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은 두 알씩 심자

by 남궁인숙

30년 넘게 어린이집에 재직하고 퇴임하시는 원장님의 정년퇴임식이 있었다.

동료 원장님들은 축사와 송별사를 통해 그동안 수고하신 원장님을 위로하기도 하고, 축하하기도 하고, 자랑스러워하기도 하면서 즐겁게 퇴임식을 진행하였다.

원장님께서는 30년이 넘는 시간을 결혼도 하지 않고 오로지 어린이집에서 보육을 천직이라고 여기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춰주고, 항상 존댓말로 인사를 건네주는 아이들의 우주였을 보육교사로 출발했던 원장선생님이었다.

단체장으로서 정년퇴직하시는 원장님의 퇴임식을 진행해 줄 수 있어서 뿌듯하였다.

퇴임식을 마치고 나는 축사를 방명록에 써드렸다.



사진을 잘 찍어 주시는 H 원장님!

제가 어렸을 때 학교에 갔다가 집에 오면 우리 엄마는 늘 밭에서 일을 하고 계셨어요.

일곱 살에 초등학교에 입학을 해서 동네에 또래 친구들이 없었기에 나는 숙제를 들고 엄마가 있는 앞에 위치한 밭으로 방과 후 학습을 하러 나갔어요.

우리 엄마가 밭에서 씨앗을 심을 때 보면 밭고랑에 구멍을 파고서 씨앗을 심었는데 한 구멍에 씨앗을 꼭 두 알씩 심더라고요.

나는 궁금해서씨앗을 한 알만 심지 왜 꼭 두 알씩 심어요?”라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엄마는 "씨앗을 두 알씩 심어 놓아야 서로 잘 자라고 싶어 시샘하느라 둘 다 똑같이 잘 자란단다.”라고 말해줬어요.

씨앗을 두 알씩 심어 놓으면 좁은 공간에서 서로 밀당하면서 둘 다 무럭무럭 잘 큰다고 합니다.

식물들도 혼자보다는 둘이 있어야 외롭지도 않고, 싸우기도 하고, 협조도 하고, 배려도 하면서 조화를 이루나 봐요.


H 원장님!

제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앞으로 퇴직하시고 미장원에 갔을 때, 혹여 미용사가 “머리를 어떻게 해드릴까요?”라고 묻거든 뽀글이 파마는 하지 마시고 무조건 예뻐 보이게 해 주고, 10년만 젊게 해 줘요.”라고 말하세요.

"왜냐고요?"

퇴직 후 나이가 들어가도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한 구멍에 씨앗 한 알을 심는 것보다 두 알을 심으면 훨씬 잘 자라는 것처럼 원장님의 앞으로 펼쳐질 인생 2막의 행복도 두 알 심은 씨앗처럼 무럭무럭 커져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앞으로는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남정네 한 명쯤 들여 보세요.

지금까지는 일하느라 귀찮아서 혹은 관심이 없어서 눈여겨보지 않았겠지만 주변을 한 번 살펴보세요.

원장님의 반쪽이 생각지도 못한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혼자보다는 둘이 되었을 때, 잘 자라나는 두 알 심은 씨앗처럼 삶의 행복도 커져갈 거예요.

혼자보다는 둘이서 손잡고 오손도손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그때가 되면 꼭 저를 초대해 주세요.

탁주 한 사발 사가지고 방문할게요.

함께 원샷하면서 담소 나눠요.

둘이 되어있는 원장님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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