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와인 오프너

by 남궁인숙

지방에서 열리는 1박 2일 연수에 참석하기 위해 이른 아침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역에서 각 자치구 회장단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하고 지인들끼리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면서 기차 탑승을 기다린다.

아는 사람이 별로 없고, 서먹거리는 게 싫어서 참석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그중 유일하게 아는 원장님 한 분이 '내가 아는 사람이니 함께 가자'라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전국연 연수에 참가하기로 결정하였고, 용산역에 도착하였다.

해당 기차가 도착하자 예매한 탑승 칸에 모두 자리 잡고 앉았다.

지방으로의 여행이기에 모두 상기된 얼굴로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끼리 할 얘기도 많아 보인다.

옆사람과 재미있게 담소 나누기를 몇 분......

역무원이 다가와서 조용히 하라고 일침을 가한다.

여기는 관광열차가 아니며, 일반인들이 탑승하고 있으니 할 얘기가 있으면 밖으로 나가서 얘기 나누시라고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연수장소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토론회 등 정해진 일정들을 마쳤다.

어린이집 원장선생님들은 일정한 시간이 되면 간식을 먹는 습관이 있어서 오후 3시가 지나면

슬슬 배가 고파온다.

물 한 모금 제공되지 않는 빡빡한 일정에 배도 고프고, 짜증도 올라오고, 힘도 드는데 그런 와중에 나눠 준 기념품이 있었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기꺼이 받아줄 수 있는 기념품이었다.

건전지를 사용하여 전동으로 와인을 딸 수 있는 전동 와인 오프너 본체,

건전지도 들어 있어야 하는데 내 것엔 없었다.

'불량인가?'

와인병 입구에 장착하여 먹다 남은 와인의 산패를 줄일 수 있는 미니 스토퍼,

와인병 입구에 장착하면 흘리지 않고 완벽하게 와인을 따를 수 있는 푸어러,

포일을 쉽게 제거할 수 있게 도와주는 포일커터 등 전동 와인 오프너 4종세트가 들어있었다.



와인만 없는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장비들이다.

나처럼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센스 있는 기념품이 되겠지만 와인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달갑지 않은 기념품이다.


처음 기념품을 받아 들었을 때는 와인인 줄 알고 숙소에서 마실 생각에 모두 기뻐하였다. ㅎㅎ

이를 계기로 우리는 모두 친해졌고 즐겁게 연수를 마칠 수 있었다.


집에 와서 바로 시연에 들어갔다.

포일커터를 사용하여 포일을 쉽게 걷어냈고,

마침 집에 건전지가 있어서 와인 오프너에 건전지를 넣고 작동해 보니 또 다른 신세계가 펼쳐졌다.

자동으로 작동되니 손에 힘을 들일 필요도 없고, 기술도 필요 없이 코르크 마개가 우아하게 쏙! 빠져나온다.

수동으로 우아하게 와인병 따기는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다.

코르크가 중간에서 깨지기도 하고, 잘라지기도 하고, 안으로 밀려 들어가서 와인병 속으로 빠지기도 한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와인을 딴 김에 푸어러를 끼우고 드라이한 와인 한 잔을 촤르륵 따라 보았다.

와인소믈리에가 따라주듯이 깔끔하게 와인잔에 안착된다.


뇌가 신문물에 착각을 일으킨 건지 전동 와인 오프너로 개봉을 해서 인지 와인 맛이 더 좋았다.

와인이 입안에 들어갔을 때 퍼져가는 바디감과 탄닌이 주는 탄탄함이 제법 고급졌다.

마시고 남은 와인은 산패를 막기 위해 미니 스토퍼로 단단하게 잠가두었다.

이 녀석은 집에 있는 스토퍼보다 훨씬 사용이 편리했다.


기념품 때문은 아니고, 각 지역의 원장님들과

선 후배가 만나서 보육을 논하고,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었던 즐거운 연수였다.


함께 연수에 참여하자고 이끌어준 룸메이트 원장님께 고마움의 커피쿠폰을 배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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