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서 변했나?

by 남궁인숙

퇴근 후에 친구들을 만났다.

미국에서 대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친구가 아주 오랜만에 한국에 나왔다.

친구는 2년 전에 난소암으로 항암치료를 받았고, 완치 판정을 받아서 건강이 좀 좋아지자 한국에 있는 친정 엄마도 만나보고, 학회 일도 볼 겸 겸사겸사 대학 친구들을 만나기로 하였다.

서초동 법원 근처에 위치한 한정식 집에서 다섯 명의 여자들이 만났다.

'영의정 정식'이라는 오만 오천 원이나 하는 저녁식사를 시켰다.

다섯 명이 식사를 하려고 하니 식당에서는 두 명과 세명으로 자리를 나눠서 앉으라고 하였다.

세팅을 2인분과 3인분으로 해주겠다는 의미였다.


나는 2인석에 서초동 S 아파트에 사는 친구와 동석을 하였다.

이 친구는 다이어트를 하는지 항상 소식을 하기도 하고, 젓가락으로 늘 깨작거리면서 밥을 먹는다.

나는 밥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과 함께 밥 먹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밥 먹는 기피 대상자 중의 하나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다.

다이어트하는 사람들과 밥을 먹게 되면 같이 밥 먹는 사람들도 밥 맛이 없어진다.

나는 워낙 식성이 좋은 탓에 다이어터들과 식사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먹을 때만큼은 맛있게 먹고 싶어 하는 나의 식성 탓이다.

내 친구와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만날 때마다 야채 위주로 먹거나 너무 음식을 맛없게 먹으니까 살짝 짜증도 났었다.

이 친구가 학교 다닐 때부터 지금과 똑같은 몸무게를 갖는 비결일 것이다.

무식하게도 나는 늘 두 배의 양을 먹고, 강아지 퍼그처럼 배불러서 헐떡인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대식가인 내가 이 친구와 밥을 먹게 되면 나도 밥이 맛이 없어진다.ㅋㅋ


그러나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잘 먹는다.......

너무 잘 먹어서 무식해 보이고, 그래서 가끔은 친구 사이지만 이런 내 모습이 부끄럽다.

마침 또 둘이 앉게 되자 나는 "오늘도 나만 2인분 먹겠구나"라고 하였다.

옆자리에 있는 다른 친구들이 "그렇겠네."라고 맞장구를 쳤다.



코스 별로 음식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저녁식사 시간이 조금 늦어지니 신경이 예민해진다.

나는 전투적으로 저녁식사를 하였다.

한참을 먹다 보니 뭔가 이상했다.

음식이 2인분씩 접시에 담겨 나오는데 내가 음식을 집기도 전에 먼저 1인분이 없어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먼저 음식을 집기 전에 1인분이 없어지는 법은 없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음식이 세팅되면 내 친구가 먼저 젓가락으로 가져가서 먹어 치우곤 했다.

예전에는 항상 내 접시에 먼저 음식을 담아주고 먹으라고 권하거나, 먹고 있는 나를 바라보거나 했던 친구였다.

오늘은 음식을 집어가는 속도도 빠르고, 먹는 속도도 엄청 빨랐다.

뭔가 달라졌다.

"너 이상하다?"

"밥을 너무 잘 먹는다?"

"응. 잘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어."

"많이 먹으려고 노력해. 일부러."

"잘 먹어야겠더라. 이 나이 먹으니까 잘 먹어야 건강해지겠더라고." 하였다.

이 친구, 뭔가 달라져도 한~ 참 달라졌다.

"오늘 보니까 오히려 네가 더 잘 못 먹는다."라고 말한다

나이 들어가니 아픈 친구들도 하나둘씩 생겨나고, 걱정이 되어 그런 건지 아무튼 내 친구의 식생활 패턴이 달라진 건 분명해 보였다.


오늘 아침에는 친구에게서 요리학원에서 요리수업 중이라고 문자가 들어온다.

모두들 '현모양처'라고 칭찬을 하였다.

아침밥을 먹고 요리수업에 나왔고, 11시 반에 요리수업이 끝나면 점심을 먹을 예정이라고 하였다.

'아니, 얘가 언제부터 이렇게 밥에 집착했었나?'

'그렇지...... 밥 잘 먹으면 건강에 문제가 없지. 또한 영양제도 필요 없지.'


나는 밥도 잘 먹고, 영양제도 한 움큼씩이나 먹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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