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해가 갈수록 당차고, 활기차게, 파이팅!

by 남궁인숙

서국련에서는 올해 정년퇴직을 앞둔 공로연수 대상자와 임원진 및 각구 지회장 등과 함께 3박 4일간의 공로연수를 계획하여 진행하였다.

이른 아침부터 공항 한편에 모여드는 연수 참여자들에게 임원진들은 따뜻한 커피와 빵을 준비하여 대접하고, 간식 한 봉지씩을 비행기 안에서 드시라면서 나눠주었다.

집행부에서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겨주는 것처럼 보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연수팀들은 짐을 부치고 탑승수속과 출국심사를 밟기 위해 출국장으로 향했다.


수 마지막 날 평가회 시간이었다.

"해가 갈수록 당차고, 활기차게, 파이팅!"

옆 방에 모여 계신 공로연수팀의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구호소리가 들린다.

공로연수팀과 임원진 및 지회장팀으로 나누어 파티션을 사이에 두고 앉아서 삼 일간의 여정에 대해 평가를 하는 과정 중에 공로연수팀 쪽에서 흘러나오는 힘찬 외침이 있었다.

퇴직 후에도 해가 갈수록 당차고 활기차게 노후를 보내자는 취지로 정년이 도래된 선배원장님들께서는 퇴직 후에도 일 년에 서너 번씩은 만날 수 있도록 하자는 모임이 즉석에서 결성되었다.

모임의 이름을 열정적인 사랑이라는 꽃말을 지닌 '해당화'로 명명하였다.


나는 순간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해당화'라는 단어를 들으면 나는 아버지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 아버지의 18번 노래였다.

아버지께서는 가수 이미자 님의 대표곡인 '섬마을 선생님'을 좋아하셨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19살 섬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 마오.

구름도 쫓겨가는 섬마을에 무엇하러 왔는가 총각 선생님.

그리움이 별처럼 쌓이는 바닷가에 시름을 달래 보는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떠나지 마오.


제목만큼 노랫말도 참 예쁘다.

'해당화'의 전설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아주 먼 옛날 한쌍의 연인이 바다를 걷다가 큰 파도가 밀려와 두 사람을 덮치자 남자가 여인을 구하고 죽게 된다. 여인은 너무 슬퍼서 눈물을 흘리고, 그 남자 몸에 눈물이 닿자 남자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진분홍빛 애잔한 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전설과 꽃말을 가진 해당화로 모임 이름을 짓고, 멋진 정년을 맞이하면서 건강하고 아름답고 활기 있는 삶을 추구하는 선배원장님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긴 세월 동안 보육에 몸담고 한 길만 걸어오신 원장님들의 삶 속에는 늘 평화롭고, 행복하고, 웃을 일 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의 소명이라 여기면서 의연하게 보내왔지만 때로는 속이 썩어 문드러지기도 했을 것이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치아를 내 보이며 웃어야 했고,

별 것도 아닌 일에도 기운을 빼야 하는 일도 있었을 것이고,

억울한 일에도 눈물을 삼켜야 하는 일도 있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수년 동안 소통과 화합으로 보육인으로서 역할을 훌륭하게 이루어 무탈하게 이 자리까지 와 주신 선배원장님들이 존경스러웠다.

거의 30년부터 42년의 경력을 가진 원장님들을 모시면서 참으로 대단하고 소중한 분들을 가까이에서 모실 수 있음에 감사한 시간이었다.

선배원장님들의 수고로움이 묻어 난 보이지 않는 보육인으로서의 삶이 후배원장들에게 조금은 편하게 보육의 길을 걸을 수 있게 했을 것이며, 보육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후배원장님의 표현처럼 선배원장님들로부터 힘을 얻고 인생의 내비게이션 삼아 걸어가겠다는 말은 그냥 하는 빈말이 아닐 것이다.

선배원장님의 한마디는 큰 울림을 주었다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으로서 한 길을 걸으면서 정년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자랑스럽고 감사하다고 하였다.

보육현장에서 오랜 기간 헌신하시면서 보육인의 삶을 살아오신 선배원장님들과 함께 공로연수를 함께 할 수 있고, 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고 무한한 감동이었다.


선배원장님 한 분은 내게 이런 말씀도 하셨다.

"국공립원장으로서 65세에 퇴직을 하고 보니 인생 2막을 시작하기에는 조금 늦은 감이 있어요. 60세 이전에 퇴직했더라면 앞으로 10년간 할 수 있는 또 다른 계획을 가지고 살았을 것 같은데, 65세에 퇴직을 한다고 생각하니 무엇을 계획해서 꿈을 꾸는 일은 어려울 것 같아요."라고 하셨다.

생각해 보니 이 말도 일리가 있었다.

60세 이전에 퇴직했다면 10년 정도 뭔가 할 일이 있었을 것 같은데 65세에 퇴직하고 보니 나이가 어중간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퇴직날짜가 다가올수록 그동안 해온 일들을 생각해 보면 그만두는 것이 아쉽고, 더 일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하셨다.

나도 퇴직하는 순간이 오면 선배원장님과 똑같은 말을 되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선생님으로서의 퇴직하는 삶이란 어린아이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평생을 일 할 수 있었고, 수없이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수많은 인간의 최초의 선생님으로 보육할 수 있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공로연수에 참석하신 원장님들을 최대한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드리려는 섬김이 몸에 배어 있는 회장님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또한 손가락 관절염이 오지 않을까 걱정될 만큼 한시도 쉬지 않고 찰나를 포착해서 두루두루 한 명도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어주신 부회장님,

평안하게 매 식사시간마다 식사자리를 마련해 주시는 나이 어린 부회장님들,

늘 전체를 두루두루 살펴봐 주시는 동갑내기 부회장님 등 일과에 맞추어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임원진들의 수고에 고마움의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모든 것들은 연륜에서 묻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후배원장으로서 선배원장님들의 고운 인품을 본받아 보육으로서의 귀한 삶을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지회장으로서 공로연수 내내 행복해하시는 선배원장님들의 표정을 보면서 서로 간의 사려 깊은 배려였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무사히 귀국하여 공항에서 짐을 찾고, 헤어지기 전 회장님의 인사말씀을 끝으로 긴 여정의 때 묻은 보따리들을 들고 각자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 수많은 사진들이 라벤더 꽃잎의 향기가 흩날리듯이 카톡으로 올려지고, 공로연수가 끝이 난 아쉬움의 인사말들을 주고받았다.

해당화 묘목이 옥토에 심어져 뿌리내리고, 가지가 무성하여 화려하게 꽃필 날을 기다리겠다는 후배원장님의 진심이 담긴 인사말에 가슴 뭉클한 일요일을 맞이하였다,

선배원장님은 주님의 날에 진심이 담긴 글에서도 힐링이 되어 감사드리며, 생각날 때마다 기도하는 것도 잊지 않겠다고 하신다.


서울대 이영한 교수님께서 퇴직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인생은 1, 2, 3기로 나눌 수 있다.

1기는 30세까지로 배우는 기간이며,

2기는 60세까지로 정규직으로 사는 인생이고, 3기는 앞으로 남은 30년의 시간이다'라고 하였다.

앞으로 주어진 3기의 인생에 선배원장님들의 삶이 오늘처럼 계속 건강하시고, 당당한 모습의 해당화 꽃잎의 빛깔처럼 퇴임 이후에도 빛나는 삶의 주인공이 되시기를 기원해 본다.


"해가 갈수록 당차고, 활기차게, 파이팅!"

해당화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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