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자회에서 산 아쿠아슈즈

by 남궁인숙

인천공항 제1터미널까지 간신히 턱걸이해서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잠실롯데호텔 리무진 탑승장에서 5시에 출발하는 첫차를 타고 공항에 도착하니 6시였다.

비행기 탑승 시간은 7시 25분, 휴일을 맞이하여 여행을 떠나는 인파들로 공항은 북적였다.

핸드폰을 로밍할 틈도 없이 셀프체크인 라인에서 출국을 위해 줄 서 있는 여행객들 틈바구니에서 발을 동동거리면서 수속을 밟았다.

공항 보완 스크리닝 시스템을 통과하는데 기내용 가방을 열어보겠다고 하였다.

난 자신 있게 "네"라고 대답하였다.

'이런 이런~'

리무진 안에서 마시려고 집에서 내려온 커피가 담긴 텀블러가 문제였다.

텀블러 속 커피를 버리고 입장하라고 하였다.

리무진 버스 안에서 커피가 가방 속에 있다는 생각을 못했고, 공항에는 가까스로 도착했기에 가방 속 텀블러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 채 여유도 없었다.

결국 커피를 버리고 빈 텀블러만 넣어가지고 간신히 탑승해서 5시간 가까이 비행하여 필리핀 보홀 팡라오 공항에 착륙하였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e - travel에서 QR코드 받고, 영문백신접종 증명서를 출력해서 가지고 탑승해야 한다고 하더니 보홀 팡라오 공항에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공항을 나오자 후텁지근한 32도의 무더운 날씨였다.

"어제까지 태풍 여파로 관광객들이 리조트 안에서만 보냈는데 날씨 복이 있으시네요."라고 가이드가 말해준다.

덧붙여 말하기를 즐거운 여행을 하려면 관광객들은 '날씨 복'이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우리를 바닷가 근처에 있는 모달라 리조트까지 안내해 주고 가이드는 떠났다.

호텔과 비행기 티켓만 예매한 터라 일정은 우리가 꾸려나가야 했다.

리조트를 찬찬히 둘러보니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아주 깨끗하였다.

체크인 시간보다 이른 도착으로 프런트에 짐을 맡겨두고, 다시 시내로 나와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가이드로부터 소개를 받은 시푸드를 파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서 들어갔다.

손님은 별로 없는데 종업원이 열명도 넘게 대기하고 있었다.

내 눈에는 일은 안 하고 서로 노닥거리는 것으로 보였다.

밥 먹는 내내 저렇게 많은 종업원이 왜 필요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계산하면서 사장님께 물어보았다.

"사장님! 손님도 별로 없는데 종업원이 왜 이렇게 많아요?"라고 물었더니 대답하기를

"우리 직윈이 20명도 넘어요."라고 하신다.

"인건비가 한국의 10분의 1 이잖아요. 그리고 지금은 점심시간이라서 손님이 많지 않지만 저녁시간 대는 손님이 2층까지 가득이에요.

그래서 종업원이 많이 필요하답니다."라고 알려 주셨다.

한국에서는 엄두도 못 내지만 필리핀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한 사람 채용해서 드는 인건비면 여기에서는 10명을 채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맛있게 시푸드를 먹고 이곳 현지인의 인건비 이야기도 듣고, 식당에서 제공해 준 툭툭이를 타고서 다시 리조트에 도착하였다.

보홀에서 이동수단은 툭툭이라는 건데 이들은 바이시클이라고 불렀다.


리조트에 돌아와서 체크인을 하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리조트 바로 앞이 바닷가로 바다는 실컷 볼 수 있고,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곳이어서 오전과 오후로 바다 모습이 달라 보이는 곳이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서 야외 수영장에서 여유 있게 휴식을 취했다.

휴양지에 왔으니 며칠 동안 편안하게 쉬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기로 하였다.

