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박힌 단단한 종아리

by 남궁인숙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그녀는 병원장 딸이었고, 전교에서 일등이었고, 늘씬한 큰 키에 얼굴은 하얗고, 겉옷을 허리춤에 넣고 벨트를 한 핫팬츠가 그렇게 잘 어울렸다.

난 어린 나이였지만 그녀의 날씬한 큰 키와 긴 다리, 그리고 그녀가 입고 있었던 핫팬츠가 부러웠다.

나보다 네 살 정도 많은 고학년 언니였다.

어느 날 나는 엄마를 졸라서 핫팬츠를 사달라고 하였다.

엄마는 시장에서 핑크색 핫팬츠를 사다 주셨지만 난 그녀처럼 다리가 길어 보이지도 않았고, 어울리지도 않았다.


나는 대학교 4학년 때 남자고등학교로 교생실습을 나가야 했다.

대학 4년 내내 단 한 번도 치마를 입어보지 않았었다.

그 당시만 해도 교생실습을 나가려면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강빅관념이 있었다.

멋쟁이 내 친구에게 최대한 길이가 긴, 치마 몇 벌을 빌려서 4주 내내 번갈아가며 입고 다녔다.

나는 그때 알았다.

초등학교시절 그녀처럼 핫팬츠가 잘 어울리지 않았던 이유를......

내 종아리에는 알이 있었다.

힘을 주면 돌덩이처럼 단단한 알이 옆으로 튀어나왔다.

하이힐을 신으면 더욱 심하게 근육이 생긴다는 것을 치마를 입으면서 알게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종아리 알과 상관없이 미니 스커트도 입고 하이힐도 신었다.

하이힐을 신을수록, 걷는 운동을 많이 할수록 알은 더욱 단단해져만 갔다.


나이 들수록 편한 것을 선호하게 되고, 치마를 잘 입지 않게 되었지만 나는 이 단단한 알 박힌 종아리 때문에 더욱 치마를 입지 않았었다.

누가 내 종아리만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콤플렉스였다.

때로는 "혹시 발레 전공하셨어요?"

라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난 변명도 귀찮아서 "네"라고 대답하곤 했다.


어쩌다가 친구들과 함께 걷게 되면 그중 한 친구는 내 뒤를 따라오면서 한 마디 던지기를 " ○○이 종아리를 보면 하느님은 참 공평하셔. 그렇지?"라며 놀렸다.


결혼을 하고 한참 후에 남편이 말했다.

"당신, 나 처음 소개팅할 때 바지 입고 나왔지?"

"아니, 왜?"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내가 여자를 처음 볼 때 종아리부터 보는데......"라고 하였다.


가끔씩 헬스장에서 나이 드신 분들만 몸매가 어쩌면 이렇게 예쁘냐고 과하게 칭찬을 하신다.

"허리는 잘록하고 다리는 튼튼하니 건강하고 얼마나 좋으냐고. 너무 예쁘다고."

"......."

요즘에는 자다가 가끔 기지개를 켜는 순간 근육이 경직되면서 종아리에 쥐가 나기도 한다.

정말 내 종아리는 가지가지한다.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종아리부터 주물러라'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후뚜루마뚜루 읽어보니 나처럼 단단한 종아리는 건강에 좋지 않으니 단단하고 알이 박힌 종아리는 자주 주물러서 부드럽게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일생동안 내게 스트레스를 주었던 알 박힌 이 종아리는 나이 들어가는 지금 이 시점에서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나는 열심히 주물러보지만 손가락 마디만 아플 뿐 알 박힌 종아리는 요지부동이다.

오늘도 여전히 내 종아리에는 돌멩이 삼 형제가 근육 틈 속에 오밀조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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