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예뻤다.

by 남궁인숙

오랜만에 구청장실에 갔다.

구청장실의 인테리어가 확 바뀌어 여성구청장이 계시는 민원실답게 변화된 모습이다.

예전 사무실의 모습이 세모였다면, 현재의 구청장실은 동그라미처럼 동글동글 변화되고 있었다.

여성 구청장으로 바뀐 지 일 ,

그동안 구청장에 대한 평가를 수도 없이 많이 들었을 것이다.

구청장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니 주변에서는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아니 땐 굴뚝에서도 연기가 났고, 지레짐작으로 평가하고 안줏거리 삼기 쉬웠다.

다소 강직해 보이고, 단호하고, 똑 부러진 그녀.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느낌은 학교 다닐 때 꽤 똘똘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을 것 같은 인상이었다.

나도 처음에 그녀의 인상에서 한자를 익히면서 배운 '태강즉절(太剛則折)'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렸었다.


민선 8기 초선 구청장, 수장의 역할을 하는 지방 자치 단체장으로서 1년을 보내면서 소통과 협치를 이뤄내는 역할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변호사라는 전직의 경험적 특성의 강한 언어적 표현이 구민의 정서와 맞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동화책에 나오는 '따뜻한 태양은 나그네의 옷을 벗기게 하고, 강한 바람은 나그네의 옷깃을 더욱 단단하게 여미게 한다'는 이야기처럼 약한 것은 강한 것을 이길 수 있고, 부드러운 것은 단단함을 무르게 한다.

지도자의 유형이 지시형 리더십에서 섬김의 리더십으로 바뀐 시대적 흐름의 선상에서 본다면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했을 것이다.


단체장이 되니 지척에서 자주 그녀를 볼 기회가 생겼다.

나태주 시인이 '풀꽃'이라는 시에서 쓴 표현처럼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았더니 그녀는 참으로 예쁘게 생겼다.

사소하고 가치가 없어서 인식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너무 멀리 있었고, 어렵기만 한 존재여서 그 예쁨을 알아채지 못한 것이었다.

작약 같은 여인을 나는 대나무로만 보았던 것이다.

보면 볼수록 예쁘게 생겼다.

눈도, 코도, 입술도 모두 예쁘다.

얼굴만 보게 되고 그녀의 말은 귓등으로 듣게 된다.

'내게 구정의 현안들이 뭐가 그리 대수라고......'


오늘 구청에서 다자녀 가정 -기업[단체] WIN-WIN 프로젝트 결연식이 있었다.

오랜만에 구청장실에서 그녀를 만나보니 오늘따라 푸근하니 인상마저 변해 있었다.

요즘 예산 때문에 일이 너무 많아서 잠을 설쳤다고 하였다.

나오는 하품을 구겨 삼키면서 참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내 눈에 그녀의 얼굴은 잠을 설친 모습이 아니었다.

뽀얀 계란형 얼굴에 천연 그대로의 물오른 탐스런 작약 꽃이었다.

미소는 아름답고, 인상은 부드럽고, 더욱 품위도 있어 보였다.

부드러워진 인상만큼 아는 지역의 소식도, 행정도, 지혜도 얼굴 안에 그득해 보였다.

구민들이 한층 더 다가가기 좋은 베이스다.

작년 연말에 코로나19 후유증으로 고생을 많이 하였다고 들었다.

사람은 큰 고비가 있을 때마다 한 뼘 더 큰 성장을 가져다준다.


상대를 이기거나 져 주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경청'이라고 한다.

잘 들어주는 구청장, 귀가 큰 구청장이 될 것 같은 그녀다.

그녀의 현명함과 인자한 미소가 해 뜨는 강동구의 발전을 위해 쓰임을 다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네온사인으로 둘러싸인 현란한 도시를 피해 가끔은 암사동 선사주거지에서 밤하늘의 별을 세어 볼 수 있는 여유도 가져보기 바란다.

때로는 학창 시절 찬란한 꿈을 지지해 준 일기장도 펼쳐보면서 그 꿈들에게 인사할 수 있는 호사도 누려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너무 잘하려고 애만 쓰면 몸이 탈이 난다.

나를 소중히 여기고, 천천히 건강도 돌보면서 오늘 하루 고생한 나를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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