일정이 서로 달라서 밤 비행기를 타고 따로 오는 친구가 올 때까지 수영장에서 쉬면서 우리는 저녁식사까지 해결하였다.

한밤 중에 친구는 공항에서 혼자서 리조트까지 찾아왔다.

대단한 그녀다.


한국은 팬데믹 이후로 여행이 자유로워져서 해외로 떠나는 관광객이 많아졌다.

이곳 보홀 팡라오 알로나비치 부근에도 한국인 관광객으로 넘쳐났다.

얼마 전 홈쇼핑에서 대량으로 보홀 여행상품을 판매해서 많이 온 것 같았다.

블로그를 읽고 찾아 간 맛집마다 한국인 손님들로 붐볐다.

보홀의 음식점들은 의외로 한국인 입맛에 맞는 음식들을 팔고 있었다.

필리핀인들은 소식하는 편이라서 그런지 음식의 양은 적었지만 맛은 있었다.

인테리어 또한 비싼 소재의 고급스러운 건축물들은 아니지만 소비자의 소비를 촉진시키기에 적당히 젠틀했다.



음식이 정갈하기도 하고, 플레이팅도 뛰어났다.

여러 나라의 식민지를 겪은 민족이어서인지 이것저것 섞인 조합이랄까 그들만의 독창성은 없어 보였으나 많이 우리 입맛에 길들여진 맛이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 호핑스폿인 자연보호구역 발라카삭으로 출발하였다.

필수지참 품목은 아쿠아슈즈, 래시가드, 타월 등이었다.

나는 작년 어린이집 바자회에서 구입해 둔 아쿠아슈즈를 챙겨 신고, 래시가드를 입고, 리조트 프런트에서 커다란 타월을 빌려서

출발하였다.

50여분 정도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니 돌고래 떼가 나타났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돌고래 워칭을 하였다.

수 백 마리의 돌고래들이 떼를 지어 물레방아 돌 듯이 환영식을 해주었다.

스노클링으로 맑은 바닷속에서 청거북이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시간에 따라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작은 모래섬인 버진아일랜드를 보기 위해 갔지만

물에 잠겨 있어서 들어가지 못했다.

예쁘다고 소문이 나서 가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근처에 있는 다른 섬, 이솔라성당 입구에서 사진만 찍었다.

맨발로 가슴까지 물이 차오른 바닷길을 걸어서 섬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신기하였다.

어린이집 바자회에서 샀던 아쿠아슈즈가 제대로 쓰임 받는 순간이었다.

작년에 아쿠아슈즈를 살 때 만해도 바자회에서 딱히 살만한 물건이 없었던 터라서 구입하면서도 '이 신발을 언제 신을 수 있을까?' 했었는데 바로 이 순간 이렇게 요긴하게 신고 있었다.

친구들에게 선물까지 해줄 수 있어서 금상첨화였다.

바닷속에서는 맨발보다는 아쿠아슈즈를 신고 걸으니 한결 걷기가 수월하였다.


이렇게 호핑투어를 마치고 발리카삭 섬 정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라면과 꼬치구이, 모닝글로리 등이 나오는 식사였다.

오후에는 알로나비치에서 현지식 마사지를 모래사장에서 한 시간 정도 받았다.

근육이 찢어질 것 같은 아픔인데 시원하였다.

아픈데도 마사지를 받으면서 그만 잠이 들었다..


다음날에도 툭툭이를 타고서 시내구경을 하고, 밥을 먹고, 마사지를 받으면서 호사를 누렸다.

넉넉한 시간을 내서 온 여행이 아니기 때문에 보홀 구석구석을 모두 다니지는 못했지만 보홀은 꽤나 재미있는 곳이었고, 어린이집 바자회에서 샀던 아쿠아슈즈가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여름휴가 용품 중 필수품, 아쿠아슈즈!

올해 어린이집 바자회에서도 아쿠아슈즈를 판매한다고 하니 몇 켤레 더 구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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