비옷을 배낭에 넣어 뒀기에 꺼내 입었다.

이렇게 유용하게 입게 될 줄 몰랐다.



사찰에 다다르자 줄지어 이어놓은 다양한 색의 연등이 장관이었다.

등 사이사이마다 불전함에 기부한 기부자들의 이름표를 붙여놓았는데 그것들이 비에 의해 떼어질까 봐 인부들이 천막으로 가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대웅전 안은 기도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비구니스님들만 사는 곳이어서인지 절이 아기자기하였다.

한참 둘러보고 나니 점심을 먹고 갈 수 있다고 식당으로 가라고 한다.

식당에 들어서니 맛있는 잔치국수 냄새가 났다.

배가 고파진다.



삶은 국수에 호박과 버섯을 고명으로 올리고, 갓 끓여낸 육수를 부어주었다.

절에서 주는 잔치국수를 염치없게 그릇이나 아주 맛있게 먹었다.

함께 나눠 준 절편을 꺼내 한입 베어 보니 도톰한 게 쫄깃하니 맛이 일품이었다.

'참 인심도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료급식으로 절을 찾아온 손님들을 대접하느라 노스님들도 애쓰는 모습이었다.

절에서 신도도 아닌데 맛있게 점심 한 끼를 이렇게 해결할 수 있게 해 주다니 감사하였다.

더구나 비 오는 날 먹는 잔치국수는 환상의 궁합이었다.

나는 진심에서 우러나서 불전함에 식사비를 넣었다.


옆좌석에 앉아 식사하는 노부부의 대화가 들린다.

"밥 먹고 나서 우리 큰 아이 사업 잘 되라고 기왓장에 이름 쓰고 가야겠어요."

부모의 마음은 자나 깨나 자식 걱정인 것 같다.


부처님 오신 날에 아주 기분 좋은 산행을 마쳤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