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여름김치 나눔 행사

by 남궁인숙

학교 다닐 때 ‘자원봉사의 특징을 기술하시오’라는 시험 문제를 받아 들고 시험 전 날 달달 외운 대로 써 내려갔던 기억이 있다.

자원봉사의 특징이라면 자발성, 공익성, 무급성, 지속성, 이타성, 자아실현성, 학습성, 헌신성, 전문성과 협동성이다.

졸업하는 내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던 단어들이었다.

나는 봉사활동 하는 것 자체는 좋아했지만 이러한 단어들에 불편함을 느꼈었다.

요즘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서는 의무적으로 봉사활동 점수를 성적과 연관 짓고 있다.

학생들은 하기 싫어도 봉사활동 시간을 채워야 하고, 대학 입시에 봉사활동 점수가 반영되어 로드매니저 역할을 하는 엄마들은 봉사활동 점수까지도 자녀들과 함께 지원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봉사활동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것에 대한 부작용이다.

처음 시도는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과 소질을 계발할 수 있게 하고, 책임감도 기르고, 올바른 가치관도 형성할 수 있게 하고자 함이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기르고 함께 사는 이웃과 함께 다양한 사회를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봉사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꿈을 키울 수도 있고, 교과서 밖의 교육적 효과도 얻을 수 있으면서 다양한 직업의 세계도 탐구할 수 있다.


오늘은 여성단체 협의회에서 매년 실시하는 봉사활동의 하나인 '사랑의 여름김치 나눔 행사'를 위해 여성 단체 협의회 회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김치를 담그기 위해 모였다.

이웃에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께 삼시 세끼에 필요한 음식을 제공해 주는 것은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중요한 일일 것이다.

밥맛을 잃지 않고 시원하게 한여름을 날 수 있도록 여름김치를 지원하고자 이렇게 김치 만드는 행사를 하는 것이다.

한 여름에는 김치만 있어도 밥 한 공기 뚝딱 비울 수 있다.

요즘 야채 값이 너무 올라서 김치를 사 먹는데도 식비가 많이 들 텐데 김치를 제공받을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일사천리로 김치를 담그는 모습은 마치 무대 장인들이 무대 위에서 한 편의 오페라를 공연하는 것처럼 질서 정연하게 수많은 예행연습을 마치고 나서 본격적인 공연을 하듯이 척척 잘도 진행되고 있었다.

일은 분업화되어 있었다.

채소를 씻는 사람, 다듬는 사람, 양념을 만드는 사람, 버무리는 사람, 액젓을 붓는 사람, 풀을 쑤는 사람 그리고 밥을 짓는 사람, 김치통에 스티커를 붙이는 사람, 분리수거를 하는 사람 등 일을 너무나 잘하였다.

환하게 미소 짓는 얼굴에서 베풂이 일어난다.

김치를 만드는 내내 바라보는 내 눈에서도 베풂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렇게 의도하지 않았지만 기뻐하고 감사하는 일은 봉사의 시작점이다.

오늘 여성단체 협의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20년이 넘게 봐 왔던 분들이다.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0년, 20년을 꾸준히 하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장기적으로 봉사를 할 수 있을까?

참으로 대단한 분들이다.

이렇게 빛나는 봉사의 실천가들 덕분에 무한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 봉사자들은 전문가들처럼 김치 담그는 일이 분업화되어 역할을 나눠 진행하였다.

회원들의 손발이 척척 잘 맞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봉사활동을 하였으면 저렇게 호흡이 잘 맞을 수 있는지 대단해 보였다.

여성단체 협의회가 이렇게 지속적으로 봉사의 힘으로 중추적인 역할로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든든한가?

여성단체 협의회의 봉사활동이 나이 어린 후배들에게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통 가까이 김치를 만들어 진열해 놓고 인증숏을 찍어두었다.


갓 지은 찰밥에 무채나물, 열무김치, 콩나물 무침 팍팍 넣고, 참기름 부어 쓱쓱 비벼 먹는 점심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집채만 한 수박 한 덩이 쪼개 한 입 베어 물어보니 천하에 행복은 여기에 머물러 멈춰있었다.

이웃과 함께 나누며 맛본 봉사의 기쁨이 사회전반에 뿌리내릴 것이다.

점심을 두 그릇이나 먹고,

밥값으로 마무리 청소를 열심히 해주고, 회장님의 수고에 거듭 인사를 드리고 나오는 발걸음은 기쁨으로 가득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녀는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