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도자기 공방으로 체험학습을 가는데 부모와 함께 가야 한다고 하였다.
며느리는 오전부터 직장에 다니므로 우리 부부에게 자기 대신 손주들과 함께 체험학습에 참석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나도 내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서 오후에 출근을 해야 하므로 오전에 무언가 활동을 하게 되면 피곤해지고, 그래서 일에 지장이 있지만 며느리가 제안하는 모처럼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참석하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다음날 아침 우리 부부는 아들과 며느리 대신 손주들의 체험학습을 위해서 손주들의 손을 잡고 도자기 공방으로 갔다.
다른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즐겁게 참석하였지만, 우리 손주들만 우리 부부의 손을 잡고 참석하였다.
손주의 담임선생님은 우리 부부에게 누구의 학부모로 왔느냐고 물었다.
나는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태규엄마예요"라고 대답하였다.
"네?"
"태규엄마요"
선생님은 의아하게 여기면서 나에게 다시 물었다.
"누구요?"
순간 나는 "아 현빈이요."라고 정정하였다.
나도 모르게 나는 우리 아들의 이름을 대고 말았다.
손주들 참여수업에 와서 난 우리 아들의 체험학습에 온 것으로 착각하였다,
손주들은 체험학습 내내 자기들만 엄마 아빠가 안 온 것에 대해 속상해하였지만 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나온 세월 속의 젊은 나를 떠올렸다.
삶이 늘 바쁘고, 먹고사는 일에 애쓰느라 우리 아들을 키우면서는 어린이집에서 부모님 참여하라는 체험학습에는 단 한 번도 못 와 준 것이 생각났다.
순간 그런 생각이 들자 울컥하면서 죄책감에 눈물이 났다.
난 손주의 체험학습장에 와서 우리 아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오늘 모처럼 미용실에 갔다가 단골 미용실 실장님께서 오전에 벌어진 에피소드를 들려주셨다.
그녀는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내내 울먹이셨다.
손주들 체험학습에서 당신의 아들에게 못 해 준 것만 생각이 나서 슬퍼서 속상했다고 하셨다.
"우리 손주들은 최고로 사랑받고 사니까 아쉽지 않아 보였는데, 우리 아들이 손주들만 할 때는 엄마인 내가 아들에게 너무 못해 준 것만 기억이 나서 눈물이 났어요."라고 말씀하셨다.
어미의 사랑은 늘 더 주지 못한 것 만 보이는 것 같다.
"나는 오늘 손주들 체험학습장에 갔을 때 손주들 할머니가 아니라 난 과거의 우리 아들의 엄마였어요."라고 말씀하신다.
절로 숙연해지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